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

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78) 시즌 3<본부장이 금융을 말한다>

돈이란 무엇인가(4) 돈의 맛은 도시의 맛

  • 입력 : 2017.10.12 17:33:08    수정 : 2017.10.12 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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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 동맹으로 냉전 종식을 이끌며 신자유주의의 토양을 제공한 미국과 영국의 두 정상 <마가렛 대처(좌)와 로널드 레이건(우)> <사진출처: 구글>



냉전해체 이전만해도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대로 냉전은 경제 논리로 시작했지만 진행되면서 철저한 정치논리 즉 자존심 문제로 변질됐다. 따라서 20세기만큼 경제적인 풍요와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문제가 병립한 시대도 없다. 그 병립이 깨진 것이 1989년 냉전의 해체이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돈에 대한 느낌은 20세기로 넘어오기 전의 세상에는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지금 같으면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은 절대 콜럼버스의 황당무계한 말만 믿고 천문학적인 돈을 쥐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대의 상식(가능성이 90%가 안 되는 일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에 맞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돈 냄새 잘 맞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들이 선수를 빼앗겼을까. 하지만 20세기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돈은 언제든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얼굴을 비추려 하지 않기 시작했다. 언제나 손쉬운 곳에만 손짓을 한다. 무엇이든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문제이다. 20세기 이전 인간에게는 뭐든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무엇이든 공을 들여서 집중해야 본인이 생각하는 것의 결과물을 손에 쥘 수가 있었다. 그래서 지식시대이전인 산업시대까지도 공정과정이 긴 것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이 생겼다. 공정이 길 수록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우수한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많아진다고 말이다. 아마 이 부분이 오늘날의 M세대와 그들의 부모세대가 갈등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부모세대는 M세대보다 훨씬 본능에 집착했지만 본능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반면 M세대는 명분에 굉장한 집착을 하지만 행동방식은 매우 본능적이다. 여기서 본능적이라는 말은 '쉽게'란 뜻이다. 너무 쉬운 방식을 마치 죄를 짓는 기분으로 여겼던 것이 1989년 이전의 세계였다. 신자유주의는 뭐든 쉽게 하는 시대다. 그걸 쉽게 해준 것이 바로 장벽의 해체 이후 급속히 이루어진 글로벌화다. 글로벌화는 다시 도시화, 디지털화, 서비스화로 이어진다. 이중 나머지 둘을 촉발시킨 것이 바로 도시화다. 도시화가 만든 것이 바로 돈인 것이다. 욕망의 집합체인 도시가 만들어 낸 가장 쉬운 욕망의 실현 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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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빠지면 빈지갑이 아니고서는 헤어나올 수 없다는 명품도시 프랑스 <파리> <사진출처: 구글>



