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자의 시선에서 보다

사랑에 대한 단상(27) 영화 ‘너의 결혼식’

사랑, 이 죽일 놈의 타이밍!

  • 입력 : 2018.08.09 11:54:52    수정 : 2018.08.09 19: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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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로맨스 퀸'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보영과 훤칠한 키에 훈훈함을 갖춘 김영광이 뭉쳤다. 제목만으로는 결혼에 임박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룰 것으로 예상헀던 <너의 결혼식>. 사실은 '첫사랑 로맨스'다. 첫사랑에 대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자주 등장했기에, 웬만해선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이것이 '로맨스의 마력'이다.

분명, <너의 결혼식>을 두고도 '뻔하다', '진부하다'는 식의 말들이 나올 것 같다. 맞다.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들과 전개는 기존에 봐왔던 것들과 특별한 차이점을 지니진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 보자.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특별할 게 있던가? 상대가 바뀌어도, 크게 다른 점이 없기에 우리는 타인의 로맨스 콘텐츠를 보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랑은 보편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왜' 봐야만 하는가. '김영광을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다수의 관객들이 <너의 결혼식>의 기대포인트로 박보영, '뽀블리'를 꼽았을 것이다. 보지 않아도 사랑스러움이 예상되는 그녀만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기대감은 충족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 나 역시 그랬다. 한데, 이 영화에서는 김영광의 매력이 스크린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물론, 박보영 역시 예상대로의 매력을 뽐낸다).

영화는, 87년생 동갑내기 '우연'과 '승희'의 첫만남에서부터 13년이 흐른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 일종의 '첫사랑 연대기'라고 보면 된다. 둘이 만난 때는 고 3. 승희에게 첫눈에 반한 우연은 끊임없이 승희 옆을 지킨다. 그녀 곁에 있기 위해, 쌈박질도 안하고, 심지어 국내 최고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승희가 애인이 있을 때도 우연은 승희 곁을 맴돌고, 시간이 흘러 우연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도 승희를 위해 이별까지 택한다. 지극한 순애보다! '과연, 이런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직진에 직진을 거듭한다. 심지어, 승희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앞선 맥락만 보면, '뭐야, 싱겁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의 결혼식>은 이 진부할 수 있는 서사에 '유머'라는 고명을 올린다. 적재적소에서 빵빵 터지게 만드는 원 포인트 유머 코드들로 관객들을 웃긴다. 이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은 우연의 친구들이다.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오랜 고향 친구에서부터, 대학생 때 알게 된 하숙 멤버들까지. 우연과 함께하는 3인방의 역할이 밋밋함을 반전시킨다. 알다시피, 남녀의 공간과 남남(男男)의 공간은 확연히 다르다. 남남의 공간에서나 볼 수 있는 '뒷 얘기'들을 재미있게 그려내는 장면들. 이 영화의 킬링포인트다. 이들 영역에 속해있는 김영광은 지금껏 유지해왔던 멋스러움을 과감히 던져낸다. 서슴없이 망가진다. 덕분에, 관객들은 그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느 사랑 연대기를 그려낸 작품들과 비슷하게, 이 영화에서도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긋나는 타이밍과 마음으로 겪는 쓰디쓴 내적 고통, 그 과정을 딛고 사랑에 이르렀을 때의 달달함. 이 사랑의 희로애락 모두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결혼 적령기'에 이른 남녀의 현 상황을 직시시키는 면은, '현실 로맨스'임을 확실시한다.

'첫사랑 영화'를 떠올리면, 흔히들 청순한 분위기를 예상할 것이다. 누가 봐도 잘 나가는 남자가 부족해 보이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순애보적 사랑 같은 것. 하지만 <너의 결혼식>은 조금 다르다. 유쾌하고도 현실적이다. 첫사랑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서로 다른 면을 겸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앞선 작품들이 있다. 동일한 소재를 다룬 <건축학개론>과 청춘들의 이야기를 과감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스물>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첫사랑이 있다. 또한, 그것의 위력을 잘 안다. 신경쓰지 않아도 이미 향해 있는 마음,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이 메시지를 갖춤과 동시에, 청순함을 벗어던진 첫사랑 로맨스를 확인하고 싶다면 영화관으로 향하시길.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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