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재혼가족 이야기

생애설계의 필요성과 졸혼준비

  • 입력 : 2018.02.12 14:35:22    수정 : 2018.02.13 1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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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앤 포터(Katherine Anne Porter)는 어떻게 “낭만적 사랑이 결혼의 침실로 슬며시 아주 은밀하게 들어와 영원한 봄날을 꿈꾸는 사랑과 개인적인 모험으로 시작되는 결혼이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허황된 생각을 하게 했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녀가 쓴 놀랍고도 통찰력 있는 결혼에 대한 논문 제목은 흥미롭게도 ‘없어서는 안 될 적'(The Necessary Enemy)이다. 포터는 이 논문에서, 이제 갓 결혼한 젊은 부인의 사례를 들면서 결혼의 높이와 깊이를 주의 깊게 탐구했다.①

이 젊은 부인은 결혼이 지닌 가장 오래되고도 고약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녀는 환멸을 느끼고, 겁을 먹고, 죄책감과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그녀가 그토록 충실히 사랑했던 남편을 미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혼은 사랑의 자명한 진리를 보여주는 제도가 아니다. 인류학적 고찰을 한 사람들에 따르면 결혼이 더 이상 행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결혼 관계 안에서 상처받고 그 상처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그 점을 증명한다.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 상처 입히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내 안의 많은 열망은 결혼의 강고한 폐쇄적 조건 아래서 죽고, 가슴에 외로움의 공동은 커져 버린다. 그러니까 사랑과 결혼이 외로움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② 그래서 그런지 ‘졸혼’을 계획하는 중년 부부들이 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하다’라는 신조어로 법적인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따로 살거나 또는 같은 집에 살아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부부의 생활 방식이다. 졸혼이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③

① 생애설계의 필요성과 졸혼을 원하는 계기

알란 워커(Alan Waker) 영국 셰필드 대학 교수가 일전 코엑스에서 열린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IAGG)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적극적 노화, 즉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를 통해 "나이 드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령화 과정에서 참여와 웰빙(Well-Being)을 개인, 조직, 사회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④ 삶이 단순한 물리적 시간의 연장이 아니라면, ‘엑티브 에이징’을 위해서라도 먼 훗날 남은 생(生)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애 수명을 100세 로 가정한다면 ‘초기 30세’까지는 학습을 통해 사회를 적응하는 시기이고 ‘이후 30년’(31살-60세)은 가족과 타인을 위한 삶을 산다면, ‘나머지 30년’(61세~)은 이제 자신만을 위해 살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중년의 퇴직은 ‘존재감에 상처를 입는 시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울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가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갱년기 우울증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졌던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이 이미 ‘마음의 감기’ 수준을 멀찍이 넘어선 것이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자들은 감정 표현을 나약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슬픔·피로감·희망 없음·수면 패턴 등을 묻는 전형적인 우울증 질문지로는 증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실제 남성 우울증 환자는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없이 크고 강해 보이기만 한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직장 내 고립과 실직에서 오는 사회적 자존감 하락 △경제적 궁핍과 노후 고민 △성장한 자녀와 소원한 아내 등 가족들의 관심 부족 △남성성과 힘의 쇠락에서 느끼는 좌절감 등이 남성 우울증의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태연 우울증임상연구센터 소장은 “우울증의 기본은 상실(loss)이다.”면서 “50대 남성들은 갑자기 잃은 게 많아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50대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던 남성들이 퇴직하면서 존재감에 상처를 입는 시기”라면서 “소일할 방법이라고는 등산과 술뿐이라 더 쓸쓸한 세대”라고 분석했다.

정년 퇴직자는 일 자체를 잃을 뿐 아니라 규칙적이던 일상생활까지 상실한다. 게다가 그의 정체성과 자존심, 다른 사람들(동료와 고객, 상관과 부하, 경쟁자 등)과의 관계를 튼튼하게 유지해주던 거의 유일한 토대, 그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던 생계수단까지 잃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⑤



변화순 팸라이프 가정연구소 소장은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남자들이 50대에 다시 사춘기를 겪는다.”면서 “가족과의 교감·소통·공감을 무시하고 살다가 어느 순간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가 50대 전후”라고 말했다.⑥

이처럼 포스트 메리지 블루의 ‘함정’ 에 빠진 중년 부부들, 여성들의 ‘빈둥지증후군’ 과 남성들의 ‘상실’(loss) 에 따른 우울증은 삶의 목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재정립하도록 우리를 압박한다.

