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숙의 '그립거나 다행이다'

실수를 다루는 방법이 그 사람이다 - 실수했으면 일단 빠르게 사과하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

  • 입력 : 2018.08.10 10:36:16    수정 : 2018.08.10 19: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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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일로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잠깐만 확인해 봐도 쉽게 알아낼 것을 혼자 오해하고 끙끙 앓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초등학교에 교사로 부임한 후에 있었던 일이다. 그 학교는 강화도 바로 앞의 작은 리 단위의 마을에 있었다. 학교 부근에서 자취를 하는 동안 외롭고 소심해졌다 보다.

게다가 그 학교는 승진에 유리한 점수를 딸 수 있는 곳이기에 베테랑 교사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신입 교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 학교에서는 월요일마다 애국조회를 했는데 하루는 주름치마를 입고 출근했다. 조회대 앞으로 걸어 나가던 중에 하얀 치마 속에 입고 있던 속치마가 갑자기 땅으로 툭 떨어졌다. 순간 앉아서 추켜올렸지만 전교 학생들 앞에서 일어난 일이라 큰일 났다 싶었다. 게다가 선생님들도 봤을 텐데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보나 하고 며칠간 속으로 끙끙 앓았다.

약 한 달이 지난 뒤 친한 여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때 사람들이 다 봤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뭘 봤느냐고 하는 것이다. 그 당시 일어난 속치마 이탈 사건을 말했더니 자긴 못 봤다고 하는 것이다.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라 믿을 만했다.

혹시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보았을까 걱정이 되어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아무도 그 장면을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내가 조회대 앞으로 걸어 나갈 때 마침 교장 선생님이 나오고 계셔서 일제히 교장선생님을 쳐다본 것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한 달이나 창피함에 힘들었다.

당장은 창피하더라도 그 당시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았으면 당장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모파상이 쓴 단편소설 ‘진주목걸이’ 속의 주인공도 그렇다. 친구에게 빌린 진주목걸이를 잃어버렸을 때 곧바로 친구에게 말했어야 했다. 친구가 모조품이니 괜찮다고 말해줬을 텐데...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정면으로 돌파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감동하기도 한다. 연예인들 중에 거액의 빚을 진 후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이 있다. 열심히 일해서 갚을 테니 기다려달라고 하면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는 큰 빚을 지고 도망가는 경우다.

정치인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도 그렇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과거의 잘못이 폭로된 정치인들마다 대응 방법이 다 달랐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이 과거를 잘못 살았다고 깊이 반성했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은 자신에 대한 모함이라고 했다가 더 까발려지는 바람에 큰 비난을 받았다.

사과를 할 때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아주 사소한 일로 아이들끼리 다툼이 잦다. 그 때 최초로 싸움 건 학생을 파악해서 사과하도록 한다. 신기하게도 아무리 심한 욕을 하거나 심지어 때린 경우도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면 깨끗이 해결된다. 하지만 변명을 하는 학생은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된다. 즉 실수했을 때 과감히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이는 엄격한 법에도 적용된다. 즉 비록 살인을 했더라도 자수를 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면 형이 감면된다. 실수를 했을 때 멋지게, 빠르게 사과하는 것, 그것은 멋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허윤숙 작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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