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많이 부족해요

대학 와서 알았어요

  • 입력 : 2018.04.24 10:42:46    수정 : 2018.04.24 18: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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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 카이스트 합격!

“선생님 어느 곳으로 갈까요?” 세상에 살다가 보니 서울대와 카이스트 두 학교 동시에 합격한 제자가 생겼다. 합격한 본인보다 더한 희열을 느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토론에 관심이 많다며 총 20명 중 오로지 혼자만 남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3년을 다녔던 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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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유독 조용하고 말수도 적어서 과연 3개월을 다닐 수 있을까 의심을 했던 친구다.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토론 배틀 시간만 되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까지. 평소 게임과 시사 주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사 토론 수업을 받으면 게임하는 시간을 좀 줄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어머니가 아들 의견과 상관없이 수업을 신청한 것이다.

“서울대 가니 어때 좋아”

“그럼요 제가 늘 오고 싶었던 학교였는데요”

혹시나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가 죽진 않을까? 실력이 차이가 나진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는데 제자에게서 뜻밖에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제가 중학교 3년을 토론 수업 후 제일 행복한 게 언제 줄 아세요?”

“글쎄”

“대학생이 된 지금요”

제자의 대답은 의외였지만 알 것도 같았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그럼 대안은 뭘까?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한 가지 토론 주제가 정해지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왜? 라는 질문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정해진 정답은 없다. 단지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그 문제를 분석하고 자료를 찾고 논리적으로 정리한 후 그에 맞는 결과를 도출할 뿐이다.

일방적으로 암기 위주의 교육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이 토론 수업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토론의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한다. 대학을 진학하는 순간 그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대학 진학 후 친구들과 소통, 배려, 경청하는 습관이 얼마나 본인에게 큰 장점이 되는지 알게 됐다는 제자들이 많다.

토론이 꼭 필요한 수업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3년 이상 할 수 있었다는 제자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수업 준비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까지 모두 학생들의 몫이므로 서로 배려하고 협업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토론 수업은 절대 오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습관이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3~4년간 수업하면서 얻은 경험과 습관은 결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대학을 진학해보니 친구들이 생각하는 폭이 너무 좁아서 깜짝 놀랐다는 제자들부터 발표를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오히려 자신이 학점 받기가 유리해졌다는 제자들까지.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서 친구 따라, 남들이 하니까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수업으로 인해 제자들은 지금 행복하다. 그 결실을 맞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애들이 살아갈 미래는 나 혼자 잘하면 되는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성장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선 배려와 협동이 우선시 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요즘처럼 체력적으로 힘들 땐 제자들의 피드백은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선생님 수업 오래 하셔야 돼요” 100% 진심이 아니라도 좋다 난 행복하다.

[김서영 토론의 기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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