최근 잡코리아는 남녀 직장인 547명을 대상으로 ‘오늘의 삶이 마지막이라면 죽기 전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죽기 전 후회할 것 1위는 53.0% 지지를 얻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것’이었다. 2위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낼 것’(38.8%)이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좀 더 도전해 볼 것’(31.6%) ‘내 감정에 충실하며 살 것’(26.9%) ‘일 좀 덜할 것’(11.0%) 순이었다.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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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게일 쉬히(Gail sheehy)는 중년의 성공한 디자이너에게 그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와, 중년에는 어떠한 사랑이 바람직 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⑧ “나는 지금 나 자신의 의존성에 대해서 반성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 합니다. 우리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면 상대방에 대한 의존이 아닌 관심의 관계로 우리의 결혼생활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졸혼의 개념을 단순히 비틀거리는 결혼의 대안 혹은 이혼 방지 수단의 개념에서 벗어나, 여전히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살아가는 생의 마지막 설계단계의 개념’으로 확장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남편과 아내가 둘 다 옳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각자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것은 관계가 단조로워지거나 폐쇄적으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는 새로운 활력과 자극,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들을 결혼생활에 가져다 줄 것이다.⑨

▷‘지금-여기’의 삶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중년들

졸혼과 관련, 주식회사 링클 하우스가 기혼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졸혼을 원하는 시기’를 물은 결과, ‘60 ~ 64’세로 남편의 정년퇴직 시기에 졸혼을 생각하는 아내가 많음을 확인 했다. 즉 아내가 원하는 졸혼 타이밍은 ‘남편의 정년퇴직’시기임을 확인 할 수 가 있었다.⑩ 이어 60대 후반, 70대 초반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56.8% 의 아내가 "남편과 언젠가 졸혼하고 싶다"고 답변하고 있다.

에리카 종의 소설 『비상의 두려움(Fear of Flying)』은 결혼 안에서 졸혼의 시각을 보여 준다.⑪

결혼이 억누르는(중략) 갈망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때로는 올바른 길을 찾아내고 싶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당신 자신이 여전히 홀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은, 미쳐버리지 않고 숲속의 오두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아내고 싶은 갈망, 간단히 말해 누군가의 반쪽으로 지내 온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당신이 여전히 오롯이 당신 자신으로 남아 있는지를 알아내고 싶은 그런 갈망이다.



중년은 ‘중간평가’의 시기이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중년은 ‘지금-여기’의 삶이 과연 자기가 꿈꾸었던 삶인지에 대해 평가한다.

삶이란 것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슬픈 현실을 이미 충분히 경험한 상태에서, 지금의 삶이, 비록 사회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자각과 노년기를 앞두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 고려가 중년을 절박하게 만든다.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이라면 더 이상 책임과 의무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게 된다.⑫ 이제 졸혼을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이런 기대에 부응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결혼의 마지막 진화된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② 졸혼시기에 대비한 사전준비

나로서는 중년기로의 진입이 인생의 한 단계로 들어선 것이라기보다는, 새로이 태어났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해요. 나는 비로소 이 선택 - 나는 계속 이 단어가 떠올라요 - 의 과정 속으로 태어났어요. 지금 내 나이가 오십이니 아마 이 르네상스를 이십 년 정도는 누리겠지요. 그 이십년이 어떨지 궁금해요. 각본을 갖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무슨 일이나 다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느껴본 적이 없어요.⑬



부부가 자녀 말고도 공동으로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전망과 미래의 목표는 반드시 따로 있어야 한다. 그때 가서야 허둥지둥 그런 목표를 찾아봤자 이미 너무 늦다. 특히 시대가 바뀌고 현대화 될수록, 가사와 육아 외에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공통의 관심사는 더욱 더 필요해진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 한 취미일 수도 있고(여행, 등산) 종교적인 실천일 수도 있으며(명상, 사찰 순례) 정치나 사회 차원의 참여 (지역 발전, 시민운동) 일수도 있다.

