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변호사의 둘이 되어 사는 이야기

명절직후 증가하는 이혼, 막을 수 없을까?

  • 입력 : 2018.10.08 12:17:55    수정 : 2018.10.08 1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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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이혼전문변호사인 내가 체감할 때 명절직후의 이혼상담건수는 평소의 3배 가까이 된다. 물론 그 중 실제로 이혼소송을 결심하는 사람 수를 따지면 평소보다 약간 많은 정도이긴 하지만 매년 설과 추석 때는 수임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2016. 협의이혼신청건이 설날, 추석 이후 평소의 2배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을 법원행정처 자료에서 접하기도 했다.

물론, 평소에 이런저런 갈등으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던 부부가 명절을 계기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갈등이 심화되어 이혼을 결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선해하기에는 수치가 상당히 높다. 즉, 명절에서의 사건 그 자체가 원인이 되어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원인에 대하여는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부모 세대와 자녀들 세대의 사는 방식이 너무나 달라서 일 것이다. 부모 세대의 경우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주로 음식 등 가사 일은 여성이 하는 것이 당연히 여겨져 왔다. 그러나 자녀세대(20~40대)의 경우 일단 맞벌이가 흔하고, 여성이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남성들이 가사 일에 대한 참여도가 과거세대보다는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생활방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부모세대에 맞추길 강요받고, 또 맞추길 노력하다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나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평일 내내 직장 다니고, 아기 키우고 하루 24시간도 부족한데 시댁에 가서 남편은 누워있고 저는 아기 봐가면서 하루 종일 음식을 하고 나면 왜 이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남자 의뢰인분들은 이야기 한다. “평소에도 하루 종일 돈 벌고, 집에 가서 육아와 가사일 돕고 너무 힘든데 명절 때 아내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까지 조율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명절직후 늘어나는 이혼에 대한 원인을 전통사상 내지 성차별적 개념으로 치환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이 근본적 원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오히려 부부간의 가치관과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모세대야 자녀세대와 같을 수 없으니 서로 이해를 해 나가면 되는 부분이다. 부모님은 자식의 얼굴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명절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세대차이와 문화차이는 어딜 가도 존재하는 것인데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배우자가 서로 내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하고 뭐든 함께 해 나간다면 사상이나 문화자체가 크게 문제 될 일은 만무하다.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하나의 가족단위로 단단하게 하나가되어 이해하고 노력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의 편에 서서 상대방을 공격한다면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더 이상 남성만 문제가 아니다. 명절 직후 장서갈등(장모, 장인과 사위와의 갈등)의 심화로 찾아오는 남성분들도 너무나 많다. 아내가 자신의 부모의 편에 서서 함께 남편을 비난한다는 것이다.

명절직후 극한 갈등까지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의 벽에 부딪혔을 때 부부가 이 것을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배우자 중 한사람은 지금 와있는 집이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기에 상대방의 불편감이 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은 다양한 것. 정답은 없다. 명절을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시댁이든, 처가댁이든 가사일이든, 육아든 최대한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으로 함께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명절은 서로 룰을 정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한 팀이고 한 가족이라는 걸 되새기고 갔으면 한다. 남편 집에 가면 아내가 더 열심히 효도하고, 아내 집에 가면 남편이 더 효도하기로 한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각자의 집에 더 잘하기로 한다거나. 한명이 아이케어를 전담하면 나머지 한명이 음식을 한다거나하는 룰 말이다.

룰을 정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기대만을 가지고 연휴에 임한다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과 일상생활의 피로감이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지 모르니.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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