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공감 능력이 필요한 시대, 공감하면 알 수 있는 것

  • 입력 : 2018.04.27 15:39:19    수정 : 2018.04.27 22:46:4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출처: 픽사베이



‘아담 패치스’라는 영화가 있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의술보다 인술이 중요함을 감동적인 장면들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의사들의 의료행위는 성역이라 인식되어 일반인들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환자들이 의사의 수술에 대해 맘에 들지 않으면 여러 가지 형태로 그 불만을 드러낸다.

최근 연예인의 의료 과실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만은 주로 병원, 의사에 대한 서운함에서 비롯된다. 의사들도 이제 환자를 대할 때 공감하고 위로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즉 공감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 같은 직업이라도 공감 능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간호사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의료처치나 단순히 돌보는 능력을 넘어서서 환자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질 수 있다면 단순 간호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에 대형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그만 둔 지인이 있다.

그녀는 중환자실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것을 힘겨워했는데 무엇보다 조직 안에서 부속품처럼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녀는 죽어가는 환자가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환자 귀에 꽂아주기도 했는데 그런 행동은 선배 간호사들에게 빈축을 샀다. 더 시급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시급한 일들이란 뭘까? 주사기를 뺀다든가 차트에 이런저런 내용을 기록한다든가 환자를 침대에서 옮긴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앞으로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환자가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알아보고 그것을 찾아서 직접 귀에 꽂아주는 일, 그리고 곁에서 대화를 한다든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무엇보다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일 등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간호사는 지방대학 출신으로 입사 시험 때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경쟁력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무기는 다름이 아닌 미소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웃는 상이었다.

그 습관은 면접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면접관들의 질문에 상냥한 어투로 답변하면서 미소 짓는 바람에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간호사를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들려줄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항상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온화한 성품이 간호사로서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앞으로 기계화, 로봇화가 진행되더라도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다수의 직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수 있다. 대신 같은 직업 안에서도 인정받는 부분이 달라질 것 같다. 예를 들어 전에는 주사를 잘 놓는 간호사가 최고였다면 앞으로는 말투가 다정하고 누구보다 따뜻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간호사가 크게 호평을 받을 것이다.

전에는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를 알려주는 강사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들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빅 데이터를 이용해 훨씬 잘 할 수 있다. 대신 앞으로는 학생들의 시험 고민을 들어주고 정신적인 위로까지 해 줄 수 있는 강사가 인기를 끌 것이다.

실제로 친구 딸의 경우가 그렇다. 현재 친구의 딸은 특목고에 다니고 성적도 우수한데도 고액 과외 교사에게 과외 지도를 받고 있다. 다 아는 내용이라서 한동안은 과외를 그만 둔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그 교사를 찾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교사가 공부를 가르친다기보다는 공부에 지친 수험생에게 선배로서의 조언, 내지는 정신적인 안식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2시간 넘게 자신의 수험생 시절의 에피소드만 이야기하다 가는 적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친구의 딸은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해져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액 과외 교사가 가르친다고 해도 결국 공부는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면 공부하기가 힘드니 위로자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공감을 잘 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지 간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공감 능력은 무엇으로 표현되는가? 바디 랭귀지와 얼굴의 표정, 목소리다. 지금은 ‘물질주의 시대적 가치’가 ‘후기 물질주의 시대적 가치’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이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정신적 가치가 쉽게 나타나는 곳은 얼굴이다.

남들이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슬픈 눈동자, 기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지어주는 온화한 미소는 열 마디 말보다 위력이 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상관이 없다. 그 일을 더 잘하려면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늘 하루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나의 얼굴과 미소로 위로를 받았다면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허윤숙 작가/교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