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

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86) 시즌 3<본부장이 금융을 말한다>

금융이란 무엇인가(2) 국제공항(International Airport)에서 잠시 배우는 금융전문가의 첫걸음

  • 입력 : 2017.12.12 10:10:55    수정 : 2017.12.12 19: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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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도시화가 만든 첫 번째 환상이다. <자카르타 국제 공항> 사진출처:구글



택시의 창 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밤이다. 다시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다. 돌이켜보면 벌써 12번째 인도네시아 여행이라 이제는 매우 정겨운 자카르타 국제공항이다. 사실 자카르타 국제공항의 정식 명칭은 수카르노 하타 국제 공항이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를 구글에서 찍어보라. 매우 근엄한 얼굴의 중년의 신사가 검은색 선그라스를 끼고 밀리터리룩의 유니폼을 입고 서있다. 머리에 각진 베레모자도 썼다. 정말 멋진 사진들이 많은데 가장 멋진 사진은 케네디 대통령과 공항에서 무개차를 타고 함께하는 장면이다. 수카르노 대통령은 본부장이 그룹핑 능력을 갖춘 실전형 인재로 인정하는 분으로 반둥에서 비동맹 회의를 개최한 인물로 유명한 사람이다. 사실 반둥 회의는 딱 한번 열렸다. 어찌 보면 매우 일회적인 이벤트였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지간히도 회자가 되어왔다. 2차대전이 끝나고 50~60년대에 모든 국가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그룹핑에 고심해야 했다. 이름하여 1세계, 2세계로 나뉘는 이념 그룹핑 말이다. 1세계는 미국과 서유럽국가들로서 자본주의 질서를 표방하는 국가들이고 2세계는 소련과 그 위성국가인 공산주의 국가군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1,2세계에 속하지 않은 국가가 각각 2차대전의 승전국과 패전국이었던 중국과 일본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제 3세계 국가들의 성격은 대부분 아시아,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이다. 식민지 시절의 회상은 그들에게는 아주 지긋지긋한 것이었다. 독일은 패전국이었기에 둘로 나뉘어 서독은 1세계, 동독은 2세계로 배분되었고 향후 천 년 안에는 다시는 합쳐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중국은 공산주의로 통일되었고 심지어는 한국전쟁에서 수 십만 명의 지상군까지 투입할 정도로 1세계와 각을 세웠지만 자신을 소련과의 그룹핑으로 정의하지 않으려 했다. 일본도 패전을 했는데도 분할되지는 않았지만 수년간 미국의 통치를 받는 피점령국신세를 겪어야 했다. 당시 승자였던 맥아더 장군에 대한 패자인 히로이토 천왕의 굴욕적인 태도를 집중해서 만든 영화 ‘선(SUN)’을 보면 당시 일본의 분위기가 거의 식민지였음을 알 수 있다. 모두가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회복을 바라던 시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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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와 3세계 수장의 만남. <자카르타 공항에서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 사진출처:구글



이긴 자는 오로지 미국뿐. 대영제국이라고 자신만만했던 영국도 미국이 아니었으면 독일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할 처지로 전락했고, 세계 최고 민족이라고 자신만만하던 독일은 17세기 30년전쟁이후의 폐허상태로 다시 돌아갔다. 로마 제국의 후예를 자처하며 추축국으로 독일 편에 섰던 이탈리아는 유럽국가라는 것마저 의심을 받는 지경에 처한다. 프랑스는 6주만에 전통적인 라이벌 독일에게 수도 파리를 점령당하는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치욕을 겪는다. 앞서 이야기한 중국은 섬나라고 나라취급도 안 해주던 일본에게 영토의 절반을 내주고 정부군은 거의 궤멸상태로 전락했다. 미국을 제외하고 이 전쟁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은 나라는 러시아뿐이었다. 워낙 낙후된 국가로 유럽으로 쳐주지도 않았던 국가의 면모를 2차대전의 승리로 일신하며 얼떨결에 초강대국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전쟁 중 보여준 경이로운 능력은 어마어마한 생산능력이었다. 전면전이었던 2차대전은 이전에는 없던 소모전이었고 개전 이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협상을 통해 승전을 확인했던 이전의 전쟁과 달리 상대의 초토화를 통한 존재의 절멸을 목표로 한 2차대전은 생산력이 국력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치욕을 겪어야만 했던 2차대전 종전 이후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골몰했던 것은 자존심 회복이었다. 경제재건이든 국가간 동맹이든 심지어는 다시 또 전쟁이든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최종적 목적은 구겨진 자존심 회복 싸움이었다. 이런 국제적 심리의 축소판이 바로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이 보여준 비동맹 회의이다. 가담하는 국가군들의 당시 형편으로 보면 그다지 위협적인 움직임도 아니었지만 당시 중간자들의 그룹핑 시도로서의 전략적 이니셔티브는 매우 효과적이었고 그 자체가 이 동맹에 가담한 국가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에 충분했다. 중국과 일본도 이 동맹에 가담하는 제스처 이후 각각 미국의 화해 모드와 폭 넓은 지원을 대폭 이끌어내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잠시 스크린처럼 머리 속을 지나가고 다시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본부장이다. 하지만 국제공항이라는 존재는 금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모티브 역할을 지금 이순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여러분에게는 참 다행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쉽게 형상화 시킬 수 있게 해주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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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와 2세계 그리고 3세계 국민들이 모두 모이는 자카르타 국제 공항. <수카르노 하타 국제 공항> 사진출처:구글



