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본질은 業이다

자전거 타는 법

넘어지는 것에 대한 고찰

  • 입력 : 2018.02.12 09:46:12    수정 : 2018.02.12 20: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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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재벌 3세 청년사업가를 알게 되었다. 그는 21세이지만, 이미 수백억을 굴리는 투자회사를 운영한다. 몇 마디만 해봐도 알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 교수를 만나던, 몇 백억 사업가를 만나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도 그는 당당하다. 왜? 그의 뒤에 배경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승자의 뇌가 그의 머릿속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이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글을 읽어보라.

자전거를 잘 타려면 어떻게 할까? 우선 탈 줄 알아야 한다. 주변에 돌아보면 의외로 자전거를 아직까지 못 타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자전거가 무서워서 타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다.

윤은혜 주연의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의 촬영지인 충북 영동은 나의 외가이다. 어린 시절, 외가에 가서 2살 차이 남동생과 하던 놀이는 3가지이다.

1) 나이 먹기, 한발 두발 게임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놀다)

2) 경로당 배 장기(바둑 X) 대회 (나와 동생은 항우와 유방으로 빙의하여, 초한지로 어르신들을 유린하다)

3) 자전거!

xx리로 불리는 지역일수록, 도로에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다. 따라서 자전거를 도로에서 신나게 타고 다녔다. 친척 형이 "야 형은 두 손 놓고도 탈 수 있어"라고 자랑할 때, 그 부러움이란.

허나 도로로 나가기 전까지, 내가 자전거와 친해지던 단계는 그리 순탄하지 않다. 처음에는 소위 자동차처럼 앉아서 타는 네발자전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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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 https://goo.gl/xK7L6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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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 자전거 뒤에 보조 바퀴가 붙어있는 4발 자전거



이때까지는 아주 신난다. 바퀴 달린 거만 보면 무조건 타고 싶어서 안달 난다. 하지만, 어머니와 할머니가 와서 한마디 한다. "자, 이제 뒷바퀴 빼고 타보자"

미운 일곱 살은 아주 당차다. "이 정도쯤이야 별거 아니지". 하지만 비극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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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 https://goo.gl/G3k8ZE )



그렇다. 넘어지는 것이다. 조금 잘 타면 4발 자전거 단계에서도 넘어지지 않았다. 허나 처음 넘어질 때, 스스로 가지던 바퀴 달린 존재에 대한 비하 의식과 오만감은 와르르 무너진다. 그리고 그 아픔과 충격은 몇 배로 다가온다. 옆에서 장난기 많았던 외삼촌은 막 놀린다.

"야, 너 백 번 타도 안돼."

그 어린 나이에 성격상 오기가 생겨서 나는 계속 탔다. 계속 넘어졌다. 다리는 까지고 상처투성이다. 그래도 나는 혼자서 계속 탔다. 자기가 타면서 "야 용호야, 균형을 잡고 핸들을 어쩌고 저쩌고...."라고 어른들이 그러는데, 들을 때는 알겠다. 타보면 바로 넘어진다. 누구 에게 물어봐도, 결국 느끼는 건 "뭔 소린 지 모르겠다."였다.

여기까지는 글을 읽는 당신이 아주 예측 가능한 내용이다. 대부분 창업과 인생을 자전거 타는 법에 빗대어 설명한다. 하지만 내가 창업을 해보고, 실제 많은 창업가를 만나면서, 사업이라는 단어를 고민하면서 느낀 하나의 본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약자들에겐, 상처의 크기가 몇 십 배, 몇 백배 크다"라는 사실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것. 즉 "실패"는 내 몸에 생채기와 상처 정도이다. 그 순간은 아프지만, 금방 낫는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결정은 그 정도 상처의 수준으로 설명될 수 없다. 왜? 실패하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운신의 폭과 선택의 방향은 제한적이다.

많은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들을 만나고 멘토링을 진행한다. 느끼는 건, 그들이 "사업"을 시작하는 동기의 대부분은, 세상을 바꾸거나 꿈을 이루는 것 이전에 "먹고 사는 걱정 좀 안 하고 사는 것"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이다. 가슴이 아프다. 그들이 "1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슬퍼진다. 그들에게 10만 원 100만 원은, 너무나 큰 삶의 부분이다. 이들이 과연 수익률 8%가 ‘예상’(불확실성이 내포 된)되는 사업 안에 5000만 원~1억 원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을까?

의사결정의 폭은 아주 제한적이게 된다. 하지만 사업을 해보면 알 것이다. 1억은 지식/기술을 가진 직원 3명 고용時, 6~7개월이면 바닥난다. 당연히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사업은 최소 2년~3년 정도 구조체를 만들어야 수익이 들어오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허나 가난한 사람들은 결국 돈이 벌리는 길을 찾아 떠나거나 포기하게 된다.

본질은 ‘배경과 교육 수준’이 ‘지능의 차이’를 만들며, ‘인생의 높낮이’를 좌우한다는 것.

따라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꿈 따위는 개나 줘 버려라". "절대 실패하지 마라, 그리고 생존하라". 당신이 만약 가난한 흙수저라면, 실패란,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구렁텅이이다. 따라서 그 위험을 계산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영화 300의 예를 들어 보자. 당신에게 군사 300명이 남았다. 상대방 군사는 3만 명이다. 좁은 지형을 선택해 300명으로 잘 버텨왔다.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허나 내부 지형을 잘 아는 배신자가 상대에게 뒷문으로 가는 비밀통로를 알려준다. 결국 300명의 전사는 장렬히 전사하고, 스파르타는 멸망한다.

현실을 직시하자. 이게 바로 우리 삶의 이야기다. 내가 가진 무기와 자원이 부족하면서, 꿈과 비전하나 만 믿고 뛰어들면 성공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꿈과 비전을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다. 명확한 건 ‘내 한계와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통찰력 있는 대안이 보이는 것이다.

필자 또한 꿈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잡스라는 한 인물을 동경하며,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전공지식, 필요한 학식과 영어실력, 다양한 분야의 실무 경험을 함양해왔다. 하지만 결국 느끼는 것은 ‘인생은 분명히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가 되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고 치자. 허나 정작 오늘 밥벌이나 ‘먹고사니즘’에서 허덕인다면? 자존심 따위는 버려야 한다.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영어 강사라도 해야 한다. 그걸 사람들은 하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내가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신 차려라. 절대로 실패하지 마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드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 믿지 마라. 한 번도 제대로 실패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거나, 실패 끝에 운 좋게 성공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개개인이 성공하는 주요인과 부수 요인(Peripheral Factor)들은 명확히 다르다. 그 사람이 이렇게 해서 내가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IT가 트렌드라고 해서, 그 사업이 성공하는 것 또한 절대 아니다. 명확하게 모든 사물과 기회를 나라는 수십억 분의 1의 케이스에 특화해 적용시켜라.

먼저 큰 꿈과 비전을 가슴에 품자. 돈과 현실 따위가 시시하게. 하지만 동시에, 스타트업이고 사업이고 간에 ‘당장 살아남을 궁리’를 하자. 이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나의 역할을 명확히 정해라. 출세를 하려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꿈은 반드시 꾸어야 한다. 허나 꿈을 이루는 방식이 당장 그 꿈을 이루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건강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시작이다.

대업을 이루기 이전에 나의 생명과 정신을 지키자. 손빈과 방연, 흥선대원군의 사례 등 과거에 역사 속에 녹아 있는 불변의 진리이다.

[홍용호 TDCG CEO & 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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