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한국인의 조급함은 미간 주름을 부른다?

  • 입력 : 2018.01.25 09:45:00    수정 : 2018.01.25 20: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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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10년 전 상해에서 살 때의 일이다. 내가 어눌한 중국어로 말을 하면 중국인들이 깜짝 놀라면서 나에게 말했다. 중국인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래서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더욱 놀라는 것이었다. 하도 여러 번 그러니까 나중에는 내가 한국인처럼 생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한국 아줌마들이 옷을 화려하고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

요즘은 중국인들도 화장을 많이 하고 옷차림도 세련되어졌지만, 그 당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에 비해 훨씬 세련된 화장과 옷차림을 하고 다녔다. 그에 반해 나는 늘 일에 쫓기느라 덜 꾸미게 되니 수수하게 보인 것이다. 즉 좋게 말해서 수수하지만 세련되지 못하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한국인들은 왜 매일 화가 나있느냐고 했다.

실제로 내가 살던 아파트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유럽인과 미국인, 일본인들이 섞여 살았다. 그 아파트 공원에 가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10년 전 당시만 해도 한국인들은 유독 빨리 걸었다. 외국인들이 강아지들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강아지들이 땅에 코를 대면 줄을 잡아끌면서 빨리 가도록 하는 식이었다. 그런 조급한 모습이 다른 나라 사람들 눈에는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나 지난 지금은 한국인들이 이전에 비해 조금 느긋해진 것 같다. 주변만 둘러보아도 반려견과 여유 있게 산책하는 모습들이 전에 비해 눈에 많이 띈다.

조급한 마음은 무엇을 통해 나타날까? 시간에 쫓겨 짜증을 내면 양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고작 한두 번 짜증을 냈다고 해서 곧바로 주름이 되지는 않는다. 자꾸 반복되는 짜증은 인상을 쓰게 만들고 자리를 잡아 결국 굵은 주름이 된다. 한 사람의 주름은 그 사람의 연표와 같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성종 대의 법전 편찬, 정조 대의 수원성 축조 등등을 나타낸 표 말이다. 사람의 주름도 대체로 어느 시기에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양미간의 주름과는 반대로 눈가에 생기는 주름은 웃어서 생긴 것이므로 좋은 주름이다. 마침 지나가는 트럭에 부착된 광고 사진을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미녀가 커피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요즘처럼 전 국민 얼굴의 포토샵 시대에 눈가의 주름이 살짝 눈에 띈다. 일부러 남겨둔 것 같은데 진정한 프로가 작업한 듯하다.

눈가의 주름을 왜 남겨두었을까? 눈가의 주름은 그 광고 모델이 지금까지 살아온 연표다. 함박웃음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서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따라 웃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자꾸 웃으니 눈가에 웃음 주름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도 이 주름을 인위적으로 없애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면 좋겠다.

우리는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얼굴에 기록하고 저장한다. 하루를 짜증으로 끝냈다면 그날은 수지가 맞지 않는 장부를 마감한 것과 같다. 성경에서는 그날의 화를 다음 날까지 쌓아두지 말라고 한다. 그때그때 화를 풀어서 산뜻한 기분으로 다음 날을 맞이한다면 분명히 좋은 인상의 사람이 될 것이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분의 말씀이 한국인들은 어디서든 눈에 띈다고 한다. 옷차림이 세련되어 있고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잘 웃지 않아서 더 눈에 띄는데, 같은 한국인을 마주쳐도 웃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지에서도 대부분의 한국인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디 어디를 다녀왔다는 증거를 마련하려고 말이다. 이런 조급함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미소를 짓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한국인의 조급함은 조급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조급한 표정을 만든다. 인상이 나빠지는 것이다. 알고 보면 누구나 인상이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우리도 이제 좀 여유를 갖고 살면 어떨까?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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