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만사유통

[석혜탁의 만사유통] 16억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구애

  • 입력 : 2018.01.15 14:21:47    수정 : 2018.01.15 20: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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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이슬람교도)을 향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16억 명의 신도가 분포해 있고, 소비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 인구에 대해 조금 더 부연을 하자면, 산아 제한을 두지 않는 이슬람 가정과 사회문화를 고려하면 향후 무슬림의 수는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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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모습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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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전용 기도실을 설치한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잠실점에 무슬림을 위한 15평 규모의 기도실을 설치했다. 기도실에는 하루 5번 메카(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방향)를 향해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 쇼핑객들을 배려해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꾸란)을 비치했다. 메카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태어난 곳이다. 이 기도실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협업해서 만들어낸 공간이다.

예배 카펫도 구비했고, 기도 전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남성, 여성 기도실을 분리하는가 하면 무슬림이 예배하는 방향을 뜻하는 ‘키블라(Qibla)’도 표시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무슬림 관광객 외에도 한국에 거주하는 14만 5천여 명의 무슬림들에게도 주요한 방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할랄(Halal)과 하람(Haram)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할랄 식당도 오픈할 계획이다. 할랄(Halal)이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슬람교도가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가공된 제품을 가리킨다. 무슬림들은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신선한 고기만 먹는다. 단번에 목숨을 끊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한 양, 소, 닭고기는 할랄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할랄 시장은 2013년 1조 달러 규모를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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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할랄 시장은 급성정하고 있다. ⓒpixabay

반면 고양이, 개, 잔인하게 도축한 고기는 하람(Haram)으로 분류하고 먹지 않는다. 하람은 아랍어로 ‘금지된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걱정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할 예정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의 경우 63빌딩 내 고급 레스토랑 4곳 모두 무슬림 프렌들리(관광공사 할랄 레스토랑 인증) 등급을 획득했다. 할랄 식재료 수급, 전용 조리기구 비치, 셰프 교육∙서비스, 전용 메뉴 구성 등 세부적인 운영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대학병원과 손을 잡고 의료 관광 컨텐츠 개발에도 나선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아랍여행박람회(‘아라비안 트래블 마트’)에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중동 무슬림 인바운드 여행사 2곳과 송객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상은 전체 인구의 약 85퍼센트가 이슬람 신자인 인도네시아에서 가정용 마요네즈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대상은 수입 마요네즈 브랜드 중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할랄 인증’을 받으며, 현지 마요네즈 시장점유율 40퍼센트(2015년)를 자랑하는 1위 사업자다. 2위 사업자가 26퍼센트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1위와의 격차가 작지 않다. 2009년 2.7퍼센트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킨 것이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대상 기흥공장은 국내 식품공장 중 할랄 인증 1호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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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정용 마요네즈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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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할랄신라면’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슬람 국가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6년 할랄신라면 매출은 전년보다 33퍼센트나 성장했다. 농심은 일찍이 부산 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할랄 전용 브랜드 개발도 준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7년 1월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중동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것이다.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알사야그룹은 유통, 호텔, 무역, 부동산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거대 기업이다. 중동 전역에서 스타벅스, H&M,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 3,0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동에 첫 선을 보이는 브랜드는 에뛰드하우스다. 두바이에 1호점을 선보인 후 주변의 GCC 국가로도 진출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GCC는(Gulf Cooperation Council)는 걸프협력회의를 의미한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페르시아만 인근의 아랍 산유국 6개국이 해당된다.

제너시스BBQ 그룹의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10여 개의 매장을 선보였다. 할랄 인증을 받은 소스와 튀김옷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남녀 동석을 금지하는 이슬람 계율을 고려해 사우디아라비아 매장에는 가족석과 여성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포스트 유커’로 불릴 정도로 최근 무슬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유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힘든 것처럼, 무슬림에 대한 몰이해는 지속 가능한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무슬림과 아랍인을 구별 못한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과 아랍인을 구별하지 못한다. 아랍인은 말 그대로 아랍 지역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고, 무슬림 인구의 약 12퍼센트만 차지할 뿐이다. 이슬람교를 믿는다면, 한국에 살아도 무슬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슬람=아랍 종교’라고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단견의 소치다. 오히려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아시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고, 그 다음이 인도다. 무슬림의 80퍼센트 가까이가 아시아에 편재해 있다.

맹목적인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도 경계해야 한다.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 공포증+혐오증’의 개념이고, 심리적으로는 혐오증에 무게중심이 더 실리는 경우가 많다. 테러리즘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전체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미리 간주해버리는 편협한 태도는 옳지 못하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생성과 테러리스트 낙인은 미국의 반이슬람 미디어가 쏟아내는 보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테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선량한 무슬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이슬람 문화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이태원에는 중동 건설붐이 한창일 때, 박정희 정권이 이슬람권 국가들과 우호 증진을 위해 세운 이슬람 사원이 있기도 하다. 무슬림 고객을 앞으로 더 많이 유인하고자 한다면, 중세까지 세계사를 주도해왔던 이슬람 문명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고 그들의 문화, 종교, 사상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비즈코노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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