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 닳도록’ 여행하고 싶은 그대에게

[마르가 닳도록 스페인어] 4월 23일에 숨겨진 스페인 이야기

  • 입력 : 2018.04.19 11:31:27    수정 : 2018.04.19 19: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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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학생들에게 4월 23일이 무슨 날 인지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 생일이요!”, “휴강하는 날이요!”, “스페인어 시험 보는 날인가요?”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답변을 연이어 내놓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변을 하는 학생을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날짜 아래에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는 달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출판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4월 23일은 바로 세계 책의 날(Día Internacional del Libr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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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독서 및 출판사업을 장려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1995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책의 날을 왜 하필이면 ‘스페인어 수업’에서 언급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날이 스페인과 크게 두 측면에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는 국경을 초월한 세계 문학사의 두 거장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바로 『돈키호테』의 저자인 스페인의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와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작가 셰익스피어(Willian Shakespeare)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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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흔히 우리가 문학작품 속 인물을 통해 인간의 유형을 나눌 때, 두 작가의 대표 작품 속 인물인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을 들어 설명하곤 하는데 동시대에 작품 활동을 하고, 세계 문학사에 있어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두 작가가 우연히도 같은 날 사망 하였다고 하니 4월 23일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별히 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 문화원(Instituto de Cervantes)을 중심으로, 4월 23일을 앞두고 ‘세르반테스 문화주간’을 열어 세르반테스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릴레이로 작품을 필사해보는 등 각종 문학 관련 문화 행사들을 조직하여 시민들과 작가를 기리고 추억한다.

세계 책의 날과 스페인의 두 번째 연관성은 이 날이 바로 카탈루냐(Cataluña) 지역에서 장미와 책을 선물하는 ‘산 조르디 날(Día de Sant Jordi)’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수호성인인 조르디가 사나운 용에게 붙잡힌 예쁜 공주를 용감하게 구해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이날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장미꽃을, 여자들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

카탈루냐 지역에서 열리는 일종의 ‘발렌타인데이’인 셈인데, 유학시절 함께 어학수업을 들었던 스페인 친구가 부직포로 장미꽃과 용을 직접 만들고 자수를 놓아 나에게 예쁜 공책을 선물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온 동양인 친구에게 자신의 지역 축제인 산 조르디 날을 소개하고 전설을 들려주었던’ 그 친구가 나의 이 칼럼을 보면 뿌듯해하지 않을까?

올해는 특별히 스페인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 ‘산 조르디의 날’을 기념할 수 있다. 카탈루냐 관광청이 오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 점과 서울로 7017 두 곳에서 ‘산 조르디의 날’ 행사를 연다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참여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스페인이라는 안경을 끼고 보니 ‘세계 책의 날’도 어쩐지 애정 어린 하나의 기념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올해는 가족, 연인, 친구들에게 장미꽃과 책을 선물하며, 또는 세르반테스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며 ‘사랑’과 ‘지성’이 흘러넘치는 4월 23일을 함께 보내보면 어떨까?

[곽은미/마르가 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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