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사직서 제출 후 곧바로 출근하지 않아도 될까?

  • 입력 : 2016.10.04 09:39:15    수정 : 2017.03.13 20: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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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은밀하게 과감하게: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는 신입사원 100명중 27명이 퇴사를 하는 시대상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9월 11일 방영된 ‘SBS스페셜-은밀하게 과감하게: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위 프로그램은 ‘삼성, 현대, LG, Google, 네이버, SK, 롯데백화점 등의 현직자 및 퇴직자 27명’과 ‘평균 경력 15년차 중견기업 현직 인사담당자 5명’을 취재하면서, 최근 불고 있는 퇴사열풍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퇴사열풍은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점차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등 안정된 직장 또는 소위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예컨대,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 ‘비트’의 개발사인 ‘비트패킹컴퍼니’의 박수만 대표는 네이버의 그룹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매경 핀테크 어워드 대상업체로 선정되었던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 ‘센트비(sentbe)’의 최성욱 대표도 경영컨설팅 업체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스타트업의 창업과 해외진출을 도와주는 엑셀레이터 기업 ‘N15’ 창업자 4명도 삼성전자, 삼일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퇴사학교’도 등장했다. ‘퇴사학교’는 삼성전자를 다니다 4년 만에 퇴사한 장수한 씨가 "퇴사하고도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도와줍니다"라는 모토 아래 만든 직장인을 위한 대안학교이다.

그런데, 근로자가 퇴사하려고 할 때 회사에서 이를 거부하고 계속 일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근로자가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업무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대체인력을 제때 채용하지 못해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회사는 근로자가 퇴사를 하기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리하지 않고 반려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회사가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는 경우에 언제 사직 처리가 되는 것인지, 사직 처리가 될 때까지 계속 출근을 해야 하는지, 출근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법적으로 보면, 고용기간에 대한 약정이 없는 경우1)에는 근로자는 언제든지 사직2)을 할 수 있다 (민법 제660조 제1항). 다만,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하여 곧바로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여야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회사에서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1개월이 경과하거나(민법 제660조 제2항), 임금을 일정한 기간급(월급제 등)으로 정하여 정기일에 지급하고 있을 경우에는 당기 후의 1 임금지급기를 경과함으로써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660조 제3항). 예컨대, 월급제(임금지급기는 월초~월말)를 실시하고 있는 회사에서, 근로자가 9월 22일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회사가 이를 수리하지 않는다면 당기(9월)후의 1 임금지급기(10월)가 지난 11월 1일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는 한 취업규칙에서 이와 달리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취업규칙 등에서 민법 제660조의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규정한 때에는 그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7765 판결). 예컨대, 회사의 취업규칙에서 근로자가 사직하려고 할 경우 사직하고자 하는 날의 2주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 사직서 제출로부터 2주가 경과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고 근로관계가 종료된다.

따라서 법리적으로 보면 회사가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고 있는 이상,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여야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된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는 경우, 근로자는 일정기간 동안(1개월 또는 1 임금지급기)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물론 이와 같이 근로자가 회사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근로자의 출근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회사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의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근로기준법 제7조의 강제근로금지). 그러나, 근로자가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회사는 이를 무단결근으로 보아 해당 기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이유로 징계를 할 수도 있다(대법원 1971. 3. 31. 선고 71누14 판결).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퇴사하는 마당에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든, 징계를 하든 별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해당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퇴직 전 3개월 간 지급된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평균임금3)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퇴직금이 감소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다만,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이 무단결근 처리로 인하여 통상임금보다 낮아진다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간주하여 퇴직금을 계산하여야 한다). 아울러, 회사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다만, 이 경우 회사가 손해 및 손해액을 모두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손해액도 소액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무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와 같이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출근하지 않는다면, 퇴직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회사와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따라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당장 회사를 그만 두고 싶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은 출근하면서 회사와의 협의 하에 업무 인수인계 등의 퇴직절차를 원만하게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참고로, 고용 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고용 약정기간이 3년을 넘거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의 종신까지로 된 경우, 3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언제든지 사직을 할 수 있다(민법 제659조). 반면, 고용 약정기간이 3년 이내인 경우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사직할 수 있다(민법 제661조 본문). 이러한 부득이한 사유가 근로자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민법 제661조 단서).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때에도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하고 있는 강제근로금지에 따라 근로자는 사직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이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조기 사직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2) 근로자의 일방적 의사표시(해지의 통고)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해지를 청약하고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승낙함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합의해지(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와는 구분된다.

3) 평균임금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6호).

[정재욱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박사과정(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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