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변호사의 둘이 되어 사는 이야기

부모님을 모시는 조건으로 재산을 받은 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 입력 : 2018.05.02 13:28:45    수정 : 2018.05.02 19: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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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수년 전 허리도 잘 펴지지 않는 노인이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생을 폐휴지 등을 주워 그 돈으로 딸 둘을 모두 키우셨다고 했다. 자녀들을 그렇게 독립시킨 후 노후를 대비하여 오피스텔 한 채를 마련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고 스스로 몸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둘째 딸이 엄마를 모실 테니 자신에게 오피스텔 명의를 이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마침 딸이 이혼하여 혼자인 모습이 안타깝고 본인도 자신의 몸을 보살피기 힘들어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살림을 합쳤는데 그 이후에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몇 달도 채 되지 않아 어머니를 집에서 내쫒은 것이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모녀간에 큰 싸움을 하고 홧김에 내게 찾아오셨나 싶어서 노인분의 장녀와 통화를 시도해보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둘째 딸은 오피스텔의 소유권을 주장하였고 어머니랑 살 수 없다는 뜻을 언니에게 명확히 밝힌 상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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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화가 난 장녀가 어머니 재산을 다시 돌려놓으라고 했더니 법대로 하자며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님을 모시는 조건으로 재산을 받은 후 재산만 보유한 채 부모는 다시 내쫒는 경우를 법정에서 가끔 보곤 한다.

이 경우 법적으로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어머니를 모시는 조건으로 집을 증여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이 있다면 가능하다. 이 경우 민법상 일반적인 증여계약이 아닌 부담부증여계약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재산을 처분하면서 어떠한 조건을 달고 그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위 사건의 경우 부담불이행으로 증여계약을 해제하는 내용의 소장을 둘째딸에게 보냈고 소장을 받은 둘째 딸은 법정에 나가기가 부담스러웠는지 내 사무실로 연락을 취해왔다. 바로 소유권이전등기 해 줄 테니 고소를 취하 해달라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도 자신의 딸이 그렇게 나온다면 법정까지 서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혼해서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며 오히려 딸의 편을 드셨다.

어머니를 고려장하러 산에 가는 길에 넘어진 아들을 향해 “얘야 어디 다치지 않았느냐?”라고 했다는 옛날얘기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소위 ‘효도계약’이라고 하는 이러한 사안의 경우 부모 자식 간에 계약서까지 쓰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둘 간의 대화내용정도는 남겨두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 자식 간에 서로 보태주고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백건 중 한건은 이렇게 듣고도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허리도 못 펴시는 노인분이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찾아오셨을 그 마음이 한 해 한 해 지나며 더욱더 깊이 새겨진다. 어디선가 건강하시길.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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