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락 교수의 음악 인문학

음악을 통한 나의 문화자본 쌓기

  • 입력 : 2018.08.08 14:42:34    수정 : 2018.08.08 18: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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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다보면 종종 계층, 학력, 취향 등의 이유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학력, 지역, 경제력 등의 이유로 남들과 내가 다른 계층으로 구분지어 지는 일이 존재함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대개는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무언가에 대한 취향의 차이로 인해서,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음으로 인해서 지인들로부터 소외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소위 고급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고 그로부터 받은 즐거움과 감동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주변 사람들을 접할 때면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한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종종 가족들과 멋진 저녁식사 후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생활의 멋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거나, 문화계에서 이슈가 되는 최신 전시회를 관람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접하면 그냥 남의 일 같을 때가 있다. 음악을 많이 아는 지인에게 필수 음반이라며 추천받은 재즈와 클래식 음반을 구입하여 플레이하는 순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생소함에 돈이 아까움과 동시에 스스로의 소양부족을 탓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일하며 살기도 힘든데 언제 그러한 문화적 취향을 기르고 시간과 돈을 쓴다는 말인가 싶을 때가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유명한 저서 “구별짓기 (La Distinction, 1979)“에서 “취향(Taste)”이라는 것이 순수하게 개인적이고 선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계급적 위계를 통해 형성된 것이며 취향은 자신의 계급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충분한 학습기회와 경제적 여건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경제자본을 가진 계층이 결국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 높아지며 이를 통해 ’구별짓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슬프지만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이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한 경제적 격차는 존재한다 해도 개인 간의 문화자본의 격차는 일정한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줄일 있지 않을까?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필자는 이번 칼럼을 통해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악관련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문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문화자본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은 한 개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소비”와 “참여”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한국의 문화자본 지형도 구성을 위한 척도개발 기초연구”, 최샛별, 이명진, 2012) 먼저, 문화자본 쌓기에 도움이 되는 음악소비 방법을 알아보자.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는 등의 음악 소비활동을 어떻게 하면 같은 시간과 비용에 좀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을까?

첫 째로, 자신에게 생소한 형태의 라이브 음악 공연을 찾아 관람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시의 통계에 의하면 시민들의 연 평균 음악공연 방문 빈도는 0.18회로써 연평균 영화관람 빈도 3.11회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편이다(서울시 대중문화 참여율 통계, 2017). 영화에 비하여 음악공연을 즐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관련 전문가들은 문화공연 관람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문화자본을 쌓는 좋은 방법임을 제시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문화경쟁력이 높은 국가들의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형식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OECD 주요국가의 문화경쟁력 분석, 한국문화관광 연구원). 혹시 조만간 시간을 내어 음악공연에 가보기로 결정했다면 익숙한 형식의 공연도 좋지만 관람 경험이 없는 공연을 찾아보자. 아직 접하지 못한 좋은 공연콘텐츠를 경험해보면 여러 종류의 예술을 받아들이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이다. 예를 들어 가수 콘서트를 주로 관람하는 편이라면 가끔 재즈 혹은 현대 국악공연을 관람하는 식이다. 공연정보를 검색해보면 많은 팬들에 의해 검증된 좋은 공연콘텐츠가 많다.

필자는 강연이나 수업에서 한 번씩 “재즈클럽에 가 본 적이 있는가?”라고 간단히 조사를 해보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클럽공연 관람 경험자가 한 집단에서 10명 중 1명 정도인 듯 하다. 뮤지션의 공연을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클럽공연은 영미권 재즈/팝/록 뮤직의 성장 및 저변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문화이다. 미국 여행을 계획할 때 많은 사람들이 뉴욕의 블루노트(Blue note), 캘리포니아 지역의 베이크드 포테이토(Baked Potato), 런던의 로니스콧 재즈클럽 (Ronnie Scott’s Jazz Club) 등 유명 클럽을 방문하여 세계적 뮤지션의 훌륭한 공연을 아담한 실내에서 감상하는 경험을 즐긴다. 우리 나라에도 올댓재즈, 원스인어블루문, 클럽에반스, 천년동안도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재즈클럽과 홍대클럽문화의 성지라 불리웠던 클럽 프리버드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많고 지방 주요 도시에도 유명 연주클럽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다양한 뮤직페스티벌을 통하여 음악공연과 문화체험이 결합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음악과 강연이 결합된 토크콘서트도 활성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개인들의 문화경쟁력 지수는 미국에 비하여 절반 이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미국 0.74, 대한민국 0.30 / “문화지수 비교를 통한 OECD 5개국의 문화경쟁력 연구”, 2009),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관심을 확대해나간다면 자연스레 우리 국가 공동체의 문화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일정으로 음악공연 관람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라이브 현장의 감동이 충실히 담겨있는 유명한 라이브 음반들을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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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 “Absolute Live”, 1993, Columbia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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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The The Köln Concert, 1975, ECM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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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ng, “All this time”, 2001, A&M Records



