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산유국의 후회

2년 반의 근무를 마치고 알제리를 떠나며

  • 입력 : 2017.12.12 09:59:39    수정 : 2017.12.12 16: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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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알제리 근무를 마치고 본사 인사명령에 따라 2018년 2월 1일부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체류하는 동안 필자는 우버인 사이트를 통해 총 30 차례에 걸쳐 알제리의 일반적인 생활과 문화에 대해 기고해 왔는데 이제 기고를 마칠 시점이 온 것 같다. 가능하면 딱딱한 비즈니스에 관한 글 보다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주제를 골라 기고를 해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알제리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기란 쉽지 않았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길고양이에 대해서도 무심코 보지 않았으며 식당, 이발소, 고속도로 등 일상적으로 많이 찾는 곳에 가서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알제리만의 특성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였다.

필자도 솔직히 알제리로의 파견이 결정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기껏해야 20년 전, 이스탄불 근무 시 튀니지로 휴가를 다녀갔을 때 사하라 사막 초입에서 관광 가이드가 멀리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면 알제리라했을 때만 해도 알제리는 동서 냉전시대에 비동맹외교를 주도하였으며 금세기 초까지, 10여년 극심한 내란을 겪었고 그래서인지 과격하고 위험한 국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지난 2년 반을 회상해보니 알제리는 과격하지도 않고 그다지 위험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국가도 아니었으며 비교적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좋고 수입품을 제외하면 현지에서 생산되는 물품은 비교적 저렴하며 거리가 가까워 쉽게 유럽에도 갈 수 있는 등 좋은 점도 많이 있었으나 솔직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테러 가능성으로 인해 알제리 수도 알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알제에서만 체류해야 한다는 점, 즐길만한 여흥거리가 거의 없다는 점, 무엇보다 행정낙후와 사회 인프라망 열악으로 수시로 끊어지는 인터넷, 전기, 수도 등은 필자 내외를 괴롭혔다. 더구나 최근 경제사정 악화로 그동안 비교적 치안이 좋았던 무역관과 필자 사택이 있는 지역에서도 외국인 상대 폭행과 도난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밤거리 걷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생활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이와 함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던 알제리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로 외환보유고 급감, 재정 및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수입규제와 외환통제 강화로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알제리와의 비즈니스에서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 우리 기업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우리기업들이 알제리로 수출 하고서도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여 이곳에서의 생활이 마냥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른 수건에서도 물을 짠다는 자세로 수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필자가 알제리에 근무하는 동안, 여러 명의 대학생 인턴들이 6개월 체류 일정으로 무역관을 다녀갔는데 다들 열악한 알제리 생활환경에서 수년씩 어떻게 사느냐며 이곳 주재원들이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기업 주재원이나 대사관, KOTRA, KOICA, KOPIA 직원들은 가족들과 떨어져 알제리에서 여러 해 동안 국익증진과 수출 진흥, 프로젝트 수주와 건설을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뛰고 있다. 이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건강히 귀국하기를 기원해본다.

필자는 얼마 전, 출장 차 서울을 다녀왔는데 귀국을 앞두어서 그런지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스템화 되어 있는 사회 체계, 우수한 인프라, 편리한 교통체계, 빠른 인터넷, 다양한 쇼핑센터와 맛있는 식당 등 삶의 질이 알제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우수한 우리나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함께 기쁜 마음도 든다.

끝으로 알제리를 소개 할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해 주신 매경 우버인 사이트 관계자 여러분들과 무엇보다도 필자의 기고문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기고를 마칠까 한다.

[조기창 KOTRA 알제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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