요즘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 중 도시이야기가 아닌 것을 본 지가 까마득하다. 주말이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산과 들을 향해 떠나도 입고 있는 옷이나 자동차는 죄다 도시인임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일색이다. 해외 여행을 가도 도시를 걷고 싶어서 가는 것이지 초원을 벗삼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왜 이토록 도시에 열광하는 것일까. 20세기까지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도시를 떠나 전원 생활을 하는 것이 모든 성공한 이의 로망이었다. 나이 들어 성공하면 부부가 으레 전원주택을 짓고 꽃을 함께 가꾸는 생활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원 주택 짓는 순간 홀아비가 된다고 한다. 부인들이 안 따라오니 말이다. 도시가 주는 '쉬움' 즉 돈의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도시를 가야 적든 많든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쉽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소비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오직 돈으로 하는 소비 말이다. 물물 교환 시절에는 인간이 모두 평등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생산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의 시대가 되면서 스스로 뭘 생산할 줄 아는지 완전히 망각한 채 오로지 뭘 소비할 지에만 골몰한다. 이 참에 여러분들도 내가 생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게 가장 확실한 노후준비다. 아마 생각 자체로도 어리둥절 할 것이다. 한번도 그러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떄문이다. 라면을 잘 끓일 수는 있지만 라면을 만들 줄은 모른다. 사실 매우 간단한데도 말이다. 생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생산과 곧바로 돈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는 곧바로 돈이 떠오른다. 서두에서 말한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이 콜럼버스에게 쥐어준 돈은 생산을 위한 투자였다. 발견이라는 일종의 창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비를 위한 단순 욕망의 분출이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것이다. 1969년에 한 달착륙을 지금도 안 하는 이유는 음모론이 아니라 그것이 이제 더 이상 전 세계인들을 자극하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엘빈 토플러가 만들어낸 신조어 '프리슈머' 즉 생산자가 곧 소비자라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다. 이제는 99%의 소비자와 1%의 생산자인 것이다. 저성장을 주도하는 생산 없는 소비의 전성시대다. 갈수록 생산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로지 소비하고자 한다. 구글이 연결시키면 우리는 아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할 일을 제쳐두고 오로지 소비만을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전화 한 통이면 천장에서 돈이 떨어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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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대출은 성장을 담보로 한 대출이었지만 현대의 대출은 그저 현상유지를 위한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금융권에 오래있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눈앞에 돈이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돈을 불리는 것이 재테크라고 말이다. 전문가로서 말해주겠다. 아니다. 자신이 번 돈을 안 빼앗기고 지키는 것이 재테크다. 그 만큼 불리기가 어렵다. 돈은 돈이 많아야 불릴 수 있다. 이런 이치를 20대에 깨치면 부자가 된다. 30대에 깨치면 중산층이다. 40에 깨치면 그냥 운동 열심히 해라. 몸이라도 건강해야 현상유지라도 할 테니 말이다. 1억의 10%는 천만원이지만 10억의10%는 1억이다. 그래서 먼저 많이 벌어야 한다. 남의 돈 가지고 돈을 불리는 것이 사업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절대 귀담아 들어서는 안 된다. 왜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지 간단한 예로 말해주겠다. 보험사의 경우 약관 대출이라는 것이 있다. 보유 계약의 적립금을 담보로 최대 50%정도까지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돈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는 것이다. 이런 대출 상품들은 당장 급히 돈이 아쉬워 목적성 금융상품(보험, 적금, 주택 청약저축 등)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상품의 적립금을 담보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적립금을 인출해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도록 장치를 해두었다. 적립금도 인출하지 못하게 하고 대출도 최대한 갚지 못하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수단인 것이다. 돈 빌려준 금융사는 돈을 되도록 천천히 갚고 이자를 최대한 오래 내기를 바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동안 대출금이 점점 불어서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대부분의 경우들이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은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사업 전 워밍업도 할 겸 말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 말하건대 약관대출 받아 완전 상환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금융권이 대출 상품에 목을 매고 저축은행이 온갖 불법을 동원하고 얼마 전 난리 난 것처럼 정치인들의 뒷돈까지 대주며 시장에 진입하려고 기를 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대출원금은 절대 갚지 못한다. 따라서 이자는 꼬박꼬박 들어오게 되어있다. 한달 월급의 절반을 대출금과 원금을 갚는데 쓰는데도 소비는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화의 덕을 금융권이 가장 톡톡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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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하고 있는 인간의 욕망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배트맨> <사진출처: 구글>



뉴욕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된 것은 가장 표준화된 도시화가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화라는 것은 욕망의 표준화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이 표준화되지 않아 보일 때 불안해 하고 반대로 일반적으로 남들도 다 하는 정형화된 것이라고 말해질 때 안심한다. 도시화는 그래서 인간에게 안락을 주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욕망 표출을 최대한 정당화시켜주는 표준화된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나쁜 짓은 덜 나빠 보이니 말이다. 도시에서는 하루를 평생처럼 살고 전원에서는 평생을 하루처럼 산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맛이 끝도 없다. 그래서 도시 생활을 청산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어딜 가도 이처럼 쉽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전세계인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서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보수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일반 미국인들의 생활을 보고 한번 놀라고 그런 타 지역 미국인들이 뉴욕이라는 곳을 보고 놀라며 관광하는 모습에 한번 더 놀라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 등 미디어로 아는 미국은 뉴욕이고 전체 미국인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뉴욕을 제외한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도 잘 쓰지 않고 대부분 현금을 많이 사용하며 해만 떨어지면 모두 집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한다. 도시화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이제는 영국인이 아니라 '런더너'이고 미국인이 아니라 '뉴요커'인 것이다. 도시화가 진전되었다는 것은 그 도시의 시민들이 돈의 맛을 알고 돈 쓸 마음의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아서가 아니라 도시가 편리한 소비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경기에도 잘되는 산업이 있다. 소위 '월간 산업'과 '잔돈 산업'이다. 매달 자기도 모르게 돈이 꼬박꼬박 빠져나가도록 만들어 놓은 이동통신사 같은 회사들과 푼돈으로 기본적 욕구를 풀어주는 편의점 체인 같은 회사들이다. 모두 도시 생활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손쉬움'을 파는 회사들이다. 손이 쉬워지는 맛이 바로 돈의 맛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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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안락함으로 포장해주는 역할을 하는 도시화의 첨병 <편의점 시스템> <사진출처: 구글>



[정민우 청년의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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