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읽어주는 여자, 황정빈의 아트칼럼

현대미술 이해하기

  • 입력 : 2017.09.05 14:57:15    수정 : 2017.09.05 14:57:5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Infinity Room – Yayoi Kusama © Yayoi Kusama/Yayoi Kusama Studio, Inc © Copyright 2017 The Broad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이해하기 어렵다, 특정인들만의 장르 같다’ 라는 투정을 듣곤 한다. 필자는 그들에게 쉬운 예시를 하나 건넨다. 축구나 농구와 같은 스포츠만 하더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룰을 인지해야 몰입하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보고 느끼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철학’인 시각 예술은 그 안의 의미를 읽고, 감상을 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미술 읽기를 시작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우선, 현대미술의 사전적 의미는 20세기 후반의 근대 미술을 일컫는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미술, 즉 근대 미술은 19세기 미술을 포함한 20세기 전반기까지의 미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대에 의한 규정보다는 큰 의미로 20세기 전반기에 일어난 현대미술이 전위적(前衛的)인 미술 운동과 함께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칸딘스키, 몬드리안, 말레비치, 들로네 등으로 대표되는 추상미술 운동, 바우하우스 운동 등이 그것이며, 이것 없이는 전후의 현대미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포인트라 하겠다.

따라서 그러한 의미에서 현대미술을 보다 포괄적인 20세기 미술 전반을 말하는 것으로 삼고, 필자는 그 주요한 흐름을 개관하려 한다. 현재 '현대미술'은 그 의미로도 여러 독자적인 성격과 양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미술에서 첫 번째 주목하고 싶은 주제는 ‘언어’이다.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언어는 지난 30년간 수많은 전시에서 미술 작품의 주제로 탐색돼 왔고, 또 이에 생활에 관련한 언어를 떠올리면 우리가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더욱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현상이나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모두 담을 수 없는 ‘스침’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기록하는 ‘언어’는 많은 것을 내포할 수 있다. 또, 가시적인 관점에서 글자를 보았을 때 각국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문자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다시 말해 기록된 모든 이미지나 오브제가 그 자체로 작품이 될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언어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았다면 이쯤에서 현대미술이 속한 예술의 본 의미를 짚어 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가장 큰 힘이자 존재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일깨우고 인지, 의식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하는 이유이며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예술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작품을 통해 배어나오며 작품을 통해 그들의 에너지와 사상을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께 나누고 공감한다면 우리의 인생에 더 깊은 의미가 부여되기 마련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노래나 춤과 같은 것만 보아도 그 무용수가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즐기고 표현한다면 보는 사람 또한 즐겁고 함께 흥겨울 수 있다.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현대미술은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역사 속에 담겨, 단순히 자연과 풍경을 모방하던 예술에서 탈피해 함축된 의미와 함께 진화한 형태인 것이다.

우리가 평소 고려하지 않지만, 매 순간 우리와 함께하는 '직관'을 현대미술에 대입하여 생각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직관이란 경험적 관찰이나 이성적 추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해이다. 다시 말해 사전에 주어진 경험이나 정보 없이 관찰이나 추리의 과정을 생략하고, 어떤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때때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내비칠 수도 없는 확신이 내면에 강하게 자리 잡는 경험을 한 적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이 직감을 존중하여 새로운 발견 혹은 장차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직감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으며 가장 강력히 내재된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 각자가 지닌 고유의 직관이나 생각을 의식하기를 바란다. 본능과 직관은 내가 세상을 살면서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대미술은 자신의 직관에 맡겨 자유로이 표현하고 즐기는 현시대를 닮아있으며 진화하는 사회의 거울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물감을 섞고 찍어 바르거나 굉장히 충동적으로, 즉흥적으로 느껴지는 현대 작품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현대미술에 따뜻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러한 예술가의 의식이 깃든 붓 터치를 작품을 감상하며 하나하나 느끼게 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것, 작품을 봄으로써 관람자 각자가 잊어왔던 어렸을 적 꿈을 다시금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미술의 매력이다. 더 설명하자면 현대미술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일차원적인 미술적 감상에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즉 작품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해석하며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감상되는 분위기가 바뀌는 경험을 한 사람들일 것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빠르고 어찌보면 가볍다 할 수 있는 대중 매체나, 자연스레 우리의 생활권에 들어선 것들이 우리를 점점 쾌락만을 추구하게 만들고, 진정한 사람 간의 소통과 건강한 정신적, 육체적 즐거움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앞서 말한 ‘이미지의 철학’인 현대미술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잊고 지낸 행복과 상상력 그리고 감각으로 일깨워야 하는 ‘의식’을 되살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사진의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작품을 살펴보자. 'Infinity Room'이라는 이 설치 작업은 환상적인 모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며 무한함을 표현한다. 야요이 쿠사마는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이며 편집적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작업방법으로 연결시킨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현상을 통해 독특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정신도 치유하는 작가이다. 그의 매력은 무거운 주제를 포용하는 위트와 유머를 가지고 대담한 시각적 현상을 만든다. 현대미술에서는 이렇듯 완벽하지 않기도 하고, 또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한 우리의 일상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받는 주제가 될 수 있다는 바를 시사한다. 인지하지 못하는 생각이 언제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치거나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을 끄집어내어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다. 개인적이었던 일상을 예술로 표현하여 은밀하게 감춰왔던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현대미술이 등장하고 나서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뒤섞는 것이다. 기록된 모든 이미지나 오브제가 그 자체로 작품이 되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며 이러한 표현이 현대미술이 다른 미술 시대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특징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황정빈 파르트 문화예술전문지 편집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