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의 진실

‘졸혼’은 부부관계의 건강한 진화 과정

  • 입력 : 2017.12.18 15:30:58    수정 : 2017.12.19 14: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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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0주년을 맞은 80대 노부부가 아름다운 피아노 듀엣을 선보였다. 이들이 고른 곡은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의 주제곡 '결혼 생활(Married Life)'이었다.

노부부는 영화 업 캐릭터와 비슷한 옷을 차려 입고 연주를 시작한다. 영상 중간에 나오는 흑백 과거사진도 눈길을 끈다. 이 영상은 노부부의 손자가 특별히 마련한 이벤트다. 손자는 영상 마지막에 등장해 할아버지 할머니의 결혼 60주년을 다 함께 축하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① 지난주에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당시 95만 명이 넘게 시청하며 화제를 끌었다.

하지만 이혼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수많은 부부들을 관찰해 보면 문제는 서로 미워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권태를 느끼는데 있다.② 자신들의 결혼이 나쁘게 끝났을 경우 대개 남 탓, 환경 탓을 하기 쉽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이미 그 징조가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입센(Ibsen)의 『인형의 집(A Doll's House)』마지막 장면이 있다.③

> 헬머:...당신은 이런 식으로 당신의 가장 신성한 의무를 무시 하는거요?

> 노라: 내 가장 신성한 의무? 그게 뭔데요?

> 헬머: 내가 그걸 당신한테 말해줘야 하오? 당신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지, 아니면 뭐겠소?

> 노라: 나한테 다른 의무도 있어요, 그것과 똑같이 신성한의무가.

> 헬머: 그런 건 있을 수 없소. 도대체 무슨 의무 말이오?

>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무요.

> 헬머: 당신은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아내이고 어머니야.

> 노라: 그딴 거, 이제 더는 안 믿어요. 내가 믿는 건 내가 그런 저런 것들 이전에 인간이라는 거죠, 당신처럼…… 아니 어째든 이제 나도 인간이 되어보려고 해요.




서로 다른 생활 방식가족에 헌신해 온 인생, 우린 여전히 사랑하지만 이젠 변화가 필요할 때 낯설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결혼을 졸업하기로 했다.④

사실 관계가 아직 초창기일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따로 떨어지는 걸 즐기는(따로 떨어지고 싶은)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을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것은 환상이 아니라, ‘아주 좋은 시절’에 나타나곤 하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관계는 이 특별한 순간을 경험한다. 지금 막 ‘졸혼’을 선언한 부부들도 이 특별한 순간을 다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으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신뢰와 친밀감이 자라면서 두 파트너는 적어도 몇 가지 일쯤 따로 해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것은 커플의 건강한 진화 과정이다. ⑤

①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 곧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 있어서의 합일’

사랑의 기본적인 양상 가운데 한 가지는 다른 사람과 깊이 결합하려는 자발적인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크고도 중요한 부분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상대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알 수 있어야만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위험이 내재 되어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그토록 철저히 관련됨으로써 자아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보다 못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를 다른 사람과 전적으로 동화시킨다는 것은 과거는 물론 현재의 우리를 구성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부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은 두 사람의 독립된 개체가 자유 의지를 가지고 결합함으로써 보다 나은 것으로 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각자의 열중과 존중을 통해서 그들은 그들 중의 어느 한사람과도 다른, 그러면서도 두 사람 모두의 일부가 관여 돼 있는 관계라는 새로운 실체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란 언제나 취약하기 마련이다. 그 관계는 우아하게 이어 질수도, 단지 이어져 가는 것에 그치고 말 수도 있다. 그 차이점은 두 사람이 각기 자신들의 중요한 부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랑을 빚기 위해 자신들의 노력과 유일성을 기꺼이 결합시켰느냐 에서 나오는 것이다.

각자 새로운 관계에 자신의 일부를 양보하는 일은 필요할 테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완전히 잃지는 않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⑥

PAIRS (Practical Application of Intimate Relationship Skills) 프로그램의 책임자 세스 아이젠버그는 많은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와 파트너십을 쌓아가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삶의 일정 영역에서 자율성을 지키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즉, 친구나 취미 등을 배우자와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⑦

이제 성숙한 ‘사랑’은 공동적인 합일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통합성’, 곧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 있어서의 합일’임을 안다. 인간에 있어서 사랑은 능동적인 힘이다. 곧, 인간을 동료로부터 분리시키는 벽을 허물어 버리는 힘, 인간을 타인과 결합시키는 힘이다.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각자에게 각자의 특성을 허용하고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 시킨다. 사랑에 있어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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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②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

원래 ‘중요한 대상과 상호 의존하면서 소속되고 싶은 욕구’와 ‘유일하고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본능 중의 하나다. 우리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를 너무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지, 또 개인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배우자를 너무 외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⑨

미국 심리학 온라인 매체인 사이컬러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등 외신들은 최근 부부, 혹은 커플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비결 3가지를 소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때로는 서로 떨어져 있어보라"는 충고이다.

