가족이 행복한 수면

황병일 수면칼럼 - 겨울잠을 자는 동물같이 사람도 동면(冬眠)할 수 있을까?

  • 입력 : 2018.02.13 11:16:44    수정 : 2018.02.13 18: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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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겨울잠이란 참 신기한 현상이다. 동화 속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100년간이나 잠을 잤다고 나온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말이다. 잠자는 행동은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비하는 생존 형태 중 하나다. 자는 동안 숨쉬고 심장은 뛰고 체온은 정상범위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오랜 기간 영양 공급이 잠자면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이를 대비해 가을이 되면 몸에 지방을 축척하는 활동을 한다. 그렇다면 동화 속의 공주는 100년간의 잠을 잤으니까, 잠자기 시작할 때는 아주 뚱뚱했을까?

겨울에는 먹이 구하기도 힘들고 체온 유지가 어렵다. 굶거나 얼어 죽을 수 있으니 깊은 잠을 자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물이 있다. 개구리, 뱀 같은 변온동물이다. 겨울이 오면 체온을 유지할 수 없으니 겨울잠을 자는 것이 생존전략이다.

겨울잠 하면 떠오르는 곰과 다람쥐는 평소 체온이 따뜻하다. 어떻게 겨울잠을 자는 것이고, 그렇게 긴 잠을 자고도 별다른 이상 없이 깨어날 수 있는 걸까? 겨울잠을 자는 항온 동물은 겨울잠 동안에 체온과 심장 박동이 극도로 내려간다.

다람쥐를 예로 들면 평소에는 체온이 38도, 심장박동수가 분당 150회이지만, 겨울잠 동안에는 체온을 2~8도, 심장박동이 분당 5회로 급격히 떨어뜨린다.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돌입한다. 체온과 심장박동과 호흡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축적된 체내 지방으로 겨울 내내 쓰며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곰이나 다람쥐는 동면 冬眠 이 가능하지만 같은 항온동물인 사람은 불가능하다. 정상 체온 36.5도에서 1~2도만 높거나 낮아도 신체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의 체온은 27도이고 30도 부근으로 떨어지면 의식을 잃는다. 다람쥐가 급격한 변화에도 살아서 끄덕 없이 봄에 깨어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어떻게 해서 2~8도로 체온을 떨어뜨리고 봄이 오면 원래의 체온으로 되돌아 오는 것일까? 답은 특수한 갈색지방조직에서 찾을 수 있다. 봄이 와서 기온이 따뜻해지면, 동물의 몸 속에 있던 갈색지방조직이 가장 먼저 활성화되고 일시에 가동된다. 주변에 있는 지방을 순식간에 분해해 열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발생된 열은 혈관을 타고 빠른 속도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따뜻해진 피와 몸을 가지고 홀쭉해진 몸으로 봄에 땅속이나 나무구멍 속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일반 포유동물에서 갈색지방조직은 태아였을 때만 존재하고 성체가 되면 없어지는 것과는 다른 특징이다.

여름에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청정지역으로 빠른 곳은10월부터 눈이 내린다. 체리 농장에 들러 주인 아주머니하고 얘기 나눌 시간이 있었다. 겨울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라는 필자의 질문에 “겨울 내내 곰처럼 잠만 자다가 봄에 일하러 나옵니다.” 라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겨울 홋카이도는 온통 눈밭이라 뭘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나 일반적으로 매일 잠을 자는 동물에게나 잠이라는 휴식은 큰 의미가 있다. 식물도 잠을 자야 결실을 맺는다. 개나리나 진달래는 겨울잠을 자고 얼어붙은 땅의 저온을 견뎌내고 춘화현상으로 봄에 꽃을 피운다. 따뜻한 나라 겨울이 없는 지역에서는 입만 무성하지 꽃을 피우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추운 겨울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 시기를 잘 보내야 한다. 봄이 올 때까지 움직임을 최소로 하고 극단의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잠으로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동식물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본다.

[황병일 까르마수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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