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젊은이’ 부럽지 않은, 멋진 ‘중년이’가 되자

  • 입력 : 2018.05.10 11:36:31    수정 : 2018.05.10 21:45:5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 출처: 픽사베이



중년 이후의 아저씨, 아줌마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입을 꾹 다문 꼰대 스타일의 남자와 양 볼 주위에 심술보가 주렁주렁 매달린 여자가 떠오르는가? 만약 내 얼굴이 둘 중 하나에 해당된다면 서글픈 일이다.

반대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은발의 노신사나 인자하고 해사한 표정의 할머니 얼굴이 떠오른다면 잘 살아온 인생이라 느껴질 것이다. 내가 자주 참가하는 모임이 있다. 주로 중년층이 주축이 되었던 모임인데 최근 20대나 10대가 가입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분위기의 모임으로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좋은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50, 60대 이상의 회원들이 꼰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빠져나가는 바람에 젊은 사람들 위주의 모임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주던 ‘지혜자’가 사라져 문제 해결이 어려워졌다. 이럴 때는 인생의 경륜을 무시하지 못한다.

젊은 시절에는 유동지능이 높다. 즉 암기 능력이나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유동지능 대신 결정지능이 높아지는데 이는 융합하는 능력과 통찰 능력이 발휘되는 지능이다.

이 때문에 회사에도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치매의 위험성도 많지만 그 점만 예방한다면 오히려 노인이 젊은이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지성을 발휘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어느 유명한 박사는 70대 나이에 새로 입학한 대학 학부 과정에서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관리만 잘 하면 젊은이들 못지않게 노년에도 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수명이 대폭 늘어난 만큼 자연이 주는 혜택이다.

수명이 늘어난 것을 실감하는 곳은 장례식장이다. 전에는 노인의 장례식장에 가게 되면 주로 70세 전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80세 중반 이후가 많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100세 시대라고 해서 치매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자신의 지혜에 기대를 걸면 어떨까?

성경에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의 죄가 심해지자 하나님이 극단의 조치로 사람들을 홍수로 벌하시는 내용이다. 놀라운 것은 노아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배를 만들었을 당시 나이가 500살 정도였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앞뒤로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있을 테지만 어떻게 그 당시 기술로 혼자서 배를 만들었는지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노아가 살던 당시의 평균 나이를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즉 그 당시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천 년 가까이 살던 시대였다. 자연히 한 개인에게 많은 지식과 지혜가 축적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로 여러 가지 기술을 소유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못하는 것이 많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힘을 쓰는 일이나 빠른 속도의 업무에 한해서 그렇다. 실제로는 삶의 지혜로 인해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더해져서 오히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노아는 직접 나무를 자르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일을 시켰을 것이다. 대신 총괄적으로 감독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할 일을 지시하지 않았을까?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보면 나이가 드는 것을 더 좋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것만 보라는 것이지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말만 들으라는 것이지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가지 말라는 것이지요.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랍니다. 정신이 깜빡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고,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삥 하고 돌아버릴 거래요.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지요.’

‘꼰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여기저기서 욕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항상 귀를 크게 열고 온화한 표정의 노인으로 나이들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게 달린 것이다. 오늘도 이 땅의 많은 ‘중년이’는 나이가 드는 것에 감사하면서 ‘긍정의 표정’으로 하루를 잘 살았는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허윤숙 작가/교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