부부나 커플이 같은 취미를 가지거나,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24시간 붙어 있으면 오히려 상대의 사소한 언행이 거슬려 실망이나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고 오래 가는 관계를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보는 게 좋다. 아니면 시간을 내서 상대방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활동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그래야 상대방의 부재를 더욱 느낄 수 있고 상대방의 소중함을 실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부 사이는 항상 같이 있으면, 오히려 소원해 진다."고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Montaigne)의 조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끌렸던 이유를 떠 올려보자. 내가 갖지 못한 걸 상대방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끌렸던 것 아닌가? 상대방의 '다름' 혹은 신선함에 마음을 뺏겼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상대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부재를 느껴볼 필요가 있다. 서로가 재충전한 뒤 합쳐졌을 때 매력은 더 클 테니까.⑩

“반대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남편과 나의 관계에서는 서로 각자의 흥미를 갖고 따로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요가를 가거나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동안 남편은 카드놀이를 한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은 서로를 그리워할 기회가 되고, 서로 나눌 이야기가 더 많아진다.”⑪

‘남편과 나의 관계에서는 서로 각자의 흥미를 갖고 따로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강한 독립은⑫ △통제력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건강과 사랑이 있는 파트너십은 서로를 통제하지 않는다. △자신의 독립도 허락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보살피는 시간을 갖는다는 뜻이다. 파트너십에는 두 명의 건강한 개인이 필요하다. △혼자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당신이 혼자가 될 수 없을 때 모든 독립은 위협이 된다. 독립을 고통스러운 공허감으로 느끼지 말아야 한다.

△파트너에게 온전한 인간이 되도록 허락한다는 뜻이다. 파트너를 당신과 똑같이 보고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들려 하지마라. 당신의 파트너는 모든 단점과 결점까지 완벽하게 환영받는 느낌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인간이길 허락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파트너의 복제인간이 아니다. 인간적인 차이를 지닌 다른 하나의 인간이고, 이 차이점이 관계를 풍요롭게 한다. △신뢰를 배운다는 뜻이다.

건강한 독립은 두 마음을 단절시키지 않는다. 두 사람의 결합을 유지시키고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당신이 필사적으로 파트너에게 매달리면, 그 느낌을 알 수가 없다. 독립을 허락하고 풀어 줄 용기를 지녔을 때 깨닫게 될 것이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 사랑하라 /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⑬


③ ‘한방=행복, 각방=불화.’ 부부 침실을 둘러싼 견고한 신화

미국 피츠버그대학 심리학과 웬디 트록셀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침대를 함께 쓰면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s)수치는 줄이는 반면 수면-기상 사이클과 관계된 뇌 영역에서 분비돼 불안감을 완화시켜주는 이른바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 분비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⑭ 연구결과는 부부나 커플이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부가 평생 같이 잘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겠지만 각방을 써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최근의 추세다. 이는 과거와 달리 ‘한 침대 쓰기’가 사랑과 행복의 필수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방=행복, 각방=불화.’ 부부 침실을 둘러싼 견고한 신화다. 하지만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장클로드 카우프만(Jean-Claude Kaufman) 교수는 그가 쓴 ‘각방 예찬’에서 그 신화에 도발적 물음표를 던진다.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부부의 의지다. 한 침대 쓰기가 아니다.” 프랑스 부부와 커플 150쌍을 인터뷰한 후 집필한 그 책의 메시지가 전하는 말이다.

‘이혼한 ○○○ 부부, 알고 보니 3년째 각방’이라는 헤드라인의 ‘각방’은, ‘결별 징조’의 은유다. 부부 침실이 ‘낭만적 사랑의 신성한 상징’이 된 역사는 길지 않다.

