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선의 다락(多樂)풍경

[손윤선의 다락多樂풍경] 4차 산업혁명 속 정답이 아닌, 팩트와 과정을 찾는 작가 ‘박승순’

  • 입력 : 2017.08.18 17:35:45    수정 : 2017.08.18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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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란문화재단 제공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혁명 시대를 말한다. 18세기 초기 산업 혁명 이후 네 번째로 중요한 산업 시대이다. 이 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무인 항공기, 무인 자동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과 같은 6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 혁명(第四次 産業 革命, 영어: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에 대해 위와 같이 정의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꽤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용어에서 오는 급진적인 느낌은 대중들이 스스로 쉽게 소비하고 회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회자되고 있는 속도와 정보의 양에 비하여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부유한다. 실체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마치 공상 과학소설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아스라이 그려내는 정도가 전부일뿐이다. 이에 따라 그것이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설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실체 없는 상상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방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문화자본의 구별 짓기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구별 짓기란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혹은 비평가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적 이론이다. 그는 아비투스, 구별 짓기, 장이라는 몇 가지의 개념을 정의 내렸다. 세 가지의 공통점은 모두 계층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교양적’ 문화를 향유하는 격차에 의한 문화소외 현상을 말한다. 앞선 주장은 이 시대에 이르러 이와 같은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미래사회를 주제로 한 여러 창작물 가운데, 사회문화적 불평등을 논지로 두고 있는 작품이 많다. 발전된 사회, 이를 수용하지 못한 이들의 도태, 수용한 엘리트들의 지배는 흔한 세계관 설정이다. 어쩌면 이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현재의 문화 불평등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물결까지 도입된다면 불확실한 격차는 어디까지 벌어질 것인가. 지금까지의 문화 민주주의 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신기술의 발전과 수용을 둘러싼 엄청난 불확실성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의 복잡성과 여러 분야에 걸친 상호 연계성 면에서는 정·재계 및 학계, 시민사회를 포함한 지구촌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 새로운 기류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우리가 제4차 산업혁명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고민은 끝없이 반복되어야 한다. 미래기술이 정답(correct answer, right answer)으로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도록 관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공식으로 입각하여 풀어나가기보다는, 기술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으로 종합적인 방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기술적으로 구현하기에 어렵다고 말해지는 최종 목적지, 문화예술 장르는 위의 기술과 더불어 융합하고자 할 때 더욱 많은 인간적인 고민과 철학을 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지 ICT, HCI, 그리고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작가와 이야기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우연히 인천아트플랫폼의 한 작품을 통해 어느 작가의 이와 관련된 깊은 논의를 나눌만한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제보>전시.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은 넓은 전시장 한가운데 대중들의 이목을, 특히 귀를 사로잡은 청각 베이스 작품이 있었다. 바로 박승순 작가의 ‘소리/풍경 인지능력 평가(SLCAT: Sound/Landscape Cognitive Ability Test)’이다. TOEIC, TOEFL 등과 같은 점수화된 평가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작품명은 융합 장르작품 매력을 극대화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는 청각/시각 인지 과정을 데이터로 객관화하는 과정을 나타내고자 지어진 단어라고 한다. 작가 본인의 소개를 간략하게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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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 작가 소개

박승순은 뉴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전자음악가 RADIOPHONICS로 활동 중이다. 콜렉티브 ‘아이디언(IDEAN)‘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을 매개로 인간이 우주 또는 자연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 및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최근 개인 연구 및 작업의 목적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풍경 이미지를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소리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 동안 인천의 현재 풍경 이미지와 소리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컴퓨터로 학습시켜 일종의 ‘인공지능 기반 사운드스케이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응용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사운드스케이프 작법 및 퍼포먼스 등을 개발함과 동시에 ‘인공지능’에서 발생 가능한 오류들을 병치하여 인간과 컴퓨터가 소리 풍경을 인지 또는 감상하는 메커니즘의 한계점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박승순 작가 개인 사이트 : www.seungsoonpark.com , www.radiophonics.net)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재학 중인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오늘도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면서 많은 기술과 ‘소리’의 교차점을 고민한다. 피지컬 컴퓨팅, 인터랙티브 아트,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인공지능(AI)까지. 전자음악을 다루던 그는 이제는 ‘매체 음악가’로서 다양한 기술적 흥미를 심층적인 작품, 논문연구로 발전시키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을 작품으로써 해석할 때 어떤 것을 가장 면밀히 고찰하는지 그에게 화두를 던졌다. 잠깐의 침묵 후, 이내 그는 “관객들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라고 했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조차도 어려운 부분이 많기에, 최근 작업 중인 작품에서도 알고리즘 개발자와 함께 협업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작품에서는 소리(사운드)와 기술 간의 융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느냐보다는, 관객들이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본인만의 해석으로 작품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 아직 실체가 분명하지 않듯이, 이번 내 작품에도 정답은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라며 곱씹으며 이야기를 해나가는 박승순 작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앞서 언급했던 미래사회 현 사회의 과도기적 문제점으로 다시 되돌아가보자.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교육의 깊이에 따라 엘리트 사회의 구별짓기를 생산하고, 이를 고민이 아닌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 예술사회에서도 로봇, 아두이노 등 기술력이 향상된 작품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작가의 생각만 온전히 담아내며 대중들의 문화자본 수준, 교육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적적한 사례 역시 늘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무조건적인 정답이 아닌 과정(PROCESS), 그리고 팩트(FACT)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나눌 줄 아는 매체 음악가의 존재는 참으로 소중하다. 어렵다 하여 포기하지 않는 그의 전시는 매번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만남의 기회를 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며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뒤집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로만 풍경을 인지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세상을 인지하는 것은 정답이 없다”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평가를 통해 수집된 약 6천여 개의 설문 데이터는 연계되는 다음 작품인 <뉴로 스케이프 in 인천>을 개발하는데 소중한 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GAS 2017’ 전시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뉴로스케이프 NEUROSCAPE>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인공신경망에 의해 재구성된 기억-풍경을 색다르게 풀어내 보다 진중히 사람들에게 본인의 색깔을 전달하려고 한다. 이제는 매체 음악가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미 지금까지 보여줬던 그대로, 꾸준한 실험정신으로부터 실현 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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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소개

‘NEUROSCAPE’는 Neuro(신경)와 Landscape(풍경)의 합성어로, 인공신경망에 의해 재구성된 기억-풍경을 의미한다. 매체 음악가 박승순과 알고리즘 개발자 이종필로 구성된 팀, ‘RETRIEVER’는 자연 또는 도시 풍경 이미지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후 이에 상응하는 사운드/이미지를 자동으로 연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및 실험적인 음악 퍼포먼스 형태로 구현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는 영역을 발견하여 감각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딥러닝 알고리즘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오류를 병치하여 양면성을 드러내고, 인공지능의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파트 I

장소: 일산 킨텍스

일시: 8.10-15 (10: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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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II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갤러리

일시: 9.2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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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III

장소: 플랫폼-L

일시: 11.1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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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IV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일시: 11.10-12.17



[손윤선 Paradox Avenue 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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