머리에 색색 가지 히잡을 쓰고 허리에 잘록하게 핏(Fit)이 들어간 제복을 즐기는 인도네시아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하더라도 유니폼을 입는 직업을 즐기는 현지 남자들이 제법 멋을 내며 서있다. 과거 이 나라에서 350년간 주인행세를 해온 네덜란드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가급적 흰색 셔츠에 단정한 바지를 입고 점잖게 앉아 주변을 의식하고 있다. 모두가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인도네시아도 엄청난 내홍을 겪는다. 그러한 혼란 와중에 국내의 화교들이 엄청 박해를 박아 많은 중국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폭동으로 죽었다. 그 이후로 중국인들은 절대 외적으로 부유한 티를 내고 다니지 않는다. 한국인들도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사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해본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한국 기업의 독특한 문화에 혀를 내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별로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 덕에 한국인들도 어디 가서 행세하고 다니는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 현지인들 눈치를 많이 본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인은 아예 공항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20년 전만해도 어딜 가나 일본어로 수다 떠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아베 총리의 양적 완화로 일본 돈이 예전만 못하기도 하거니와 지난 20년동안 크게 돈 번 사람도 별로 없다. 미국인들도 잘 안 보인다. 갈수록 미국 밖을 나오기 싫어하는 터라 나와도 독일 정도나 이탈리아다. 여러분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서로 별로 다니지 않는다. 가뜩이나 심심한데 서로에게 별로 흥미로울 게 뭐가 있겠는가? 자타르타 공항에 앉아서 눈앞에서 흘러가는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게 보인다. 유독 중동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사실 느낌이 사우디 아니면 이란이다. 둘은 하고 다니는 것과 흥에 겨워 돌아다니는 모습이 거의 같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매우 싫어한다. 사우디는 원래 상황이 좋았지만 요즘 이란은 예전 이란이 아니지 않은가? 분위기 정말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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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가야 돈이 보이고, 사람을 볼 줄 알아야 금융이 보인다. <국제공항과 금융> 사진출처:구글



사업은 남이 하기 싫어하거나 못하는 것을 하면 돈 번다. 머리가 좋던지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는 남들의 원한을 풀어주면 성공하다. 하지만 금융은 이 둘을 섞어야 한다. 즉 금융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합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논리다. 언제나 사이에 걸쳐져 있는 매개물 역할을 잘해주어야 하는 것이 금융인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물 말이다. 경제논리로만도 풀 수 없고 정치논리로만은 더더욱 아니다. 국제공항에서는 자존심도 보이고 똑똑함도 열정도 보인다. 하지만 하나 안 보이는 게 있다. 적절함을 담는 분별력 말이다. 이건 원래 보이는 게 아니다. 왜냐면 그걸 보고 있는 바로 나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본부장이 이러한 분별력을 키우기 위해 단련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공항에 일찍 와서 시간 보내기, 그리고 드라마를 무음으로 해놓고 눈으로만 보기 말이다. 사물을 눈으로 보면 욕심이 생기지만 행동을 눈으로 보면 분별력이 생긴다. 말을 귀로 들으면 격한 감정이 생기지만 상황을 귀로 들으면 절제를 알게 된다. 여러분들은 글의 첫머리에서 국제 공항을 언급했을 때 영화에나 나오는 국제금융가들의 허식을 상상했을 것이다. 국제 금융가, 말이 멋있지 절반은 사기꾼에 가깝다. 금융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그들끼리도 서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들이 한 번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소위 인생 루저로 내려앉은 보통사람들의 눈물뿐이다. 본부장이 원하는 금융전문가의 진정한 모습은 이런 비정한 욕심쟁이가 아니다. 금융업의 본질은 바로 우리 인간의 ‘행동’과 그가 만들어내는 ‘상황’을 정확히 읽어 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다. 앞서 본부장이 말한 '순서'대로 여러분들도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여러분들도 이미 금융전문가다. CFA 자격도 진정한 금융전문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있고 귀를 믿을 수 있으며 말하는 순서에 자신이 있는 것이 금융전문가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민우 청년의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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