사회가 도시화, 핵가족화하면서 큰 집을 가질 수 없는 노동자 부부들이 한 방을 쓰게 되었고 서양에선 중세 말기 가톨릭교회가 한 방 쓰기를 부부 결합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각방 쓰기, 정말로 괜찮을까? 그래도 살 맞대고 자야 부부라는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부부 침실의 신화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각방을 택한 부부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각방 쓰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한 부부상담 전문가는 “부부간 친밀감과 유대감이 충분하다면 필요에 따라 각방을 쓰는 것으로 관계를 효과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다”며 “각방이냐 한방이냐는 본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부 싸움을 한 뒤엔 꼭 같이 자야한다’는 오랜 믿음에 대해서도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며 폭력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부부가 평생 같이 잘 수 있다면 더 없는 축복이지만 각방을 쓰게 됐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대화와 성관계, 취미생활 등 다른 소통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면 된다”고 말했다.⑮

미국의 수면 연구단체인 베터슬립 카운슬(Better Sleep Council)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된 미국 커플의 26%가 혼자 잘 때 더 곤히 잔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사우스웨스트 플로리다의 폭스4 방송에 한 부동산 업자는 '15~20%의 고객이 "안방이 두개 있는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⑯

코를 고는 사람, 자면서 많이 뒤척이는 사람, 서로 다른 온도 선호, 반대되는 취침 혹은 기상 시간은 배우자의 휴식을 망칠 수 있다고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의 수면 장애 센터장 필리스 지가 허핑턴 포스트에 전했다.

침대를 같이 쓰면 감정적 편안함과 가까움이 자라나서 관계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꼭 같이 잘 필요는 없다. (떨어져 자는 부부는 아침이나 밤에 포옹하고 섹스 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한다). “침대를 같이 쓰든 안 쓰든,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관계에 중요하다. 이건 결혼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적인 결정에 달린 것이다.” 라고 몇 명이 떨어져 자는 이유와 그에 따른 장점을 설명했다.⑰

>“우린 둘 다 내향적이라 자신만의 공간이 있는 게 좋다.” (에린 리디아)- “우리는 처음부터 침실을 따로 썼다. 나는 불면증이 있고 잘 때 극도로 예민해서 아주 잘 깬다. … 취침·기상 스케줄도 다르다.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는데, 남편은 늦게까지 깨어있고 일찍 일어난다. 각자의 침대가 있는 게 훨씬 더 평화롭다. 휴식을 훨씬 잘 취할 수 있고, 깨어있을 때는 포옹도 많이 하고 아주 다정하다. 우린 둘 다 내향적이라 자신만의 공간이 있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우린 이걸 유지할 것이다.”

>“나는 불면증이 심한데 남편은 코를 짐승처럼 곤다.”(샌디 마살리) - “나는 불면증이 심한데 남편은 코를 짐승처럼 곤다. 우리는 보통 침실에서 TV를 보거나 같이 누워 있는다. 잘 때가 되면 남편은 자기 방으로 간다. 나는 잠이 들 수 있을 때 잘 수 있고, 그는 내가 계속 밀어내지 않으니까 더 많이 잘 수 있다.”

>“나는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셰릴 페레즈) - “일을 할 때는 나는 일찍 일어나야 해서 일찍 잠들었다. 각자가 공간을 갖는 게 합리적이었다. 은퇴했을 때 나는 실컷 책을 읽을 수 있는 생활을 기대했다. 불을 켜고 밤새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우리 둘 다 더 잘 잔다.” “나는 내 방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 결혼한 지 16년 되었고 우리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서로를 사랑한다. 우리는 둘 다 60대고 해방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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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부부가 침대를 따로 쓰는 게 원만한 부부관계와 각자의 건강을 위해 더 좋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州) 토론토에 위치한 라이어슨 대학(Ryerson University)의 수면·우울증 연구소에 따르면, 부부가 침대를 따로 쓸 경우 숙면을 취하게 돼 서로의 관계가 더 좋아지고 만족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뇌 스캔을 통한 수면 상태를 확인한 결과, 함께 잠을 자는 부부의 경우 숙면 단계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소장 콜린 카니 박사는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잠을 자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움직임과 소리 때문에 계속 잠에서 깨어났다. 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니 박사는 "부부가 더 편안한 밤을 보내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잠을 따로 자는 걸 고려해봐야 한다"며 "이혼할 것 같던 부부가 잠을 따로 자면서 이를 깨닫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CBC뉴스도 거의 14년 동안 잠을 따로 자고 있는 리사와 랜스 리 부부의 사연을 함께 소개했다. 리사 씨는 임신 기간 동안 마음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고, 자신 때문에 남편까지 잠을 못 잘까봐 바닥에서 잠을 잔 적이 많았다. 남편 랜스 씨는 아내가 숙면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에 함께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이에 대해 리사 씨는 "그게 더 불안한 거였다. 그게 긴장감을 만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잠을 따로 자기로 결정했다. "각방 쓰면 이혼"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무언가 잘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서로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 사람은 행복한 부부로 잘 지내고 있다. 리사 씨는 "(잠을 따로 자는 게) 이혼으로 가는 과정이었다면, 우리 부부는 지금 15년 째 이혼 준비 중인 셈"이라며 잠을 따로 자는 게 부부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⑱

