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변호사의 둘이 되어 사는 이야기

지금 나는 이혼할 수 있는가

  • 입력 : 2018.04.02 10:36:52    수정 : 2018.04.02 18: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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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아가씨’때부터 변호사였다. 결혼도 안했었고, 당연히 아이도 없었다. “최 변호사님은 이혼사건을 너무 많이 하셔서 결혼하기 싫으시죠.” 라는 말을 매일같이 들었다. 그런데 고백하건데 그때는 한 번도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쾌감이 생긴 적은 없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과 관계가 존재하는데 특정 사건을 보며 결혼자체를 부정적 시선으로 본 다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 연애할 때 상대방의 모습을 다 보지 못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자주 들었었고 의뢰인 분의 더 행복해질 삶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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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프리픽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소위 ‘아줌마’가 되고난 후 이혼사건을 대하는 내 마음은 참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참 많이 바뀌었다. 결혼을 사랑의 결실로 보았던 시선이 사랑의 시작으로 보는 시선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될 것 같다.

결혼이라는 것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자꾸만 내 앞에 펼쳐지는 것. 그 과정에서 애인이었던 두 남녀가 서로의 새로운 모습,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가부모님과의 관계, 임신, 출산, 육아, 경제적 난관 등의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둘은 그 방식과 견해차이로 다른 길을 가게 되기도 하고 아니면 같은 길목에서 함께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20대일 때 이혼을 하러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할 때 상대방의 유책성에 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의 나는 가장 먼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이혼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어떠한 ‘상황’ 때문에 관계가 악화 된 건지, 이 관계를 다시 풀어나갈 실마리는 없을지 살펴보려한다. 내게 그걸 다시 풀어 낼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아직 마음에 잔뜩 미련과 후회가 남는 상태에서 이혼을 이야기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하시라고 주제넘게 이야기 하곤 한다. 많은 간접경험을 통해 ‘홧김에’이혼 하는 것이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수 있는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여러 관계와 상황이 실처럼 얽혀있는 결혼을 정리하며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여러 차례 질문해야 한다. ‘지금 나는 이혼할 수 있는가’ ‘이혼이 나를 더 행복해지게 할 것인가’ 말이다. 실제로 내 사무실 문을 열며 미소를 띠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웃을 수 있나 싶지만 이미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고 상황 또는 관계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1%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미 마음으로 이혼을 마친 사람들이다. 상대방과 한 지붕아래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두 다리 뻗고 잘잘 것 같다는 사람들. 내 기준에서는 완벽하게 이혼준비가 된 사람이다.

그러나 그 ‘준비’라는 것이 쉽지도 않을 것이며 성격에 따라서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혼을 결심한다면 최소한 이혼을 했을 때 아주 약간이라도 시원함이 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주 약간의 후련함도 없을 것 같다면 좀 더 노력해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노력이라는 것이 일방의 희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혹시 상대방도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의 응어리나 상대방의 마음에 응어리를 하나도 풀어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상대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여린 사람이었던 것은 아닌지, 나는 나를 바꾸려고 손톱만큼의 노력이라도 해보았는지. 결국은 상대보다는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아야만 화해도, 헤어짐도 더 쉽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책에 이르지 않을 정도만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희생에 이르지 않을 정도만 좀 더 노력해보고, 강요에 이르지 않을 정도만 상대방에게 나를 전달해봤으면 좋겠다. 이혼은 절대로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 절대로. 그러나 이혼을 하고 스스로를 더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것은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원망보다는 자책에서 나온다는 것을 내 직업적 경험에서 알게 되었다.

혼인관계를 지켜보려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면 절대로 자책하지 말자. 내 아이가 받게 될 상처는 절대 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절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때문이었던 것이니. 그러나 힘든 환경에서 도망치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나무랄 것을 열 번 백 번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나는 지금 이혼할 수 있는가.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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