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

  • 입력 : 2017.06.08 09:33:27    수정 : 2017.06.08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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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시대, 무기계약직은 제외?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했다. 비록 비정규직을 일거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 어렵겠지만, 새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비정규직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대책의 대상이 되는 비정규직의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인데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무기계약직이 비정규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1).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사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는 법률상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등 노동관계법령 그 어디에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아직 통일된 의견은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기간제 근로자(통상 계약직이라 불린다), 단시간 근로자(파트타이머), 파견근로자를 비정규직이라 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용역, 사내하청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위와 같은 기간제, 단시간, 파견, 용역, 사내하청 근로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무기계약직은 말 그대로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를 말한다.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데(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만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자동적으로 전환된다(기간제법 제4조 제2항). 이 때 기간제 근로자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된 자’를 소위 무기계약직이라 한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 즉,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무기계약직이 중규직이라 불리는 이유

하지만 기업이나 노동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 하지 않고 통상 ‘중규직’, ‘준규직’, ‘유사정규직’이라 지칭한다. 그 이유는 정규직에 비하여 임금, 복리후생 등 처우에 있어서 통상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5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2). 즉, 무기계약직은 겉으로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정규직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중규직이라 불린다.

위와 같은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을 줄이는 해법으로 적극 고려되어 왔다3). 고용보장이 된다면 임금 수준이야 좀 낮아도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비용 문제 때문에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그 임금수준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맞춰주기는 쉽지 않았다. 그 결과 무기계약직이 대량 양산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차별 괜찮나?

결국 무기계약직의 문제는 정규직에 비하여 임금, 복리후생, 승진기회 등에 있어서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래에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임금 등에서 차별하는 경우 도의적 문제만 발생할 뿐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져 왔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할 뿐, 전환된 이후 임금 등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때 그 근로조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사용자와 근로자간에 협의하여 결정할 사항으로 통상 인식되었다. 또한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어서(기간제법 제8조),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을 차별하더라도 기간제법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 결과, 기간제 근로자보다 도리어 무기계약직이 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될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성,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군, 직종 등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진 근로자의 지위, 고용형태는 위 규정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종래의 일반적 견해였다. ‘신분’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사회생활에서 장기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의미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인데, 고용형태는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 등으로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속적·고정적인 지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사회적 신분을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서,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서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라고 하였다. 이를 전제로 ‘채용절차단계에서부터 각자의 직역이 결정되어 자신의 의사·능력과 상관없이 일반직(정규직)처럼 보직을 부여 받을 수도 없고, 직급승진도 할 수 없는 업무직(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사업장 내에서는 근로자가 임의로 자신의 고용형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신분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에 따라 법원은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주택수당 등을 지급하고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결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6. 10. 선고 2014가합3505 판결).

‘무기계약직=정규직’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

위 판결에 따라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의 차별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다수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기업으로 하여금 모든 무기계약직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하라고 한다면 그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기업은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기간제 근로자를 2년만 쓰고 내보낸 뒤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는 ‘근로자 돌려 막기’를 실행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무기계약직은 무늬만 정규직일뿐 저임금과 극심한 차별로 상처받는 평생 비정규직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무기계약직 문제는 ‘무기계약직=정규직’이라고 쉽게 생각하여 덮어둘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무기계약직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비정규직 대책을 논할 때 무기계약직이 제외되어서는 아니 된다. 무기계약직 문제야 말로 이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1) 특히, 최근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발언 이후,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지난 5월 22일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난 6월 1일 이용섭 부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하였다.

2)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의 ‘2016 지방정부 일자리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지방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 대비 56%에 불과했다.

3) 실제 박근혜 정부에서 2013~2015년 기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약 7만 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무기계약직이다. 현재에도 공항, 학교 등 공공부문과 은행 등 금융권에서 무기계약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재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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