실제 각방을 쓰고 있는 부부들에게 이전과 비교해 사이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57%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했다. 부부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응답은 29%, 오히려 사이가 더 좋아졌다는 응답은 14%로 집계됐다.⑲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부부 특징인 ‘각방쓰기’와 ‘대화단절’이라는 명제가 여전히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온리유가 비에나래와 재혼희망 남녀 488명(남녀 각 244명)을 대상으로 ‘식물부부는 정상부부와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나’라는 질문에 남성은 응답자의 28.3%가 ‘각방 쓰기’, 여성은 28.7%가 ‘대화단절’이라고 답했다.⑳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부부의 의지이지 한 침대 쓰기가 아니다.” 라고 하지만, 비자발적 ‘각방쓰기’와 그 결과로 인한 ‘대화단절’은 분명 현재 결혼생활의 가장 큰 위험을 알리는 신호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까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과 일치하는 징후이기도 하다. 그래서 식물부부의 특징인 ‘대화단절’과 ‘각방쓰기’의 학습효과가 졸혼을 마냥 편하게 바라 볼 수 없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것, 정말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의지로 실현 해가는 세상에 살고 있고 여기에 인생 후반기 삶을 가늠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졸혼(卒婚)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㉑ 100세 수명시대, 어쩌면 살아온 날 만큼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이 남은 부부관계 내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차원을 달리하는 이 두 가지 명제의 정체성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결혼의 지혜가 바로 ‘졸혼’이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김세림 기자, 결혼 60주년 80대 노부부, 동화 같은 피아노 듀엣, 더캣처, 2015.10.29

② 알렌로이 맥기니스, 사랑과 우정의 비결, 지상우외 공역. 크리스챤 다이제스트(1996), p.195

③ 울리히 벡/ 엘리자베트 벡-게론샤임, 사랑은 지독한 혼란, 강수영외 옮김, 새물결(2002), p.118

④ 노도현·김서영 기자, [70창간기획 라이프-졸혼]헤어질 필요 없어…‘각자의 인생’ 존중하며 살면 되니까, kyunghyang.com, 2016.10.05

⑤ 스티븐 카터, 사랑을 움직이는 9가지 사소한 습관, 나선숙 옮김, 베텔스만코리아(2002), p.266

⑥ 레오F. 버스 카글리아, 생을 사랑하고 배우며, 한기찬 역, 우리시대사(1993), p.129

⑦ ELEANOR STANFORD, 13 Questions to AskBefore Getting Married, nytimes.com, MARCH 24, 2016

⑧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김진유 역, 서음출판사(1990), p.29-30

⑨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부부 사이에 느끼는 편안한 '심리적 거리', 인터넷 한국일보, 2008/05/14

⑩ 서유진 기자, 부부·커플 사이를 좋게 하는 3가지 비법, [중앙일보], 2016.03.14

⑪ Kelsey Borresen, 결혼 생활에 큰 변화를 주는 작은 것들 11가지, The Huffington Post, 2015년 10월 13일

⑫ 스티븐 카터, 위의 책, p.282-283

⑬ 류시화 엮음, 지금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열림원(2004), p.96

⑭ 속삭 편집팀, 사랑하는 이와 한 침대에서 자기만 해도 건강(연구), soxak.com, 2016.12.31

⑮ 미주한국일보, 각방 쓰는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 일까?, 2017-03-01

⑯ Kate Bratskeir, 어쩌면 '각방'이 당신의 결혼 생활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The Huffington Post, 2016년 06월 08일

⑰ Sarah DiGiulio, 행복한 부부들이 말하는 침대를 따로 쓰는 이유 13, The Huffington Post, 2016년 11월 25일

⑱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부부, 사랑·건강 잡으려면 침대 따로 써야”, 2013-08-12

⑲ 황혜진 기자, 부부 절반이상 각방 쓴다!, 조선DB, 2017-03-03 [부부는 함께 자는 게 더 좋을까, 따로 자는 게 더 좋을까? 각방 쓰기가 부부 사이를 나쁘게 만드는 걸까, 이미 사이가 나빠진 부부들이 각방을 택하는 걸까? 설문을 통해 우리나라 부부들의 잠자리를 들여다봤다. 조사는 여성 포털 사이트 이지데이와 네이버 오피스에서 2월 2일부터 15일까지 이뤄졌으며 성인 남녀 463명이 참여했다.]

⑳ 황정일 기자, 식물부부 특징은 ‘각방쓰기’와 ‘대화단절’, 중앙일보, 2016.09.22

㉑ 新しいライフスタイル「卒婚」! おひとりさまの老後をエンジョイする方法い, えーる コンシェル, (http://sumikaru.iyell.jp). 2017/04/27, 내용 참고정리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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