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읽어주는 여자, 황정빈의 아트칼럼

공허와 미덕의 예술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 입력 : 2017.09.19 20:17:29    수정 : 2017.09.19 2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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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Hebuterne with large hat – Amedeo Modigliani

2등은 보이지 않는 사회. 각자의 세상에 바쁜 사람들은 남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일은 더욱 드문 일이 되었다. 한 사람이 어느 분야에 일인자이거나 우승자여서 혹은 최고라고 인정받아야만 비로소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자신의 주관적 시야 없이 맹목적으로 사람들의 평판을 따라서, 사회의 권위 있는 자의 예찬을 받거나 그 칭송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이 새롭게 평가되기도 한다.

예술은 특히 등수나 획일적인 기준이 아닌 다양한 시각의 평가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시기에 존재하였을 때 사랑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피카소와 모딜리아니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인간의 삶이 정말 애석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그가 생존하고 있던 시대에도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다른 시대에도 최고라 인정받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를 주변으로 당대에 많은 예술가들이 있었다.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카임 수틴(Chaïm Soutine), 모이즈 키슬링(Moïse Kisling) 등이 프랑스 예술계를 장식하였다. 그 중 소개하고 싶은 화가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모딜리아니는 피카소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다.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진 것일까, 모딜리아니는 피카소와 같이 엄청난 재능을 가진 화가였지만 피카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재능을 알아차린 것은 아니었다. 모딜리아니는 그러한 고독과 가난을 술과 마약으로 떨쳐내려 하였다. 철학자의 피가 흐르는 그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하며 그림을 통해 표현해나갔다.

그와 그의 가족은 유태인이지만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었고,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자신의 아들이 예술가가 될 것이라 확신하였다. 잘생긴 외모와 매력적인 성격으로 그는 여성편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였다. 그런 그를 평생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살핀, 그의 뮤즈이기도 한 잔느 에뷰테른(Jeanne Hébuterne)이 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 잔느는 로마 가톨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젊은 미술학도였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불안하고 나태한 그를 보면서도 그의 재능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북돋아준 여성이다.

잔느 에뷰테른, 그녀는 모딜리아니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내가 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가늘고 긴 목, 길쭉한 얼굴이 우아하면서 어딘가 슬프게 보이는 잔느의 초상화, 모딜리아니의 작품이다. 그의 초상화의 대부분은 동공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많은 감정이 담긴 그 깊은 눈으로 말을 거는 것만 같다. 그에 의해 느껴지는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과 독특하며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는 색채가 묻어 나온다.

왜 눈을 그리지 않았냐고 묻는 잔느의 말에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진정한 눈동자를 그릴 수 있다고 대답할 것만 같은 모딜리아니를 상상해 본다. 후에 그는 당대 화가들과의 경연에서 잔느의 눈동자를 그린 초상화를 건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이 점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작품이 성공적으로 전시되면서 영국인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사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들은 특정한 사조에 속해있지 않지만 폴 세잔, 야수파, 입체파, 아프리카 미술 등 다양한 미술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뛰어난 데생력은 리드미컬하고 힘찬 선의 구성을 이루기에 충분하였고, 미묘한 색조와 무게감 있는 마티에르 등을 특징으로 하였다. 신이 그에게 가혹한 것인지 그에게 탁월한 예술적 재능을 주었지만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폐결핵을 앓게 된다.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작품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더욱 강렬하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이 시기의 작품은 잔느의 초상이 주로 이루고 단순미가 더욱 강조되며 전에 없었던 서정미를 엿볼 수 있다. 병세가 호전되는듯싶더니 그는 결국 결핵성 뇌막염으로 의식을 잃고 쓰려진다. 잔느와 그 둘 사이의 아이를 부양하지 못하고 지독한 가난을 안은 채 삶을 마감한다.

천국에서도 자신의 영원한 모델이 되어달라는 모딜리아니의 말을 따른 것인지 잔느는 모딜리아니를 따라 뱃속의 둘째 아이와 함께 투신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그들은 정말 비극의 로맨스 영화처럼 서로 격렬히 사랑했고, 작품이 한 예술가의 삶을 담아내듯 그를 닮은 아름답지만 쓸쓸하며 외로운 작품들을 남기고 떠났다. 잔느는 단순화된 모습의 긴 목을 가진 여성상으로 무한한 애수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그 영혼을 존재시키고 있다.

[황정빈 파르트 문화예술전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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