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자의 시선에서 보다

여성 성장영화(10), ‘밤쉘’

그럼에도 불구하고

  • 입력 : 2018.06.11 15:17:45    수정 : 2018.06.12 16: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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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역대 가장 아름다웠던 발명가 '헤디 라머'를 아는가. 그녀의 존재를 몰랐더라도, 현재 우리는 그녀가 고안했던 기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헤디 라머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의 주파수 도약 기술을 발명했던 인물이다.

‘밤쉘’은 헤디 라머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앞에서 설명한 업적은 발명이었지만, 사실 그녀의 첫 직업은 배우였다. 등장만으로도 독보적인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그녀는 백설공주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던 그녀는 1940년대 할리우드를 장악했지만 ‘엑스터시’에 출연한 이후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고 만다. 이후, 그녀의 배우로서의 삶은 그리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는다. 배역을 맡기 위해 갖은 노력해 ‘알제’와 ‘붐 타운>’등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갖은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았다. 그리하여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직업 뿐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에서도 수많은 고초를 겪는 그녀다. 섹스 심볼로 인식되어오던 그녀에 반하지 않은 남성은 없었지만, 결혼은 로망이 아닌 현실이다. 거듭된 결혼과 이혼은 더 잦은 구설수에 휘말리곤 했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그녀는 온갖 회의와 슬픔에 휩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취미가 있었다. 발명이다. 소싯적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발명을 해왔던 그녀는 자나깨나 아이디어를 냈다. 심지어 성형 수술을 할 때도 아이디어를 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으로 탄생한 기술이 주파수 도약 기술이다.

작곡가 조지 안실과 함께 고안해낸 연합군 어뢰 무선 유도 체계. 이 기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직접적으로 쓰이지는 않았지만, 그 원리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기술들의 핵심으로 활용됐다. 다행히도 아주 다행히도 그녀의 기술에 대한 명예는 얻게 됐지만,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헤디 라머 역시, 그 영광에 대한 기쁨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헤디 라머의 삶은 그야말로 파라만장하다. 독보적인 외모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불렸지만, 그로 인한 득실을 모두 경험해온 그녀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실패와 구설수에 사로잡혀 괴로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특히, 지나친 성형 수술을 감행했던 이후 젖어 든 슬픔은 여느 때보다 힘들었으리라 본다. 아름답다는 수식어만 들어왔던 그녀가 추하다며 손가락질 당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찌됐든 ‘밤쉘’은, 헤디 라머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탄생됐다. 감독은 숱한 아픔이 반복됐음에도 자신이 사랑했던 분야에 열정을 기울여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자 했던 꿈을 실현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관용구가 연거푸 떠올랐다. 아프고 슬프고 힘든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뤄낸 여성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격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백설공주가 든 빨갛고 어여쁜 사과. 그 속에 독이 있었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아름답지만, 깨물어 속을 들여다보면 쌉사름한 독과 목표를 향한 독기가 가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비단 이 현실은 헤디 라머만의 패턴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삶이 보다 파란만장했을 뿐이다. 우리는 헤디 라머의 삶을 본보기로,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 다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을 딛고 나아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통해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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