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따라잡기 : 부모와 함께 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준비

자녀가 대입시에 실패한 아버지들께

  • 입력 : 2018.02.07 10:58:19    수정 : 2018.02.07 2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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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의 정시 전형 합격자 발표도 막바지에 이르러 대학의 학생 선발이 끝나갑니다. 해마다 이 시간이 되면, 살을 파고드는 것 같은 바람과 한파가 더욱 시리고 아프게 다가오는 이들이 있는데, 대학입시에서 실패를 한 자녀를 둔 아버지들입니다. 어디에다 하소연 할 곳도 마땅히 없는 사람들. 가정에서는 언제나 듬직해야 하고, 아내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의 슬픔을 내색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아버지들은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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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아버지들은 성장할 때에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한 대화법이나 가족과의 관계를 잘 맺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빠로서 자녀들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에 서투지요. 어머니는 여자의 특성상 관계를 중시하는 환경을 이루며 성장했지만, 남자인 아버지는 일과 직업을 위한 것에만 집중하면서 지내왔습니다. 현재의 학교 시스템도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고 보면, 제대로 된 아버지가 되기 위한 환경과 교육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학교 다닐 때에  국어, 영어, 수학 문제만을 열심히 풀었고, 좋은 직장에서 돈만 잘 벌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 한 아버지의 경험

작년에 한 아버지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그 분의 큰아들은 공부를 곧잘 했고 성격도 좋았고 여러 면에서 훌륭한 인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였답니다. 최고의 명문대를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고 잘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지원할 때에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지원을 하다가 실패를 하였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대로 지원하였다면 충분히 합격하였을 것인데 아빠의 생각대로 지원하여서 불합격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때 그 아버지는 많이 울었고, 차에서도 울었고 방에서도 울었습니다. 크게 크게 통곡을 하였습니다.

아들이 대학에 불합격한 사실도 슬프지만, 아들이 원하는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더 슬펐습니다. 아들을 과대평가하여 아들이 결정하고 선택하기에 앞서서 아버지가 아들의 길을 제시함으로 아들의 결정권을 빼앗은 것에 대한 후회가 컸습니다. 또한 아들에게 도전하는 용기와 성공경험의 기회를 빼앗으므로 인해, 성공으로 기쁨을 맛볼 기회를 잃게 한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욕심을 낸 것이 너무도 후회되었고 자신이 용서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마음이 아파서 우는데, 아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전혀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선택과 도전의 기회를 빼앗기고 성공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또 다시 기회를 갖지도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덮쳤을 아들을 생각하면 또 슬펐다. 평생을 아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아들이 받은 충격과 좌절감을 어떻게 극복시켜 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뒤에 서서 아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격려했더라면 아주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젊은 시절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통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과 원망이 크게 아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 같은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아들은 그러한 좌절을 딛고 일어설 것이다. 그러나 더 힘들게 인생을 걸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또한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러나 슬픔에만 파묻혀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학입시에서 올해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평생을 가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도 기회는 있다. 물론 1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인 현 시점에서 재수생에게는 불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기회가 막힌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어쩌면 이런 실패의 과정을 거쳐서 아들은 자신을 한 번 더 성찰해 보고,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였을 때는 보지 못한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이 이렇게 힘들어 할 시기에 아버지로서의 나는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까?

아들이 3~40대가 되어 자신의 자녀를 보면서 이 아버지를 생각할 때 어떤 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분이셨고 어떤 의미였을까?’라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이 나오고, 그 때 아들의 마음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는 죄책감과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아버지로서의 새로운 깨달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매일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고 나에게는 어떤 결정권을 주고 기다리지 않았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나에게 시키기만 했어. 나는 그래서 슬퍼. 청소년 시절에 우리 아버지는 자기의 욕심을 나에게 강요하였고, 나는 아버지 욕심을 채워주는 도구에 불과했어. 아버지는 내가 어려웠을 때에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강요했지.' 이런 기억이 아이의 머리와 가슴속에 생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고 푸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이렇게 생각하도록 하는 아버지가 되자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힘들 때 아버지는 내가 가서 안길 수 있는 푸근한 품이었어. 내가 잘못을 하더라도, 내가 대학에 떨어졌어도 아버지는 늘 나를 안아주시고 사랑을 주셨지. 나는 아버지의 욕심을 채워주는 도구가 아니라, 아버지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어. 결코 아버지의 욕심을 강요하지 않으셨어. 내가 잘못을 해도 아버지는 나를 먼저 걱정하셨어. 그래서 나는 다른 길로 갈 수 없었어. 나는 청소년 시절에 정말 행복한 시절이었어. 아버지가 나를 온전히 믿고 감싸 안아 주셨으니까 말이야.'

● 대학입시에 실패한 아들이 갈 곳은 아버지의 가슴

대학에 실패한 아이들은 마음을 둘 곳이 없습니다. 부모님들께는 너무 미안해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합니다. 그럴 때 아이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형식적이 아니라, 정말로 내 아들이 되어서 기쁘다고 말해주는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자녀가 지금은 비록 대학입시에 실패를 했어도, 10년 후에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하시고, 그렇게 믿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도와야 합니다. 대학에 실패한 자녀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사회에 나갈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제 부모 곁을 떠날지 모릅니다. 부모가 마음으로 준비하기 전에 떠날 것입니다. 어떤 자녀는 공부하기 위해서, 어떤 자녀는 독립하기 위해서, 어떤 자녀는 군에 입대할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보낼 준비가 안 되었는데 자녀는 성급히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자녀가 돌이켜 보면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아버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에 실패한 아이는 많이 좌절하고 슬픕니다. 자신이 못난 사람이고 실패자라고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자신의 절망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대학입시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아버지가 잘 알 것입니다. 물론 많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오래 살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원하는 대학을 거쳐야만 사회에서 행복하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원하는 경로를 갈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더 좋은 상황이 오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고 위로해 주면 좋을 것입니다. 아들이 자신의 곁을 떠났을 때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고 괜찮다고 위로해 주세요. 그리고 잘할 수 있고, 기회는 또 올 것이란 희망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 실컷 울 수 있도록 아버지의 가슴을 내어주세요. 고3까지 부모로부터 제대로 칭찬받지 못하고 입시에 시달려온 아이들이 너무 많고, 그런 아이들이 대학입시에 실패하면서 맛보는 좌절감은 너무 큽니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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