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정재욱 변호사의 완생노동법] 프리랜서도 근로자인가요?

  • 입력 : 2016.05.12 10:17:58    수정 : 2017.03.13 20: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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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1> 긱(gig) 경제 : 1920년대 미국에서 나온 용어. 재즈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필요에 따라 섭외해 단기 공연을 진행했던 ‘긱(gig)’에서 유래한 용어로 그때 그때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말한다. [사진출처=pixabay]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대결을 벌인 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우려 때문에 노동자들이 기계를 때려 부순 것처럼, 21세기 판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재현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러한 우울한 전망을 뒤로 하더라도, 데이터 알고리즘∙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이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로 ‘긱 경제(Gig Economy)<용어1 참조>’의 등장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긱(gig)’을 ‘새로운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설명하고 있다.

긱 경제는 온라인∙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즉시 해결해주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카카오 택시, T맵 택시, 우버(Uber), 배달의 민족, 요기요, 쏘카, 에어비앤비(Airbnb) 등이 있다. 이러한 온디맨드 업체들은 대체로 직원을 직접 채용하지 않고, 프리랜서<용어2 참조>와 용역계약 등을 체결해 노무를 제공받는다. 즉, 온디맨드 서비스는 개인사업자인 프리랜서와 고객 사이를 잇는 일종의 일터 플랫폼 역할을 한다.

긱 경제의 활성화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 부담을 덜 수 있고,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일하고 능력대로 분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긱 경제의 활성화가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 보면, 프리랜서와 같은 개인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법령상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에 의하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급여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임금체불),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급여나 퇴직금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사업주는 자신의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예컨대, 사업주가 자신의 업무를 위임∙도급 받아 수행하는 개인사업자에게 용역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용역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을 생각으로 일을 시킨 경우라면 ‘사기’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업주는 용역대금 등의 미지급에 대하여 민사책임만을 질 뿐 형사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받을 수 있었던 고용보험, 최저임금 등의 혜택도 개인사업자는 받기 어렵다. 또한, 개인사업자와의 용역계약 등을 해지하기는 비교적 손쉬운 반면,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는 어렵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서 일을 한 경우라면 보다 두텁게 보호받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로서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로서 일을 하는 것인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개인사업자’와 ‘근로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을 체결해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이라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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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2> 프리랜서(free-lancer) :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 어떤 영주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free) 창기병(lance)이라는 뜻으로, 중세 서양의 용병에서 유래한 말이다. 프리랜서는 통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그런데, Free 하지 못한 Free Lancer라면 어떨까? [사진출처=gettyimagesbank]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을 중요시 하고 있다. 즉,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도급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면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09두9062 판결).

구체적으로 법원은 아래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을 한 사람이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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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아닌 근로제공의 실질을 기준으로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사업주와 ‘용역계약’ 등을 체결한 프리랜서도 그 실질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즉, 프리랜서로 활동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지시∙감독을 받는 경우에는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관련 법령 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프리랜서가 개인사업자인지 아니면 근로자인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긱 경제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관련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모적인 분쟁을 방지하고, 긱 경제가 창출하는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정재욱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박사과정(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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