주의할 것은, 공동의 행위를 너무 소극적인 것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같이 TV 앞에 쭈그리고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사람 없는 휴양지만 찾아다니며 고즈넉함만 즐기는 것은 위험하다. 함께 시간과 정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와 보람이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보람이 있어야 인생은 비로소 꽉찬 느낌이 든다. 나와 배우자가 같이 그 보람을 찾으며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라는 느낌과 함께 서로가 아름답고 멋있게 보일 것이다.⑭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부가 함께’ 시간과 정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와 보람이 있는 일이 아닌 부부 각자가(‘졸혼’) 참여해야 할 일이 있다하더라도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생애 한 과정으로 졸혼을 이제 인식한다면 스스로 졸혼시기에 대비해서 준비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졸혼이란 ‘현재의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서 ‘각자의 삶’을 추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졸혼 준비도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의 ‘결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배우자와의 관계를 고려해야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첫째로 부부간의 합의이다. 결혼을 통해 맺어진 부부란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있어서 협력 · 부조 · 동거의 의무가 발생하는데 ‘졸혼’이란 어쩌면 이런 기본적 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삶을 사는데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졸혼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졸혼의 출발은 부부간의 합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된다.

둘째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 져야 한다. 경제적인 여건의 마련 혹은 계획 없이는 졸혼 실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졸혼이란 분리된 두세대의 가정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사운영비도 그만큼, 즉 두 배 가 든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별거형-졸혼’의 경우 별도의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경제적 준비가 없으면 현실적 제약이 따른 것은 분명한 것 같다.⑮

셋째, 부부 상호간 자립심이 전제 되어야 한다. 졸혼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독신 생활로 되돌아가 싱글라이프를 즐긴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독립뿐만 아니라 주변 생활의 신변처리(밥짓기 요리하기 청소하기 세탁하기 분리수거하기 등)까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⑯

이외에도 성공적인 졸혼을 이어가는 부부들의 예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은퇴한 남편이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사진이나 목공에 취미가 있다든지, 친밀한 친구 그룹이 많다든지, 식사준비나 일상생활에 있어서 아내의 도움 없이도 잘 지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질병으로 아픈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아내의 사생활과 독립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은퇴한 시니어 부부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홀로서기가 중요한 이유이다.⑰ 또 졸혼 이라는 생활이 배우자로부터 벗어나 무한정한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제 주어진 졸혼기간 동안 내용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하는지 과제, 즉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콘텐츠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를테면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농사의 기본기를 차차 익혔다.’ ‘야산을 매입해 한쪽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자그마치 6년간이나 서울, 장수를 오가며 산을 개척했어요.’와 같이 졸혼 설계와 동시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 하다는 것이다. 졸혼에 대한 준비과정의 한 사례를 살펴보자.⑱

“연고도 없는 시골에 내려가 혼자 농사짓기 시작했는데, 남편과 따로 살아보니 어떤 점이 달라지던가요?” “자립심이 강해지더라고요(웃음).” “야산을 매입해 한쪽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자그마치 6년간이나 서울, 장수를 오가며 산을 개척했어요. 이곳에 본격적으로 눌러앉은 건 4년 전 일이죠. 그 과정이 정말 고됐지만 낮에는 열심히 농사짓고, 밤에는 에릭 클랩턴의 음악을 배경 삼아 혼자 그림 그릴 수 있는 생활이 행복했어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농법에 관한 책을 읽고 주말농장을 일궜거든요. 조경원을 찾아다니며 전지하는 법도 배웠는데, 뒷산을 오를 때도 주머니에 전지가위를 넣고 다니며 반복해서 연습했어요.”




사례처럼 졸혼이라는 것이 갑작스러운 가출이 아닌 이상 꾸준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데 달리 좀처럼 생각이 실천으로 나타내기가 어려운 상황일 경우, 졸혼에 대한 결행의지를 주변에 조금씩 알려 나가고, 그에 따른 행동과 생활을 점검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가 있다. 그것은 아예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졸혼을 하겠다고 선언 해 버리고 우선 주변의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서 변화를 갖는 것이다.

이상옥 씨는 남편이 환갑을 맞자 가족들에게 ‘결혼 졸업’을 공표했다. 지난 30여 년간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앞으로 30년은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겠노라 하는 다짐이었다.

