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읽어주는 여자, 황정빈의 아트칼럼

[예술 읽어주는 여자, 황정빈] 근대 조각의 아버지 로댕의 지옥의 문과 발자크 상

  • 입력 : 2017.12.19 10:48:54    수정 : 2017.12.19 20:42:4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지옥의 문(La Porte de l'Enfer) -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출처-© RMN (Musée d'Orsay) / DR



근대조각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천재적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은 필자의 마음속에 예술가의 꿈을 꾸게 해준 영웅으로 남아있다. 처음 [지옥의 문(La Porte de l'Enfer)] 작품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 특유의 냄새를 잊을 수 없는데 어지러이 배열된 200여 명의 인물상들이 마치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특유의 한 덩어리가 되어 향을 내는 것만 같았다. 여기에 세월의 흔적을 거스르기 위한 수많은 보존제와 세척제의 냄새가 교묘히 뒤섞여 있었다.

1871년 프랑스 정부는 화재로 불 타 버린 감사원 건물 자리에 화려한 장식 미술 박물관을 건축하려 하였다. 기념비적인 조각으로 이루어진 문이 필요하였는데 이것이 [지옥의 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옥의 문]은 로댕이 1880년부터 생을 마감하는 1917년까지 제작을 위해 기나긴 여정을 지내온 만큼 그의 가장 중요하고도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로댕은 20년을 [지옥의 문]과 씨름했지만 작업은 끝내 미완성으로 남았다. 로댕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휘몰아치며 하나의 웅대한 결정체를 만들어내는 그의 힘은 강렬하다. 그는 창조의 순간에 느끼는 전율을 아는 예술가였으며 작품에 있어 쉽게 만족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고치고, 인물들을 끼워 넣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그의 삶과 영감을 기록한 일기로 작품을 승화시켰다.

로댕은 작품을 위해 단테의 <신곡>을 읽고 또 읽었다. 단테의 ‘지옥편’에 나오는 여덟 개의 원을 그리면서 단테와 1년을 함께 살기도 하였다. 그는 단테가 쓴 걸작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는 붓의 농담으로 수백 점의 데생을 그렸다.

작품은 높이 7.75m, 넓이 3.96m, 폭 1m의 직사각형의 대작이다. 생명과 숨이 불어넣어진 등장하는 많은 인물상들은 말년까지 로댕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했다. 문의 형태는 건축적 양식을 취했고, 르네상스의 장식미를 한껏 발휘하는 몰딩, 기둥머리등이 특징이다.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눈에 담아두고 은은하게 감상하여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발자크 상(Monument to Balzac) -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출처-©Wikipedia



로댕은 프랑스 문학협회에서 협회의 창시자인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의 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로댕은 그의 편지, 문학 작품, 초상화, 그의 치수까지 오랜 기간 연구하고 발자크 상을 만들었지만 결과물은 발자크 상을 전혀 연상할 수 없는 부랑자의 모습과 가까워 문학 협회의 비난을 받는다.

로댕은 위인을 묘사한 대다수 작품과는 다르게 그를 미화시키지 않았으며, 책이나 펜과 같은 그를 연상할 만한 뻔한 장치도 전혀 넣지 않았다.

로댕이 이렇게 발자크를 표현한 까닭은 발자크의 불행한 내면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명확한 정보 없이 작가가 거칠게 표현한 발자크 상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발자크를 상상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가 묘사한 발자크는 야수와 같은 모습이며 그가 부린 소설에 있어서의 권력과 권위를 나타내는 듯하였다.

이처럼 이전의 조각상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단순히 조각의 외형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상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는 점과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외부요인은 과감히 생략한 그의 기법 등에서 발자크 상은 근대적인 조각이라 평가받고 있다.

[황정빈 파르트 문화예술전문지 에디터]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