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진의 일본취업과 경제읽기

일본 취업활동규칙 폐지로 무엇이 바뀔까?

  • 입력 : 2018.09.18 10:56:54    수정 : 2018.09.18 18:27:3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한국에 경제인 연합회가 있다면 일본에는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이 있다. 지난 9월 3일 경단련의 나카니시히로아키 회장이 일본 채용시장에 파장을 몰고 올 중대 발표를 했다. 바로 '취업활동규칙'의 폐지와 관련된 것이다. 취업활동규칙은 신입직원의 일괄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규칙이다. 세계 2차대전 후 급진적인 경제성장의 2대 축이었던 종신고용, 연공임금제와 맞물려 일본형 고용시스템의 하나로 정착되어 왔던 규칙이다.

취업활동규칙이란?

규칙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듯 '취업활동규칙'은 지키지 않는다고 벌칙을 부과하는 등 법적 구속력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경단련의 가맹기업이라면 자주적으로 지켜 질서를 유지하자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취업활동 규칙에는 기업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나 채용면접을 시작할 수 있는 날짜, 내정(채용합격)일에 대해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취업 설명회는 3월 이후부터 시작하자, 면접은 6월 이후부터다, 합격자에게 내정을 공고하는 것은 10월 이후로 하자는 등으로 말이다.

취업활동규칙이 생긴 배경

그렇다면, 취업활동규칙은 왜 생긴 것일까? 전후 정계, 학계, 산업계가 공동협의하여 취직협정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협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폐지되었다. 대신 채용활동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1996년에 새롭게 윤리헌장이 만들어졌다. 당초는 내정일에 대한 규칙만을 정해두었으나 점차 취업활동의 조기화를 막기 위해 설명회나 면접일정을 규정하게 되었다.

경단련 회장의 취업활동 규칙 폐지발표

그러나 대학졸업자에 대한 신규채용 획득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에는 경단련에 가맹하지 않은 외자계기업 등이 취업활동 규칙에서 정한 3월 이전부터 채용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채용활동을 서두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단련 회원 기업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이들로부터 취업활동규칙을 재정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배경으로 경단련 회장은 학생들의 취업활동에 관한 지침에 대해 2021년 봄 입사대상자부터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표명한 것이다. 아직 경단련이라는 조직 차원의 결정이 아니므로 이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취업활동 규칙의 폐지 이슈화는 일본의 인구와 경제구조의 변화가 몰고 온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취업활동규칙의 폐지는 대졸 신입인재의 채용에 있어 특정시기 일괄채용 대신 365일 상시채용으로의 변화를 예고한다. 이것이 각 주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취업활동규칙 폐지가 각 주체에게 주는 영향

기업들은 앞으로 신입 직원의 채용에 있어 공채와 함께 상시채용의 비중을 늘려나가면서 365일 everyday 채용상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일괄채용과 수시채용의 차이는 100 페이지의 리포트를 한 달 안에 작성하는 것과 일 년에 걸쳐 작성하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상시채용을 통해 기업의 인사팀은 신입인재의 채용을 보다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진행하게 될 것이다. 채용이 상시화 되면서 인사팀은 인재획득을 목표로 연간 마케팅을 할 것이며, 이러한 채용 마케팅 활동은 제품의 PR과 브랜딩 수준으로 행해질 것이다. 한편, 기존 취업활동 규칙에서 정한 설명회, 면접일정, 내정에 대한 스케줄링이 인재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또한, 인재공급부족 상황에서는 보통 학생 1인당 다수의 기업에 내정을 받은 경우가 많은데, 취업활동 규칙의 폐지로 인해 채용활동이 조기화 되면 인재의 마음을 잡는 경쟁이 보다 극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내정된 인재가 입사를 포기하면, 기업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따라서 기업은 타깃 인재에게 합격증을 준 이후에도 학생들이 입사하기 전까지 이들을 팔로업하는 실질적인 방안과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측에서는 내정을 주기 전 장기인턴십을 통해 인재를 검증하는 기간을 둚으로서 채용 리스크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 같다. 또한, 그동안 리쿠나비 마이나비를 통해 일괄적, 대규모로 신입인재를 채용하던 관행이 점차 약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며, 상시 인력충원을 보완해주는 에이전트와의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상시로 채용하면 학생들도 상시 취업활동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취업활동을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정보를 수집하느냐에 따라 취업준비생 간 개별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본다. 자연스럽게 학생은 대학수업을 듣고 과제와 시험을 치르면서 인턴십, 서포터즈나 공모전 등 기업의 채용마케팅 프로젝트에 보다 활발하게 참여하여 관심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될 것이다.

학교 측은 취업활동 규칙 폐지 논란을 둘러싸고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이 취업활동으로 인해 학문에 전념해야 할 시간을 방해받고 대학들이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대학 본연의 활동에 변혁을 꾀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달갑지 않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대학은 실용적인 학과를 개설하고 취업 훈련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본의 인구구조를 고려해 보았을 때 고령자나 여성의 활약이 불가피해지고 있으며 근무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취업활동에 있어 일률적인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취업시장에 있어서의 시사점

이러한 변화가 한국 취업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국내에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기업측면에서도 고용창출보다는 적격 인재 채용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니즈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내 인재의 일본 취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본현지기업 취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위와 같은 일본 취업시장의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취업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일본취업의 경우 국내에서 준비 하거나 일본 현지에서 부딪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위와 같은 일본 취업 시장의 변화를 고려해 볼 때, 향후 일본유학 후 장기인턴십을 통해 일본기업 입사까지 골인하는 현지 준비형 패턴이 보다 유리해지지 않을까 싶다.

최근 부산, 경남, 안동 일대의 대학들 중 일본기업 취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대학들의 소식을 자주 접한다. 이들은 보통 이나 <청해진대학 프로그램> 운영기관에 발탁된 교육기관들인데, 이들은 적시에 유효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다수의 일본기업들 혹은 인재사업 에이전트와 상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며 정보루트를 긴밀화, 다변화할 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별 학생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대학 취업지원 센터 혹은 인재 사업 에이전트를 통해 일본기업 취업정보를 취득하는 것 사이의 정보격차가 커질 것이므로, 개인적인 서칭은 물론 기관을 통해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박시진 비즈니스아티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