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좀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되나?

  • 입력 : 2018.04.20 11:34:32    수정 : 2018.04.20 19: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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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전에 읽은 칼럼들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아랫집 할머니가 밤에 소음이 났다고 화를 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집에서 난 소음을 오해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정작 소음을 낸 이웃에게는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할머니가 하신 말씀은 더욱 상처가 되었다. “애기 엄마가 인상이 너무 친절해 보여서 그래. 만만해 보이니 내가 너무 말을 막 했나 보네.”

‘친절한 사람은 만만하니 막 대해도 좋다는 건가?’ 하는 생각에 회의가 들었다는 내용이다.

“너, 그렇게 웃고 다니면 만만하게 보지 않니?”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 자체가 웃는 상이어서 항상 헤벌쭉 웃고 다니는 사람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소릴 듣고 싶어서다. 이성적인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기업인은 송사에 자주 휘말린다. 근로자들이 걸핏하면 데모를 하고 소비자들이 고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최대한 보상을 해주고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쓰곤 했다. 사실 그 회사는 다른 회사에 비해 근무 환경이 좋고 제품의 품질이 뛰어난 곳이다.

그런데 그렇게 송사에 휘말리는 이유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인간적이고 또 결과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회장에게 좀 깐깐하게 굴라고 말한다. 그때마다 회장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물론 내가 비인간적으로 해결하고 깐깐하게 굴면 나쁜 사람들이 악용하는 사례는 줄겠지만 좋은 사람도 오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나는 몇몇 나쁜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버릴 수는 없다.”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우리나라 속담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다. 구더기가 무서우면 맛있는 장을 먹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건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토피가 생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너무 청결한 환경이다. 위생에 있어서의 지나친 결벽주의가 유익한 균도 함께 죽이는 상태로 만든다. 너무 맑은 물에 고기가 살 수 없듯이 너무 깐깐하면 좋은 사람도 모여들지 못한다.

너무 깐깐하지 않고 적당히 드나들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 대문 역할을 하는 곳은 과연 어딜까?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이다. 그 누구도 한 사람의 손톱이나 등 또는 머리카락을 보고 그 사람을 가까이 할지 말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그 사람이 풍기는 인상, 분위기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인상이 좋아지려면 만만하게 웃고 자주 말을 건네야한다. 그때 다가오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 나에게 해로운 사람도 있고 유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 있어서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 바탕색이 처음부터 너무 어두우면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어두운 그림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하얀 바탕 위에서라면 비로소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때론 검게 칠한 숲을 그릴 때도 있다. 또 일곱 빛깔 무지개로 채색할 때도 있다. 어떤 그림의 경우 도무지 무슨 색인지 알 수 없다. 그런 그림이 그려지던 시기는 아마 인생 최대의 혼란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바탕색이 환한 그림은 전체적으로 조화된 모습으로 보인다.

동양화에는 여백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 하얀색이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여유가 있는 인간관계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때 ‘나’라는 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젊은 시절에는 특히 인생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느라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밑그림을 잘 그려 놓아야 잘 살 수 있는지 말이다. 직업부터 배우자까지 고민을 거듭한다. 문제는 그 계획이 빗나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2009년 한국에 왔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젊은 나이에는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습니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해 보세요. 실수는 필연적이겠지요.

하지만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실수가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실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산을 만드는 멋진 창구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트위터의 사훈은 ‘내일은 더 멋진 실수를 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조금 만만하게 보이자. 실수도 사랑하자.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밝은 바탕색과 어우러져서 모두 아름다운 색으로 느껴질 것이다.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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