둘 째로, 음악을 좀 더 나은 음질로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의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80%의 음악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나머지 20%는 TV/라디오/CD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전문 오디오 기기를 사용하여 CD를 통해 음악감상을 하는 이용자는 약 10% 미만으로 사실상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음악을 감상하더라도 좋은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스마트폰 번들 이어폰이나 적당한 컴퓨터 스피커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필자는 음악을 창작하고 음반을 발표해왔는데, 음악제작 시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든 사운드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조금만 해상도 좋은 사운드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면 훨씬 큰 만족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으나 가뜩이나 생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좋은 헤드폰이나 스피커 등을 구입하는 것은 사치가 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요즈음 저렴한 가격에 큰 음질의 이득을 볼 수 있는 “DAC (Digital to Analog Converter)”라는 장비를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디지털 음원을 컴퓨터나 스마트폰 내장 사운드 장치에 비해 풍부하고 높은 해상도의 음질로 재생해주는 장비인데 이러한 소형 장비를 간단히 붙여서 음악을 감상하는 작은 노력을 통하여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음악에서 얻는 감동과 만족감 또한 매우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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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전용 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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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타입 DAC “Micro DAC”





여기까지는 문화자본을 쌓기 위한 방법 중 음악 소비의 측면을 생각해보았는데, 소비와 아울러 음악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누군가에 의하여 만들어진 음악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문화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음악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서 좀 더 높은 질의 문화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밴드나 합창단 가입 등 보편적인 방법 이외에 최근 트랜드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까?

첫 째로, 보통의 악기에 비하여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있는 버튼식 콘트롤러 제품을 통해 음악 창작활동을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만일 자기만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서 내 마음과 생각을 담아 가족이나 연인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까? 최근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와 관련 악세서리 등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만들다(make)” 라기 보다는 “구성하다(Organize)“ 에 가까운 개념이다. 즉, 샌드위치 가게에서 내가 원하는 빵에 스테이크, 닭가슴살, 할라피뇨, 아보카도 등 취향에 맞는 재료를 넣어 맛있게 먹으면 되듯이 음악도 그렇게 드럼패턴, 피아노연주, 기타연주, 멜로디 라인, 효과음 등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사운드 패턴들 중 내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손쉽게 조립하고 편집하여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일은 필자가 일부러 소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중화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앞에서 음악감상을 위한 기기를 추천했던 것처럼, 음악창작활동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어떤 취미 활동에 비용을 들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Novation 사의 런치패드 (Launchpad)류의 제품이나 ROLI사의 라이트패드 (Lightpad) 등의 버튼식 콘트롤러 제품을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누구나 재미있고 창조적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고 가격도 보통의 악기류 보다 저렴한 편이다(해당 제품들의 시연 동영상은 유투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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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tion Lauchpad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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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I Lightpad



둘 째로, 오픈 마이크(Open mic) 공연에 관심을 가져 볼 것을 권한다. 영화 비긴어게인 (Begin Again, 2014)에서 여주인공의 첫무대가 오픈 마이크 바에서의 공연이였음을 기억하는가? 영화 러덜리스(Rudderless, 2015)에서도 오픈 마이크 공연을 계기로 밴드가 결성되고 활동하게 되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오픈 마이크는 공연장이나 클럽 등에서 아마추어 음악인이나 연주경력을 쌓길 원하는 음악 지망생 등을 대상으로 공연기회를 주는 형식을 말한다. 공연 참여자 입장에서는 공연장 사용료 및 홍보비 등 공연에 소요되는 비용이 들지 않고 단지 무대에 올라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면 된다는 현실적 장점이 있고, 관람자 입장에서는 한 장소에서 다양한 음악인들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픈마이크는 자기의 음악을 선보이길 원하는 음악인에게는 기회의 장이고, 뛰어난 감각과 신선함으로 무장된 신인들의 공연을 보길 원하는 음악 매니어들에게는 보물을 발견하기도 하는 장소이다. 검색을 해보면 꽤 많은 공연장이나 연주 클럽에서 오픈마이크 공연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래이던 악기연주이던 열심히 연습해서 용기를 내어 오픈 마이크 공연에 참여해보는 것은 정말로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취미로 악기와 노래를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지만 자기의 음악을 짧은 시간동안만이라도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소리와 감성이 있기에 그것을 존중해주고 경청해주는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순간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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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긴어게인”(2014) 중 오픈마이크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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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마이크 공연 모습 – 사진 : 남성듀오 “더 어쿠스틱”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활동이 존재한다. 문화자본을 쌓는다는 개념이 더 이상 나와 남을 구별짓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함께 누리고 참여하는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을 가지기 위한 개념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소망해본다.

[최성락 KC대학교 음악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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