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표정만 바꿔도 인생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

  • 입력 : 2018.02.01 10:24:37    수정 : 2018.02.01 21: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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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알렉 볼드윈과 맥라이언이 주연을 맡은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영화가 있었다. 맥라이언이 알코올 중독자로 나왔는데 한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부인은 남편이 자주 출장을 가는 바람에 외로워서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 부인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하는 대사가 있다. “엄마는 수천 가지 표정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지.”

그러나 알코올 중독으로 마음이 피폐해진 부인은 이제 무표정한 모습을 보이거나 사나운 표정만을 짓는다. 남편은 ‘요리를 잘했었지. 아니면 얼굴이 예뻤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했던 부인의 표정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표정은 위안과 기쁨을 준다.

때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학교에서 말하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내가 심사위원을 맡게 되었는데, 우리 반 아이가 출전했다. 나는 맨 앞에 앉아 그 학생이 평소 연습한 것을 제대로 발휘하는지 열심히 체크했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을 너무 초과하는 게 보였다. 자연스레 내 표정은 일그러졌고, 시간이 지연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린 학생이 내 의도를 알 수가 없었나 보다. 오히려 당황하다가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다.

그날 나는 그 학부모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아야 했다. 내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긴장한 나머지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초과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다고 어필했지만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온화한 미소를 짓거나 무표정이었으면 시간은 넘길지언정 끝까지 잘 하고 내려왔을 텐데 말이다.

이처럼 사람의 표정이 주는 효과는 크다. 앞으로 로봇이 기능적인 면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사람의 표정만은 따라 하기 힘들 것이다. 사람의 마음과 연결된 얼굴 표정의 신비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침에 엄마가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를 깨운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이불을 휙 제친다. 그때 비로소 일어난 아이가 엄마 얼굴을 보게 된다. 그때 화남과 걱정스러움이 60:40으로 적당히 섞인, 엄마의 표정을 보고서야 사태를 알아챈다.

로봇은 어떤가?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이불까지는 제칠 수 있지만, 적당한 비율의 표정까지는 지을 수가 없다. 아이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비스 직종에서 표정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로봇을 직원으로 두려면 앞으로 관상 전문가가 로봇 회사에 취직해야 될지도 모른다. 되도록 인상이 좋고, 사람처럼 표정을 짓는 로봇을 만들려면 말이다.

얼마 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내한했을 때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미소가 화제가 되었다. 원래 잘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서 영부인 로봇설까지 있었을 정도인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아이돌 스타에 환호하는 모습에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준 것이다. 그 뒤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영부인에 대한 호감도가 쑤욱 올랐다고 한다. 때론 얼굴 표정이 주는 메시지가 여러 마디의 말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이는 것 같다.

무심코 짓는 내 표정에 누군가 상처를 입었는지 점검해 보면 어떨까? 평소 무의식적으로 찍힌 스냅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진에서 인상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나를 매일 보는 가족을 생각해 보자. 서로 찡그린 얼굴을 보여준다면 비슷하게 닮아갈 확률이 높다. 반대로 가족에게 미소 짓는 습관을 들인다면 밖에 나가서도 자연스레 미소 짓는 사람이 될 것이다. 미소 짓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행복하다. 표정하나만 바꿔도 인생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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