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 닳도록’ 여행하고 싶은 그대에게

[마르가 닳도록 스페인어] 양립하기 어려운 것들의 함께 하기, 영화 ‘코코’

  • 입력 : 2018.01.31 11:41:39    수정 : 2018.01.31 18: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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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영화를 함께 보았다. <겨울왕국>,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픽사가 이번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코코>라는 영화를 선보였는데 연일 학생들로부터 “선생님 코코 보셨어요?”라는 말에 시달렸던 나로서는 전작들로부터 받은 감동에 대한 의리 반, 스페인어 전공자 및 선생님으로서의 의무감 반으로 마치 숙제하듯 영화표를 예매했다. 그래서였을까? 멕시코틱한 저녁을 완벽하게 만들어보자며 저녁 식사 메뉴로 정했던 파히타(fajita)에 훨씬 더 기대감을 가진 채 약속 장소로 향했던 것 같다. 과카몰레(guacamole) 소스까지 싹싹 비우며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한 뒤 ‘스페인어가 정말 많이 나온단 말이지?’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영화관에 입장했다. <코코>는 단순히 ‘스페인어’가 나오는 멕시코 배경의 애니메이션으로 대하기에는 너무나 멕시코적인 영화였다. ‘¡Qué padre![께 빠드레]’를 비롯하여 곳곳에 깨알같은 멕시코식 스페인어들이 영어 대사 사이에 녹아들어 있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영화에는 대가족이 함께 사는 문화, 가족의 전통 가업과 멕시코의 전통을 대대손손 이어나가는 문화, 광장(plaza) 중심의 생활·문화권 형성, 멕시코 도시와 길거리, 묘지 풍경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해골장식, 죽은자의 날 색종이 장식(papel picado), 마리아치, 멕시코의 대표 화가 프리다 칼로 등 대놓고 ‘멕시코’임을 보여주는 장치들 사이에 ‘단테’로 등장하는 강아지가 ‘아즈텍의 개’로 불리는 멕시코의 대표 견종인 털 없는 개(perro sin pelo), 숄로이츠쿠인틀레(xoloitzcuintle)라는 점과 화려한 색채의 동물정령 알레브리헤(alebrije)가 나오는 점은 놀라우리만큼 멕시코적 색깔이 담겨 있어 진부함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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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멕시코의 전통적인 기념일로 미국의 할로윈데이와 자주 비교되곤 하는데, 매년 10월 31에서 11월 2일, 세상을 떠난 가족, 친구들을 기억하며 제단을 꾸미고 퍼레이드를 하기도 하며 죽은자들을 추모하는 행사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짐작했겠지만 죽은자의 날은 이름이 가지는 무시무시한 느낌과는 달리 슬프거나 엄숙하기만 한 날이 아니라 세상을 떠난 주변인들을 기억하는 의미있는 날임과 동시에 산자와 죽은자를 넘나들어 가족,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기쁜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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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멕시코인들은 이 날 죽은자들이 자신들을 찾아온다고 믿으며 제단을 예쁘게 꾸미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 제단에는 죽은자들의 사진, 살아 있을 때 좋아했던 음식, 이름이 적혀 있는 설탕 해골, 물, 꽃 등이 올라간다. 각각의 사물들이 다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꽃은 메리골드로 알려진 금잔화로 장식을 해두는데, 이 꽃의 향기가 죽은사람의 영혼을 이승으로 안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속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황금색의 꽃 잎 다리가 바로 이 금잔화로 만들어진 것이며 주인공 미겔이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넘나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노란 잎사귀 역시 이 꽃이다.

살아있는 미겔의 저승 세계로의 모험은 우리에게 양립하기 어려운 것들의 함께하기를 잘 보여준다. 삶과 죽음, 개인의 꿈과 가족의 전통이라는 양 극단의 대립 가운데서 한 극단의 우월함이나 승리가 아니라 한 요소를 통한 다른 요소보기, 나아가 이들이 공존하고 어우러져 더 곤고해짐을 말이다. 살아 있는 가족들로부터 상처받은 미겔이 고인이된 가족들을 통해 다시금 가족들의 사랑을 깨닫고, 쓸모 없고 헛되다고 여겼던 제단 꾸미기 전통을 통해 잊혀져가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가족이라는 뿌리 속에서 음악적 재능이라는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되는 것들이 그러하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들을 추억하고 기억해야 영원히 산다는 것, 그들을 기억하는 자가 없어질 때 진정으로 죽는 것이라는 내용은 신선한 충격을, 이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음악’을 통해 가족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되는 ‘마마 코코’의 장면은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영화의 앞부분 겨울왕국 영상 역시 크리스마스 전통을 통한 가족, 소중한 것의 재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코코>와 이어진다.

산 사람도 자꾸만 잊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을 지키려다보면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코코>에서 노래부르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죽는다는 것의 의미가 진실로 멕시코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육신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살아있는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것은 죽은자들 뿐 아니라 현재를 사는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들이 정말로 죽지 않도록 계속해서 기억하고 어루만져야 함이 아닐까. 사랑스러운 영화 <코코>와 함께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지키며, 함께하며 이번 주는 ‘나를 기억해줘’ Recuérdame[레꾸에르다메].

[곽은미/마르가 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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