“남편에 두 아들까지 남자 셋과 함께 지내다 보니, 밖에 나와 있어도 한쪽 끈은 집으로 늘 연결되어 있었죠. 애들이 밥은 챙겨 먹었는지, 남편은 퇴근했는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 끈으로 자신을 옭아맸어요. 이제부터라도 그 끈을 과감하게 놓아보기로 했습니다. 1년 365일 중 한 시즌은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남편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웃음)⑲




이를테면 우선 전업 주부의 경우 경제적 자립 혹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보탬을 위해서 파트타임의 일을 얻거나 시작하면서 가정을 비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사 일은 집안에 남아 있는 배우자의 몫이 될 것이다.

남성의 경우 퇴직 후 봉사하는 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 이때 부인에게도 스스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도록 권유하고 인식 시킨다. 때로는 지역사회 일에 부부가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로써 참여 하면서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⑳

▷가사일/ ‘홀로서기’

‘졸혼시대’(국내 번역본 제목)를 쓴 프리랜서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 씨는 50대 부터 별거(별거형-졸혼)를 시작했지만 "맞벌이 라는 경제의 끈을 놓지 않아 자립이 가능했고, 남편역시 집안일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어 현재 까지도 졸혼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졸혼생활이 지속되는 이유를 말한다.㉑ 그럼 백** 씨의 ‘홀로서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전 라면 한 번 끓인 적 없고, 마트에 장보러 가본 적도 없었다는 그가 처음에 끼니를 연명했던 방법은 바로 ‘인스턴트 식품’. 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공개한 그의 싱글라이프를 보면, 그는 처음에 레토르트 식품을 극찬하더니 점차 “슬슬 질린다”며 지인들에게 반찬을 얻어다 먹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번 얻어먹기 눈치가 보일 수밖에. 결국 요리를 배우고 살림을 배우게 된다.㉒

“홀로서기의 가장 힘든 점은 모든 걸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가령 내가 아니면 아무도 쓰레기를 내다버릴 사람이 없다는 거죠.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제일 힘들어요. 언제나 내가 시장에 가야하고, 언제나 내가 출근해야하고, 내가 매달 각종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 다른 아무도 이런 책임을 나눠 걸머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 피곤한 일이지요.”㉓

▷준비와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야마모토씨 부부의 경우 원래 졸혼 자체가 자립심을 전제로 이어 질수 있는 생활이라고 판단하고, 지금까지 전업 주부로 살아온 아내의 경우에는 졸혼을 시작하면 식비와 광열비는 스스로 벌기위해 파트타임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남편의 경우에는 아내로 부터 집안 청소와 간편하고 경제적 인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㉔

>(졸혼-남) - 처음 졸혼에 돌입했을 때 그래도 익숙하지 못한 집안일 때문에 아내에 대한 원망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내에게 감사 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졸혼이 혼자서 생활하는 어려움이 있는 동시에 혼자 있는 시간의 즐거움도 배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졸혼기간 중 아내를 정기적으로 만남으로써 관계가 훨씬 더 좋아진 느낌이 듭니다.

>(졸혼-여) - 오랜 시간 남편에게 의존하던 생활로부터 벗어나니 우선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활용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새로운 것에 자꾸 자꾸 도전 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취미로 시작한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 숙련되다보니 그 일을 계기로 그 일과 연관된 일자리도 연결되는 소득이 있었습니다. 또 함께 살 때는 매일 부대끼던 남편의 모/습만 보였는데 이제 떨어져 살다보니 남편의 멋진 모습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㉕



미혼남녀가 미래 졸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은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57%)'가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 등이 꼽혔다.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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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삶의 콘텐츠 문제

멍한 상태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슬럼프에 빠진 순간이다. 활기 없는 이 순간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혹은 점심을 먹다가 그것도 아니면 잠을 자다가 갑자기 자신이 얼마나 의욕이 없는 상태인지 깨달을 때가 있다. 심지어 약간 슬픈 기분까지 든다.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기분으로 보낸다면 슬럼프에 빠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료포털 웹엠디(WebMD)에 따르면 이럴 땐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3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㉗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인가 - 슬럼프에 빠진 사람은 보람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일한다. 전문적인 영역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전혀 흥미가 없고, 건강에도 관심이 없어 관리가 소홀해진 상태라면 슬럼프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럴 땐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처럼 조용한 시간, 자신의 내면이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솔직한 심정과 마주하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 못지않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찾는 것도 인생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목표나 동기는 무엇인가 - 활기찬 생활을 하려면 성취감을 들도록 만드는 목표나 동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없으면 바다 한가운데 방향을 잃은 배처럼 표류하게 된다.

