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연재를 시작하며

  • 입력 : 2017.11.13 10:24:10    수정 : 2017.11.13 2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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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칼럼의 제목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 선생의 책 제목에서 가져 왔다. 팔순을 맞이한 작가가 자신의 에세이를 내셨는데 책 제목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이다. 너무 멋지지 않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팔순의 작가가 낸 책 제목이 너무 쿨해서, 나도 제목으로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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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여행’에 대한 칼럼 연재를 시작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출판사에 들어 오는 원고들의 대부분이 ‘여행기’라고 하더라.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다니고 쓴 여행기가 쏟아지는 세상에 또 여행이라, 칼럼이 무슨 파는 물건은 아니지만, 이것도 어떻게든 팔아야만 하는 것처럼 ‘어떻게 차별화를 하지’ 하는 장사꾼의 강박증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책방에 가도, 아니 그냥 집에서 TV만 켜도 여행할 장소에 대한 정보는 너무 많고, 가는 방법, 가야 하는 이유까지 너무 친절한 세상이다. 이런 것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마흔이 넘어 창업한 내 회사의 모토는 “We won’t add trash on this shitty planet (우리는 세상에 쓰레기를 더하지 않는다)”이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면서, 쓰레기가 안 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 끝 결론은 결국 업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말을 하는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박완서 선생처럼 여행과 삶, 문학, 철학 등 뭐 이런 거창하고 그럴싸한 한정식과 같은 진지 한 상을 차려 보고 싶지만, 이런 진지(眞摯)한 상은 필요 이상으로 이미 많지 않나. 특히 ‘인문학 열풍’이라는 뜬금없는 광풍이 부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신선로 옆에 단무지처럼 생뚱맞지만, 차라리 나 같은 장사꾼은 ‘업자의 시선에서 본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관광 명소를 자주 간다. 남들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해서 놀러 가는 곳들을 나는 일하러 간다. 남들은 일상을 떠나서 여행을 하고, 나는 일상에서 여행을 한다.

예전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 회사 직원들이랑 라스베이가스 포함한 미국 서부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동하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버스 앞에 서서 마이크 든 여행 가이드에게 물었다.

“우린 사무실에 쳐 박혀 일만 하다가 간만에 이렇게 여행을 왔는데, 선생님께서는 매번 이렇게 여행하시는 직업이니까 참 좋으시겠네요?”

그때 그 가이드의 대답이 이랬다.

“버스 앞으로 보고 가는 여행과 버스 뒤를 보고 가는 여행은 전혀 다릅니다.”

음......버스 뒤를 보고 가는 여행이라, 돈을 쓰러 가는 여행지와 돈을 벌러 가는 여행지는 같은 장소인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뭔가 여행인 듯 여행 아닌 여행 같은 일, 시선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이런 시선의 차이는 어떤가? 월급날은 기쁜 날, 기다려지는 날인가, 월급쟁이를 할 때는 나도 그랬다. 사업을 시작하고는 월급날은 전혀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다. 예전에 그리 더디 오던 그 날이 왜 요사인 어쩜 그리도 빨리 다가오는지, 아인슈타인 선생님의 상대성 이론을 절감하고 있다.

요컨대 여행에 대한 나의 시선은 다른 여행자와는 같지 않을 것 같다. 월급날에 대한 직원과 사장의 다른 느낌처럼,

업자의 시선에서 본 여행을 말하고 싶은 두 번째 이유는 전국 관광지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에 있다. 그곳은 전국 여러 시군의 관광과이다. ‘지역관광활성화’라는 중차대한 미션을 수행하는 작전캠프이다. 이곳에서 매번 작전회의를 한다. 관광과 공무원 선생님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여행객들을 더 많이 오게 할까(지역관광활성화)’, ‘어떻게 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할까(외국인관광객유치)’,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을 찾은 관광객이 하루라도 더 머물게 할 것인가(체류형 관광)’, 이렇게 ‘더, 더, 더’ 뭘 더하려고만 하는 미팅을 한다. 이러다 보니 내 밥벌이가 내게서 보통 여행자의 느낌, 여행이 주는 흥분, 뭐 이런 MSG는 많이 덜어 내 버린 것 같다.

음식을 평가하시는 분들도 미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는 소금을 전혀 드시지 않는다고 하더라. 더 나은 평가를 위해 스스로는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가 이렇고, 굳이 프로의 세계까지가 아니더라도 밥벌이가 가지는 무서운 파워는 우리 모두 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여행업이나 이와 관련된 서비스업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앞서 말한 관광과 공무원 분들처럼 자신들의 밥벌이가 여행과 관련된 분들, 버스 뒤를 보고 여행하시는 분들은 내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업자들의 눈으로 본 여행이야기, 앞으로 가볍게 봐 주시고, 가끔은 주제 넘게 박완서 선생님 흉내를 내서 삶과 여행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여기 연재의 제목인 “삶은 세상으로 온 짧은 여행이다”에 조금은 어울리는 칼럼)도 너그럽게 봐 주시기를 바라면서......

[박승하 댓츠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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