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 닳도록’ 여행하고 싶은 그대에게

[마르가 닳도록 스페인어] ‘r’ 발음을 무조건 다 굴리는 것은 아닌데

  • 입력 : 2018.02.07 10:55:45    수정 : 2018.02.07 2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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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는 비교적 발음이 쉽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면 알파베또(alfabeto)와 신경 써야 하는 발음 등을 모두 살펴볼 수 있고, 이내 단어나 문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씩의 개인차는 있겠으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또 배움의 정도와 관련 없이 학생들이 발음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첫 시간 수업을 듣고 난 후 그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다는 점은 외국어 공부에 막 입문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용기가 되고, 또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발음에 있어서 다른 외국어에 비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스페인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어려운 발음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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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스페인어다움’을 드러내주는 대표적인 발음과 동시에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처음에 잘 못하는 발음은 단연 혀를 굴려줘야 하는 ‘r’이다. ‘따르르르르르릉’ 소리를 실감나게 묘사할 때, ‘르르르르’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혀가 마치 입천장을 치며 떠는 듯한, 또는 굴려 주는듯한 소리라고 하면 학생들이 금세 이 발음을 이해한다. ‘세뇨ㄹ리~~~따’, ‘ㄹ라~따 ㄹ라~따 아ㄹ라~따.’등, 과장되게 굴려주는 ‘ㄹ’의 발음은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TV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라틴문화권’을 나타내주는 일종의 장치로서 소비되어 오고 있다. 연습을 통해 이 발음을 할 줄 알게 된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 스페인어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힘들이지 않고 쉽게 굴리는 ‘r’발음을 할 때면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스페인어에서 모든 ‘r’ 발음을 굴려준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단어 중간이나 끝에 하나씩 들어가 있는 ‘r’은 [ere]로 굴려주지 않고 한글의 ‘ㄹ’로 가볍게 발음한다.

flor [플로르] 꽃

pero [뻬로] 하지만, 그러나

perla [뻬를라] 진주

barco [바르꼬] 배

[erre] 발음으로 굴려줘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며, 편의에 따라 굴려야 하는 발음임을 나타내주기 위해 발음 표시란 한글 표기에 있어 앞쪽에 ‘ㄹ’을 한 번 더 써놓았다.

① 단어의 맨 앞에 r발음

radio [ㄹ라디오] 라디오

Ramón [ㄹ라몬] 라몬(남자 이름)

② 단어 중간에 r가 두 개가 들어가 있을 경우

perro [뻬ㄹ로] 개

guitarra [기따ㄹ라] 기타

ferrocarril [페ㄹ로까ㄹ릴] 철도, 기차

③ -r- 앞에 철자가 l, n, s일 경우

alrededor [알ㄹ레데도르] 주변, 주위에

sonrisa [손ㄹ리사] 미소

Israel [이스ㄹ라엘] 이스라엘

그러므로 무턱대고 모든 ‘r’발음을 다 굴려주면 틀린 발음이 된다. 앞서 언급했었던 아가씨라는 뜻의 señorita 역시 과장하여 굴리는 [세뇨ㄹ리따]가 아니라 담백하고 가볍게 [세뇨리따]로 읽어주면 된다. 귀찮아서 혀를 굴려 발음하지 않으면 의미가 다른 엉뚱한 단어를 말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개, 강아지’를 뜻하는 스페인어 단어 perro를 귀찮고 어렵다고 [erre]를 제대로 굴려서 발음해주지 않으면 ‘하지만, 그러나’를 의미하는 pero를 지칭하게 되므로 의미 전달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굴려줘야 할 땐 확실히 굴려주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가볍게 발음하며 아래 두 문장을 연습해보자.

El perro de Rosa anda alrededor del río con Carla.

[엘 뻬ㄹ로 데 ㄹ로사 안다 알ㄹ레데도르 델 ㄹ리오 꼰 까를라]

로사의 개가 까를라와 강 주변을 돌아다닌다.

Enrique y Ramón tocan la guitarra en Israel.

[엔ㄹ리께 이 ㄹ라몬 또깐 라 기따ㄹ라 엔 이스ㄹ라엘]

엔리께와 라몬은 이스라엘에서 기타 연주를 한다.

고등학교 때 처음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던 나에게 시련이 되었던 발음 역시 바로 이 ‘r’이다. 혀가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데 [erre] 발음은 잘 하고 싶어, 틈나는 대로 혼자 집에서 읽고 또 읽으며 연습했다. 처음엔 신경 쓰고 노력해야 발음이 나왔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혀의 조음점이 찾아져 이제는 힘들이지 않고 [erre]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간혹 이 발음이 안 되면 어떡하나 고민하며 부끄러워서 단어를 읽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데, 연습하면 비슷하게라도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니 일단 소리 내어 읽어야한다. 이후 정확하게 [erre]를 발음할 수 있게 되면 과장된 [erre]로 모든 r사운드를 발음하지 않도록, 즉, 과해지지 않도록 주의 하자. 여기에 모음 a, e, i, o, u가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만 소리가 난다는 점을 흔들리지 않고, ‘h’는 묵음이므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점, gue, gui, que, qui가 각각[구에], [구이], [꾸에], [꾸이]가 아니라 [게], [기], [께], [끼]로 발음된다는 점 정도만 기억한다면 스페인어 단어를 잘 못 읽는 실수를 거의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곽은미/마르가 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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