일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데이트 상대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동기와 목적이 있는 삶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생활을 이끈다. 이를 통해 모험적인 기업가가 될 수도 있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 인생이 어려운 이유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단 행동할 때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좀 더 가까워진다. 목표나 동기가 생겼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두려움과 걱정에 빠지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멀어지려면 실천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바뀌길 바라는 조급한 마음보다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책상 정리, 가벼운 산책처럼 실천 가능한 활동부터 시작한다. 한 가지 활동은 다른 활동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사소하고 가벼운 활동이더라도 일단 시작하면 점점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김정운 여러 가지문제연구소장은 ‘졸혼시대’ 추천사를 통해 "졸혼은 100세 시대에 일부일처제가 유지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 중 하나"라며 "'평생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있는가', '가족이나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운 내 삶의 콘텐츠가 있느냐'에 관한 질문"이라고 말하면서㉘ 졸혼을 시작 한다면 졸혼기간에 걸 맞는 삶의 목표나 가치 내용에 대한 충실한 준비를 주문하고 있다.

우리가 직업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으로 서너 시간 정도 취미 활동에 몰두 할 때, 취미는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은퇴 후에 취미가 우리 삶의 전부를 채워주는 유일한 것이 되면, 원래의 즐거움은 크게 상실 된다.㉙

포춘지 선정 500 대 기업에 드는 물류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드웨인(Dwayne)은 퇴직 후 이제는 여유로운 삶에 쉽게 적응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거 출근 때와 달리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던 시간에 외출했고 아내 마리아와 자주 여행도 다녔다. 하지만 이제 은퇴 3개월 후, 그는 끝없이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 했다.

그의 일과는 충분한 휴식위주로 짜여져, 잠자고 TV를 보면서 하루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게 전부였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원예도 귀찮아했다. 하지만 부인 마리아는 남편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고 있었다.

많은 은퇴자들이 발견 하듯이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영국 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퇴직자의 40 %가 임상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10 명 중 6 명은 건강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㉚




이런 현상은 은퇴자들에게 서 흔히 확인 되지만, 노동시간이 충분히 줄어든 이후로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관찰 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중년여성이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활동반경이 달라지는데, 미래에 졸혼을 염두에 둔다면 젊어서부터 ‘뭘 해야 내가 행복할까’ 하는 고민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㉛

성공적인 졸혼을 위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졸혼 이후 평생 추구할 만한 '나만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 현실 도피 차원에서 무작정 자유를 좇았다간 목표 없이 무기력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결혼 기간 틈틈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며, 졸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년 부부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젊은 부부에게 더 큰 메시지를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㉜



평생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내용이 없다면 졸혼은 노년기 세대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 결혼한 젊은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교육과 남편의 승진은 한때 아주 잠시의 고민이다. 바쁜 시기가 지나면 아주 오랫동안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온다.

은퇴 후 ‘젖은 낙엽’처럼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남편을 피하려면, 남편과 아무 관계없는 자신만의 삶이 있다는 것을 미리부터 남편에게 경고할 일이다. 졸혼은 중년부부의 권태로운 삶에 대한 한가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평생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있는가, 가족이나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운 내 삶의 콘텐츠가 있는가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㉝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게리 토마스, 사랑과 행복 그 이상의 결혼이야기, 방선기 목사 추천, 도서출판 좋은씨앗(2007), p.17

② 장석주 시인,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5) 결혼/공존 취하되 자유 인정해야, 세계일보, 2010.06.01

