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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라라의 라틴인사이트] 멕시코에서는 망고에 00을 뿌려 먹는다?

  • 입력 : 2018.03.14 09:39:08    수정 : 2018.03.14 18: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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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떡볶이, 매운 치킨, 매운 갈비찜, 매운 족발, 매운 돈가스까지. 굳이 맵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음식에도 '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러다 어느 날 매운 초콜릿, 매운 커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겠지만 이토록 매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성행하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일부러 매운 음식점을 찾을 필요도 없이 일상에서 늘 매운맛을 즐기는 나라가 있다. 바로 멕시코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멕시코의 매운맛을 종종 경험해왔다. 고추 피클 '할라피뇨', 일명 핫소스라 불리는 '타바스코' 소스, 그리고 '하바네로'를 원료로 한 과자와 라면까지. 생활 속 멀지 않은 곳에서 멕시코의 매운맛을 만날 수 있다. 할라피뇨’, ‘타바스코’, ‘하바네로’ 이 세 가지는 모두 멕시코가 원산인 '고추 품종'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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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네로 고추 by Gordon Joly, flickr(CC BY-SA 2.0) (출처: https://flic.kr/p/4RE2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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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스코 소스 (출처: 픽사베이) 멕시코 음식에 대해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추'이다.

멕시코 음식에 대해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추'이다.

멕시코에는 어림잡아 100개가 넘는 품종의 고추가 있다. 종이 다양하니 맛도 다양하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등재(1994년) 되었던 ‘하바네로’처럼 죽음의 매운맛을 내기도 하고 마치 과일처럼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것도 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고추는 콩, 옥수수와 함께 기원전 7000년경 고도가 높고 기온이 적합한 메소아메리카 지역(현재의 멕시코 남부~코스타리카 북서부)에서 경작하여 재배한 최초의 작물이다. 이러한 지리학적 영향으로 그들은 자연스럽게 고추를 먹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무려 1만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추는 그들의 식문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식용의 역사만큼 멕시코에는 고추의 매운맛을 즐기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돌기도, 때로는 상상 불가한 맛의 괴상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멕시코인들이 매운맛을 맛있게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멕시코에서는 망고에 고춧가루를 뿌려먹는다?”

망고뿐만 아니라 모든 과일이 이 조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열대 과일이 풍부한 멕시코에서는 길거리에서 먹기 좋게 자른 과일을 막대나 컵에 담아 파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본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소스를 첨가할 수 있다. 여러 보기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고춧가루. 생각보다 그 맛은 나쁘지 않다. ‘단짠단짠’이 왜 그리 우리 입맛을 자극하겠나. 달콤함과 매콤함. 상반된 두 가지 맛의 조합은 상상 그 이상의 매력적인 하모니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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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거리 상점의 망고 by Mario Paredes, flickr(CC BY-NC 2.0) (출처: https://flic.kr/p/y8QhN)

멕시코식 고추장 “살사 베르데 Salsa Verde”, “살사 로하 Salsa Roja”

스페인어로 ‘살사 salsa’는 ‘소스’, ‘베르데 verde’는 ‘초록의’, ‘로하 roja’는 ‘빨간’이라는 뜻이다. ‘살사 베르데’, 말 그대로 ‘초록 소스’는 파란 고추를 재료로 만들고, ‘살사 로하’ 즉 ‘빨간 소스’는 빨간 고추와 토마토를 재료로 해 만든다. 우리나라의 고추장과 비교할 수 있을까? 특별한 조리 없이도 한 술 떠 밥 한 공기 쓱쓱 비벼 먹는 고추장처럼 어떤 요리에도 기호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다. 언제나 주방 한편에 자리하는 것, 손맛과 레시피에 따라 집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것도 비슷하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멕시코 음식 ‘타코’나 ‘부리또’, ‘나초’를 먹을 때도 물론 곁들일 수 있으며, 이 두 소스를 베이스로 한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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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 베르데를 얹은 타코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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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 로하 만드는 과정 (출처: 유영보 제공, 멕시코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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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레예노 by jpellgen, flickr(CC BY-NC-ND 2.0) (출처: https://flic.kr/p/767cVp)

멕시코에도 고추전이? “칠레 레예노”

‘칠레 레예노 chile relleno’는 ‘속을 채운 고추’라는 뜻이다. 치즈와 고기, 옥수수 등으로 속을 채워 굽거나 튀긴 요리이다. 접시에 낼 때는 다른 소스를 곁들이기도, 곁들이지 않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보통 손바닥만 한 대형 고추를 사용하지만 크기만 커졌을 뿐 우리나라의 고추전과 생김새는 비슷하다. 따끈따끈하게 부쳐내는 족족 자꾸만 손이 간다. ‘멈출 수 없는 맛’이라는 점도 닮아있다.

옥수수, 선인장과 함께 고추는 멕시코의 상징이다. 단순한 농작물의 개념을 뛰어넘어 그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1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깊게 뿌리내린 채 정복과 독립, 전쟁과 평화의 순간들을 모두 함께 했다.

멕시코인들은 말한다. “그들이 이 땅에 있기 전부터 고추는 항상 이곳에 있었고 그들이 이 땅에 없을 때에도 고추는 여전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국선아(끌라라) 중남미 지역학 박사과정/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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