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변호사의 둘이 되어 사는 이야기

80년대 생들의 흔한 성격차이 이혼

  • 입력 : 2018.04.23 10:14:00    수정 : 2018.04.23 2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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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사건을 수 백 건 진행한 나의 극히 주관적인 통계에 따르면 80년대 생들은 ‘성격차이’로 많이 이혼한다. 외도, 폭행 등의 특별한 이혼사유 없이도 그저 사는 게 힘들고 그럴 때 일수록 성격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기에 이혼소송을 하고 싶어 나를 찾아온다. 아주 걱정스런 얼굴로 ‘성격차이만으로 이혼이 되나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나는 이게 과연 성격차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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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exels



80년대 생들의 가장 흔한 고충은 ‘결혼 전 회사에서 인정받고 잘나갔는데 아이 낳고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육아는 나 몰라라 한다. 아이는 나 혼자 낳은 것 같다’는 것이고 가정에서의 여성들의 고충과 관련된 인터넷관련기사가 뜨기라도 하면 댓글은 그야말로 남녀가 대립한 전쟁터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80년대 생 남성들은 어떨까? 남성의뢰인들과의 상담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아이까지 나오고 나니 책임감에 너무 힘이 들어 더 잘해보려고 하는데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다 제가 부족하다고만 하니 결혼한 게 후회 되네요’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들려온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남녀의 차이, 성역할의 개념으로 접근해서 ‘남자들은 이기적이야’, ‘여자들은 불만투성이야’ ‘남자는 여자를 더 도와줘야해’라고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영리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80년대 생들의 흔한 성격차이 이혼은 사실 성격차이가 아니라 입장차이이혼이라고 봐도 무방한 듯싶다. 입장을 바꿔 남자가 육아에 전념하고 여자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차이가 그대로 나타난 다는 것을 많은 가정의 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간혹 이러한 가정의 이혼소송을 진행하곤 하는데 남녀만 딱 바꾸어 논 듯 한 상담내용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거래처와 중요한 미팅중인데 남편이 계속 애가보채 힘들다고 전화를 해요’라고 말하는 여자, ‘매일 밤 11시가 넘어 들어오면서 집에 오면 대화 한마디 없이 잠들어버려요’라고 말하는 남자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가슴에 뭉클한 것이 올라오곤 한다.

80년대 생들의 성격차이 이혼. 어떻게 보면 성격이 안 맞아 이혼한다는 것은 각 개인이 생각하는 이혼사유일 뿐, 어쩌면 그 원인은 이들이 육아든 경제활동이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역할을 선택할 수 없게끔 하는 차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편협한 법과 인식들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제도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

그래서 80년대 생들을 ‘끼인 시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부장적이고 남자만 주로 경제활동에 전념하던 기존세대와는 많이 다르지만 아직 제도적인 준비가 다 안 된 상태에서 돈도 벌고 육아도 하고 슈퍼맨,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80년대 생들. 그런데 또 작은 여유만 생겨도 전 세대 사람들보다 더 잘 즐길 수 있는 법을 아는 우리세대사람들. 그 힘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식 키우면서 웃으며 살고 있는 우리들.

80년대 생들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 법과 인식이 바뀌는 것을 기다리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육아문제의 정책적 해결을 가속화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아까운 젊고 예쁜 부부들이 해체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80년대 생들을 상담할 때 나는 그들에게 이런 얘길 하곤 한다.

“상황이나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분쟁이라면, 부부상담 절차를 거쳐보면 어떨까요?” 실제로 나와의 상담에서 한바탕 울고 나서 이혼을 재고하는 사람들도 있고,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에서 진행하는 부부상담절차 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제3자의 입을 통해 들으며 갈등이 조율되고 감정이 승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사건에서 승소했을 때보다 변호사로서 더 큰 보람을 느끼고 부부관계에 관한문제는 절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3자의 개입이 때로는 해결책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일과 육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작은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시대의 젊은 부부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부부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을 땐 꼭 도움을 청하라고.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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