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비학생조교 정규직 전환, 무엇이 문제?

  • 입력 : 2017.09.12 21:03:41    수정 : 2017.09.12 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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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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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비학생조교 250여명 무기계약직 전환

지난 5월 29일, 서울대학교가 비학생조교 250여명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노총 소속 130여명의 비학생조교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지 약 10여일만에 이루어진 조치다.

여기서 비학생조교는 고등교육법상 조교 신분으로 대학 행정업무 전반에 투입돼 일하는 자를 말한다. 지금까지 비학생조교는 통상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7급 공무원에 준하는 월급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학생조교는 전국의 37개 국립대학에 약 3,200명 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학교와 비학생조교 간 갈등은 지난해 서울대학교가 5년 이상 근무한 비학생조교에 대하여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시작되었다. 서울대학교 측은 비학생조교는 고등교육법상 조교의 신분을 가지기 때문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반하여 비학생조교 측은 비학생조교는 학위가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근무하고 업무도 교육이나 연구가 아니라 행정사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기간제법에 따라 고용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갈등은 서울대학교가 지난 5월 비학생조교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잠시 진정되었으나, 최근 서울대학교가 학과 평가가 좋지 않은 조교 4명에 대해 재임용 탈락을 통보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의 제한

IMF 이후,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소위 파트타이머)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남용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점차 대두되었다. 기간제법은 이러한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사용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이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06년 제정되었다.

위와 같은 입법 목적에 따라 기간제법 제4조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기간제근로자의 최대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사용자가 그 기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 여기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 자를 소위 무기계약직이라 한다. 이와 같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되는 것을 ‘정규직 전환’, ‘중규직 전환’,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이하 ‘정규직 전환’).

다만,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에서는 일정한 예외가 있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휴직이나 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다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그 기간제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조교’로 근무한 경우는?

조교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도 위와 같은 정규직 전환의 예외에 해당한다(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6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4호 가목). 여기서의 조교는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따른 조교로 연구 및 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하는 자를 말한다.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하는 행정직원과는 구분된다(고등교육법 제15조 제3항, 제4항). 따라서 행정직원 등 기타 근로자와 달리 조교의 경우에는 기간제근로자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조교를 정규직 전환의 예외로 규정한 것은 조교 업무 종사자들이 일정 기간 학업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여 학술-연구의 안정적 수행을 하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조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여 이러한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에서는 연구조교, 교육조교, 행정조교 등 종사하고 있는 업무내용에 따라 조교의 호칭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단순히 ‘조교’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조교가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따른 조교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법원도 여기서의 조교는 실질적으로 학업을 이수하면서 사무를 병행하는 사람 내지 연구 또는 연구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홍보, 기획업무만을 담당하였을 뿐이고 조교로서 학업을 병행하거나 연구보조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는 자에 대해서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광주고등법원 2015. 8. 27. 선고 2015누5558 판결).

‘비학생조교’는?

비학생조교도 원칙적으로는 고등교육법상의 조교에 해당하므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위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에 비추어보건대, 비학생조교들 중 단순히 명칭만 조교일뿐 실질적으로는 행정사무만을 담당하고 조교로서의 교육, 연구 등의 보조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자들에 대하여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무기간이 2년을 넘었다면 이들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즉, 무늬만 조교일 뿐 실제로는 행정직원으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다면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그 결과, 대학이 이들과의 근로계약을 기간만료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1).

기간제법의 해석은 신중해야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형식적 지위만을 보고 그 근로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학생조교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기간제법의 기본적인 목적은 기간제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형식적인 지위 내지 명칭만을 보고 기간제근로자 사용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근로자의 실질적인 지위, 업무의 내용,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의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 기간제법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를 무시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어떠한 벌칙 등의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여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간만료를 이유로 해당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한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가 된다.

[정재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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