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아주 멋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미지의 사람이 되자

  • 입력 : 2018.02.05 10:40:16    수정 : 2018.02.05 20: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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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다섯 살 무렵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사람들이 나오는 게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 작은 상자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나름대로 추리한 결과, ‘소인국 사람들’이 몰래 그 상자 안에 들어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텔레비전 뒤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밤에 나 몰래 들어가는지 궁금해서 밤잠을 안 자고 버티기도 했다.

하루는 엄마가 시장 갈 때 따라가지도 않고, 집에서 잠복근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내가 떡하니 지키고 있어서인지 소인국 사람들이 그 상자 안으로 몰려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그날은 텔레비전이 안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저녁 6시가 되자, 소인국 사람들은 보란 듯이 화면에 등장했다.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나에게 부모님이 소인국의 비밀을 설명해 주셨다. 가느다란 전선으로 연결된 전기를 통해 그들이 화면에 나온다고 말이다. 나는 또 다시 소인국 사람들이 몸을 가늘게 말아서 가느다란 전깃줄 속으로 차례차례 들어가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건 더욱 힘들어 보였다.

소인국 사람들은 상자 안에 들어가면 우리와는 모든 게 달랐다. 멋진 외모에 입는 옷도 세련되고, 말도 멋지게 했다. 맨 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총알 한 방으로 여러 명을 죽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아주 멋지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세계’였다. 당시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자신을 그들과 동일시해서 울고 웃고 하였다. 지나치게 감정에 몰입한 결과, 실제로 화면을 망치로 부수는 사람도 있었다. 화면 속 악당을 죽이겠다고 말이다.

얼마 후 커다란 나무 상자 흑백 텔레비전은 컬러로, 또 고화질 입체 화면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이제 그 소인국들은 상자 밖으로 튀어나왔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아르는 현대사회를 시물라시옹의 세계, 즉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했다.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을 이 시물라시옹의 세계 즉, 텔레비전 속 소인국 사람들의 ‘멋지고 뭐든 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외모를 한껏 치장한 모습들, 각종 매스컴과 SNS 속 세계, 증강현실게임 등 말이다. 그 세계가 실재와는 다르지만 상관없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퍅퍅한 현실보다는 멋진 기분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여자들은 자신의 맨 얼굴보다는 제대로 화장하고 포토샵까지 한 얼굴이 자신의 진짜 얼굴이라고 믿고 싶다.

‘얼굴만 예쁘면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그런 가사가 나오면 뭐라고 할까?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만나고 이미지로 답한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속으로는 정신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내가 남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처진 입 꼬리가 생각난다면 어떨까? 아마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누군가를 떠올렸는데 미소를 머금은 입술과 맑은 눈동자가 생각났다면 어떨까? 그는 분명 온화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시간을 두고 사귀면 알 수 있겠지만,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현대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SNS와 같은 온라인상의 이미지는 더욱 중요해진다.

어차피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되도록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보자. 우선 사람들이 나를 보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것인지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 이미지가 ‘아주 멋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의 이미지라면 참 다행한 일이다.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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