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은 우리의 이웃

결혼 이주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례

  • 입력 : 2018.07.12 10:38:41    수정 : 2018.07.12 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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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법 체류자가 된 누엔

글로벌과 로컬, 한때 우리 사회를 크게 뒤흔든 두 용어다. 두 개의 말이지만 사실은 대비 개념으로 묶여 표현되고 이해되었다. 하나를 말하지 않고선 다른 하나가 완전하게 표현되지 않는 그런 개념이었다. 이런 개념이 신문에, TV에 자주 언급되자 사람들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닫혀있던 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 거기가 비록 엘도라도는 아닐지라도 지금 여기보다는 뭔가 다르고 낫겠지.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 꿈을 꿀 수 있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으며,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는 곳. 그런 기대와 꿈 때문에 사람들은 문을 열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문은 열고 나가라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우리가 떠난 로컬을 글로벌 세상이라 생각하고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더 나은 인생을 꿈꾸며 결혼과 함께 우리 곁으로 온 이주 여성들이 그들이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누엔(가명, 23세)은 베트남 출신 신부였다. 그녀는 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때면 매우 적극적이었지만 쉬는 시간이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느라 교실로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질 때가 많았다. 통화를 끝내고 수업에 돌아올 때면 누에의 두 눈은 언제나 퉁퉁 부어있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시어머니가 센터에 찾아와 그녀를 기다렸고 그녀는 끌려가듯 집으로 돌아갔다. 누에의 남편은 지적장애인이었고, 그녀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결혼 석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센터 밖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럴 때 내가 누엔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그녀를 안아주고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결국 결혼 1년 만에 집을 나갔는데, 그건 그녀가 한국 사회에서 불법 이민자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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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2. 가출한 어린 아내 빛

결혼 중계소를 통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빛(가명)은 한국에 도착한지 나흘째 되던 날 남편과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부인에게 잔뜩 화가 난 남편은 자신은 성격이 급한 편인데 아내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으니, 통역을 부탁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60대인 빛의 남편은 말했다. 나는 늙어서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아기를 낳아줄 수 있느냐, 아침에 밥을 챙겨 줘야 한다. 밥할 수 있느냐, 방에 들어가서 왜 우느냐, 여자가 너무 고집스럽고 애교가 없어서 화가 많이 난다. 그때 센터에 있던 베트남 이주여성들은 남편의 말을 빛에게 전달했고 빛이 하는 말을 서툰 한국말로 남편에게 전달해주었다. 아기 낳을 것이다. 한국에 온 지 며칠 안 됐다. 목소리가 커서 남편이 무섭다. 밥할 수 있다, 힘들다, 기다려 달라. 이런 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며칠 후 빛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집을 나갔단다. 자신의 아내가 한국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센터에 있던 베트남 친구들 밖에 없으니 그들을 만나고 싶단다. 빛의 남편은 부인이 집을 나간 이유가 통역을 해준 친구들이 나갈 곳을 알려줘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럴 땐 나도 난감하다. 나는 결혼 중계소에 문의해 보라고 했다. 결혼 중계소에 몇 번을 전화한 그는 빛의 사촌 언니가 한국에 있고 핸드폰 사용 기록을 조회해본 결과 사촌 언니와 통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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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언어, 문화, 풍습, 나이까지, 모든 차이를 감수하고 우리 사회로 들어오는 결혼 이주 여성이나 그들을 배우자로 맞는 한국 남성들의 선택과 생활에 대해 달리할 말은 없다. 결혼이라는 일이 일단은 사생활이고 그들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센터가 하는 일은 그렇게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온 여성들을 최선을 다해 돕는 일이다. 그래서 급한 대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조금이라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부부생활, 혹은 가족공동체라는 것은 상호 이해나 배려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인 남편들에게도 배우자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알고 이해하자고 이야기한다. 빛이 집을 나간 것은 어쩌면 그런 희망을 보지 못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밀접한 상대인 남편이 두렵고 무섭기만 한 존재라니!

잘 살아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 곁에 들어와 있다. 이들은 잠시 우리가 필요한 어려운 일들을 해주고 깔끔하게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려야 할 존재들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여 뿌리내리도록 돕는 것이 성숙한 국가의 시민들이 할 일 아닐까.

[윤영미 글로벌다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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