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변호사의 둘이 되어 사는 이야기

이혼 사유인 외도!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바람일까?

  • 입력 : 2018.05.14 11:07:37    수정 : 2018.05.14 16: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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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내게 상담을 오시는 많은 분들이 배우자가 바람을 핀 것 같은데 심증은 있고 물증은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런데 막상 이분들이 갖고 있는 증거들을 살펴보면 민법 840조 제1호에서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부정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바로 간통과 부정행위의 개념차이에서 온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간통죄는 2015년에 폐지되었다. 간통죄란 배우자 외에 다른 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형법상 범죄였다.

즉,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차원에서 벌을 준다는 의미이며 쉽게 말해 배우자가 있는 자가 다른 자와 외도를 하면 ‘범죄자’가 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 배우자의 외도는 민사상 위자료 청구로 다룰 수 있을 뿐이다(간통죄가 있을 때에도 민사상 청구는 당연히 가능했다).

다시 말하면 과거에 간통죄로 상대방을 처벌하고자 했을 때에는 범죄의 구성요건인 ‘성관계’에 대한 증거가 필요했다. 형법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기에 그 입증은 매우 엄격하며 설사 모텔에 다른 사람과 들어가는 장면이 CCTV상 찍혔다고 하더라도 성교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때에는 성관계가 그 요건이 아니며, 성교에 대한 증거가 필요하지도 않다.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부정행위라 함은 배우자로서 정조의무에 충실치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이른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정행위로 인정된 사례들을 보면 이메일, 문자 등을 지속하며 서로에 대한 애정표시를 하는 경우, 성교는 하지 않았더라도 배우자가 있는 자가 다른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경우,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경우, 상식에 어긋날 정도로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배우자를 속이고 만나는 경우 등이 있다.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것은 상대방의 어떠한 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았고 그 인과관계가 있다면 성립하는 것이다. 이혼소송에서의 위자료청구도 이 불법행위의 한 유형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을 조각조각 맞추어 배우자로서 한사람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위자료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자에게 해야 할 법상 의무를 저버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배우자를 향해 “증거 있어?. 증거 가져와”라고 말하지 말자. 본인이 성실하게 정조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면서 상대방을 의처증, 의부증 환자로 내모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

물론 가정을 유지할 의사가 1%라도 있다면 말이다. “당신이 힘들었다면 미안해. 앞으로 노력할게”라는 한사람의 반성의 말로 새로운 시작을 열 필요가 절실한 가정이 너무나도 많은 요즘이다.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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