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당신의 인상을 인상하라!’

일상에도 ‘팔꿈치 찌르기’가 필요하다

  • 입력 : 2018.04.12 11:43:01    수정 : 2018.04.12 20: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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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30년 전 쯤 유행했던 음료 광고가 있다. 젊고 매력적인 여자가 남자 친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장면이 나오는 광고다. 이 광고를 따라한 커플들 때문에 남자들 옆구리가 퍼렇게 멍이 들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 이 한 장면으로 그 여배우는 유명해졌다. 그리고 톡 쏘는 여배우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나 보다. 광고를 통해 ‘옆구리를 슬쩍 찔린’ 남자들은 그 탄산음료를 수시로 벌컥벌컥 마시곤 했다. 그 음료 회사는 한마디로 ‘옆구리 찔러 절 받기’가 아니라 ‘옆구리 찔러 돈 벌기’를 한 셈이다.

팔꿈치로 쿡 찌르는 행동을 영어로 ‘넛지’라고 한다. 그리고 이 ‘넛지 이론’이 몇 년 전에 책으로 나와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되었다. 원래 이 이론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의 용어로,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유연한 방식의 선택 설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이론을 만든 시카고대 교수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는 2017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이론은 선택의 자유가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바람직한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팔꿈치를 찌르는 행위는 사람들의 주의를 가볍게 환기시킬 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도덕성이나 흥미를 자극한다. 미국 미네소타 주는 세금 체납자에게 보내는 고지서에 “주민의 90% 이상이 이미 세금을 납부했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그러자 처벌 관련 문구를 담았을 때보다 납세율이 훨씬 높아진 것도 넛지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빈민가 아이들이 손을 씻지 않아 병균에 노출되자 이 넛지가 위력을 발휘했다. 투명한 비누 안에 장난감을 삽입해 아이들이 스스로 손을 씻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발병률을 70%까지 낮추었다. 우리나라 대전 지하철역의 임산부 전용 좌석에는 인형이 놓여 있다. 이 자리에 앉는 임산부가 인형을 무릎에 안고 있으면 자세가 더 안정되기도 하고, 일반인이 그냥 앉기 민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 전에는 임산부 좌석에 앉는 사람이 많았다.

임산부 입장에서 보면 그 자리 앞에 서서 일어서라고 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임신 초기에는 신체상으로 눈에 띄는 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임산부가 아닌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일로 민원이 많아지자 나오게 된 아이디어다. 여기서 이 곰 인형을 임산부 좌석에 놓아두는 것도 ‘넛지’하는 것에 해당한다. 즉 주의를 환기시키고 흥미를 끌면서 자연스레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넛지’는 교육 현장에서도 많이 활용할 수 있다. 몇 년 전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우리 반에는 심한 욕을 하는 학생이 많았다. 아무리 혼을 내고 타일러도 아무 소용이 없기에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사물도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반 전체 학생들에게 각자 화분을 가꾸면서 칭찬을 해 주도록 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칭찬을 하면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욕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이 ‘넛지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하루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게 너무 힘이 들어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큼직한 칠판을 사서 거실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오늘부터 김치찌개 1인분에 5000원, 돈가스 7000원, 옷 세탁 3000원, 다림질 2000원 ※단, 1. 양말을 뒤집지 않고 제대로 벗어 놓는 사람 2. 이번 주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를 도와주는 사람 3. 자기 방 청소 잘 하는 사람 4. 밥 먹고 설거지통에 놓고 가는 사람은 공짜!’

예상대로 그 뒤로 각자 자기 할 일을 조금 더 의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아이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혼을 냈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항상 핑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 엄마가 참고 무조건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 준다면 아이들은 자립심 없는 아이들로 자라고, 엄마는 피로에 찌들 것이다.

일상생활에 넛지를 활용하면 어떨까? 일단 삶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또 불만이 있는 것은 적절한 넛지를 활용함으로써 자연스레 고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쨌거나 이렇게라도 웃으면서 사는 방법을 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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