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임금 삭감`과 `임금 반납`의 차이

  • 입력 : 2016.12.30 17:47:50    수정 : 2017.03.13 20:29:5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임금 반납과 임금 삭감은 개념적으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절차 및 법적 효과 등에서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스타트업들의 경우, 기술개발을 마치고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창업 후 3~5년)에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죽음의 계곡과 같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을 통하여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인력감축, 임금 삭감 내지 반납 등을 통하여 각종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그런데,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을 통한 인원 감축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일시에 지급하여야 하는 퇴직금 액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력감축을 하기 이전에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 받는 방안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인건비 절감을 위하여 인원 감축을 하는 대신 신입사원의 초임을 줄이거나 기존 임직원들의 임금을 삭감 또는 반납 받는 것이다.

그런데, 실무상 ‘임금 삭감’과 ‘임금 반납’이라는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거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외관상으로 볼 때 임금을 삭감하든 임금을 반납하든 줄어드는 월급 액수가 같다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월급은 똑같이 깎이더라도 임금 반납과 임금 삭감은 법적으로 다른 개념으로서 ‘퇴직금’, ‘근로소득세’, ‘4대보험료’ 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임금 삭감과 반납,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첫째, ‘임금 반납’은 개별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반면, ‘임금 삭감’은 원칙적으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판례나 해석상 ‘임금 반납’이란 근로자가 기왕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이미 발생 또는 지급받은 임금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하고, ‘임금 삭감’이란 장래 제공할 근로에 대한 임금을 감액하는 것을 의미1)한다.

법리적으로 ‘임금 반납’은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한 임금채권을 근로자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한 임금채권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으로서 이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필요하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185 판결, 근기 68207-843, 1999. 12. 13.). 만약 이러한 근로자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2)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위반되어 임금체불이 된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따라서 ‘임금 반납’을 시행하기 이전에 근로자들에게 회사의 어려운 경영상태를 충분히 인식하도록 회사 사정을 잘 설명하고, 임금을 반납 받을 때 근로자들로부터 자필로 서명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임금 반납 동의서 제출을 물리적으로 강제하거나,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압박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한편, ‘임금 삭감’이란 장래 일정시점 이후부터 종전보다 임금을 낮추어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법리적으로 장래의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에는 반드시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단체협약을 새로이 체결하거나,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방법으로도 근로조건을 변경(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 물론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없이 근로계약만으로 근로조건을 규율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개별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거나 변경하는 방법으로 임금을 삭감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임금을 전액 ‘반납’할 수는 있지만, 전액 ‘삭감’할 수는 없다.

임금 반납은 근로자가 이미 자신에게 귀속된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단독 행위로서, 원칙적으로 그 액수에 제한이 없다.

이에 반하여 임금 삭감은 근로조건 자체를 변경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등의 제한을 받는다. 즉, 임금을 삭감할 때 삭감된 후에 받는 임금은 최소한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을 삭감하고자 할 때에는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기준 미만으로 삭감할 수는 없다. 예컨대, 연장근로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인 50%미만으로 할증률을 조정하거나, 연장근로의 일부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셋째, 퇴직금 산정 시 ‘반납한 임금’은 고려되지만, ‘삭감된 임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고려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하면, 회사는 근속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여기서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임금 반납’의 경우, 반납한 임금은 일단 근로자의 소득으로 귀속되었다가 회사에 다시 반납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반납한 임금은 평균임금 산정 시 포함되어 퇴직금에 반영된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9531 판결). 그 결과 임금을 반납하든 반납하지 않든 근로자가 받게 되는 퇴직금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와 달리 ‘임금 삭감’의 경우 삭감된 임금은 처음부터 근로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 산정 시 포함되지 않는다. 그 결과 임금이 삭감되면, 평균임금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근로자가 받게 되는 퇴직금이 감소한다.

예컨대, 어느 근로자의 월급이 월 300만원에서 월 200만원으로 삭감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근로자가 임금이 삭감된 지 3개월 후 퇴직하는 경우, 30일분의 평균임금은 200만원이 된다. 이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10년이라고 가정3)하면, 퇴직할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은 2,000만원(30일분의 평균임금 200만원 x 근속기간 10년)이 된다. 만약, 임금이 삭감되지 않았더라면 이 근로자는 3,000만원의 퇴직금(30일분의 평균임금 300만원 x 근속기간 10년)을 받을 수 있었으므로, 임금 삭감으로 인하여 퇴직금 액수가 1,000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삭감 전 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기로 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삭감 전의 금액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하므로,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근로자가 받게 되는 퇴직금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게 된다.

◆ 임금 조정 시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야

이외에도 ‘임금 삭감’의 경우 삭감된 임금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4대보험료 등이 부과된다. 그러나, ‘임금 반납’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반납 전 임금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4대보험료 등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즉, 반납한 임금에 대해서도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임금 반납’과 ‘임금 삭감’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 반납과 삭감을 혼용하는 경우, 노사간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인건비 절감을 위하여 임금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우선 ‘임금 반납’의 방식으로 할 것인지 ‘임금 삭감’의 방식으로 할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금 삭감’시에는 삭감 이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 퇴직금을 산정할 것인지, 아니면 삭감 이후 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 퇴직금을 산정할 것인지 명확히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금 삭감’이든 ‘임금 반납’이든 임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를 반기는 근로자는 없다. 일방적으로 근로자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것은 불필요한 분쟁만 야기할 뿐이다. 물론, 기업경영상 불가피하게 인건비를 절감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다. 이 때에는 근로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임금 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급적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1) 어떠한 문구를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임금 반납’이라고 표현했더라도 실제 내용상 장래 제공할 근로에 대한 임금을 감액하는 것이라면 법적으로는 ‘임금 삭감’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단체협약에서 ‘반납’으로 표현하였더라도 그 내용상 장래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 및 상여금을 감액하는 것이라면 이는 ‘임금 삭감’에 관한 합의로 평가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07334 판결).

2) 노동조합에게 개별 근로자들의 재산을 처분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설사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임금 반납’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 물론, 예외적으로 노동조합이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일일이 ‘임금 반납’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았다면,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회사와 ‘임금 반납’에 관한 합의를 할 수 있다.

3) 퇴직금 누진제를 시행하지 아니하고, 근속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정재욱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박사과정(노동법)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