③ 진민재 기자, [가정의달 특집] “이제 그만 ‘졸혼’합시다”, koreadaily.com, 2017/05/10

④ [뉴스토마토 서지명 기자], (IAGG 2013)"어떻게 나이들어갈 것인지 과정이 중요" , 2013-06-25 , 내용일부 요약정리

⑤ 폴 투르니에, 노년의 의미, 강주헌 옮김, 포이에마(2015), P. 162-163

⑥ 조은지 ⁃ 유대근 ⁃ 이범수 기자, 50대男, 돌연 술·도박·섹스중독에 빠지는 이유가, 서울신문, 2012-10-26

⑦ 잡코리아, 죽기 전 후회할 것 1위 “다 알면서 왜 그럴까? ”, [헤럴드생생뉴스] , 2012-11-08

⑧ 알렌로이 맥기니스, 사랑과 우정의 비결, 지상우외 공역. 크리스챤 다이제스트(1996), p.77

⑨ 니키& 실라리, 결혼, 알파코리아 역, 서로사랑(2007), p.53

⑩ 執筆者 手嶋 照沙(てしま・てれさ, 卒婚された夫はどうなるのか、妻に卒婚されない方法とは,リンクハウス, interstation.co.jp, 2014 년 9 월

⑪ 울리히 벡/ 엘리자베트 벡-게론샤임, 사랑은 지독한 혼란, 강수영외 옮김, 새물결(2002), p.128

⑫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7)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 간절한 호소, 주간경향(1190호), 2016 08 23, 내용일부 요약정리

⑬ 캐롤 M.앤더슨·수잔 스튜어트, 단독비행, 엄영래 옮김, 또 하나의 문화(1999), p.169

⑭ 한스 옐루셰크,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김시형 옮김, 교양인(2008), p. 240-241

⑮ 卒婚の意味とルールを紹介!離婚、別居との違いは?, Focus Core, 2016.02.06, 내용 참고정리

⑯卒婚に熱い視線!離婚ではなく卒婚を選ぶ男女が急増中,離婚準備なう, tanteinavi.com, 내용 참고정리

⑰ 이한세 박사의 시니어 스토리, 황혼이혼과 졸혼(卒婚) 그리고 홀로서기, 여성신문(1426호), 2017-02-09

⑱ HEYDAY 작성, 졸혼(卒婚) 시대, 각자 사는 부부이야기[졸혼 이야기 2-귀농 아내와 도시 남편 임지수 씨], <헤이데이> 27호2016.08.10

⑲ 박지현 기자, 결혼과 이혼 사이, 부부의 재구성, chosun.com, 2016-11-14

⑳ 離婚」でも「別居」でもない「卒婚」 そのメリットは?, NAVER まとめ, matome.naver.jp, 2017 년 02 월 10 일, 내용 참고정리

㉑ 佐野敦子, シニア夫婦の「卒婚」、十分な準備を 「解を探しに」 私の居場所(2), 日本経済新聞, 2016/8/31

㉒ 박찬은 기자, [MBN] '아궁이' 중년부부의 ‘두 번째 선택’ 백년해로냐, 졸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매일경제, 2017.05.03

㉓ 캐롤 M.앤더슨·수잔 스튜어트, 위의 책, p.321

㉔ 佐野敦子, シニア夫婦の「卒婚」、十分な準備を 「解を探しに」 私の居場所(2), 日本経済新聞, 2016/8/31

㉕ 卒婚の意味とルールを紹介!離婚、別居との違いは?, Focus Core, 2016.02.06, 내용 참고정리

㉖ 조상윤 기자, 미혼남녀 57% 졸혼 문화에 "긍정적", 한라일보, 2016. 05.19[가연이 부부의날을 앞두고 '천만모여'회원 548명(남320 여228)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㉗ 문세영 기자, 슬럼프에 빠졌다, 구출 전략은?, 코메디닷컴, 2017.06.15

㉘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졸혼, 결혼생활이 지긋지긋한 중년들의 탈출구, 2017/02/06

㉙ 폴 투르니에, 위의 책, P.43

㉚ Mike Lewis CONTRIBUTOR, Life After Retirement - What Do I Do Now?, forbes.com, OCT 22, 2013, 내용 참고정리

㉛ 박지현 기자, 위의 글

㉜ 이대진 기자, [결혼을 졸업하다 '졸혼'] 우리 졸혼 했어요, 부산닷컴, 2017-02-13

㉝ 하정은 기자, 졸혼, 따로 또 같이 살며 본래의 나 찾다, 불교신문, 2017.02.27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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