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아이, 평생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

명쾌하게 생각 정리하는 아이로 키우는 독서록 습관

  • 입력 : 2018.01.12 10:25:47    수정 : 2018.01.12 19: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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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아이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8월 어느 날, 딸아이는 『신데렐라』를 읽고 독서록을 썼습니다. 독서록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어느 날 아빠가 시장가면서 물었어요. 우리 딸들에게 뭘 사다 줄까? 두 언니는 예쁜 옷과 보석을 사달랬어요. 느낀 점은 아빠가 시장가면서 딸들에게 뭘 사다 줄까 물어보는 것이 이상했어요'

저는 딸아이의 독서록이 이상했지요. 왜 책 속의 수많은 내용 중 저 장면 하나만 골라 독서록을 썼는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독서록이라기 보다는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에 대한 묘사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습관 목록 중 독서록 쓰기를 가장 힘들어 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위인 전집을 읽고 독서록을 쓰려고 하니 책은 읽었으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내용은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는 어려운 책을 읽다 보니 아이는 곧 책 읽기가 지루해 지고 마치 멀리 뛰기 선수처럼 책을 이리 저리 건너 뛰며 대충 읽는 시늉만 했기 때문입니다.

독서록이 도전적인 또 다른 이유는, 책을 읽고 난 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내용을 기억해 생각을 적어야 하는 독서록은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록을 가장 힘들어 하니 자꾸 뒤로 미루다 결국 일요일 저녁에야 가까스로 실천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당연히 시간에 쫓기다 보니 독서록의 품질은 형편없는 수준이 되어 버렸지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독서록 쓰는 방법을 왜 배워야 할까요? 첫째, 독서록은 글쓰기 교육의 첫 단추이며 책을 읽고 생각의 흔적을 남기는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어려서부터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른들은 1년에 책을 100권 이상 읽어도 나중에 책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책을 읽기만 하고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뇌의 입장에서 보면, 책을 읽는 행위는 지식의 습득, 즉 Input입니다. 이는 단기 기억에 불과하지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옮겨져 오랫동안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으려면 생각의 흔적을 밖으로 표출해야 합니다. 즉 Output 활동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Output 활동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책 읽고 서평 쓰기, 발표나 토론 등입니다. 그래서 요즘 어른들은 돈을 기꺼이 지불해 가면서도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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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둘째, 책 읽기는 대표적인 좌뇌활동이지만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책 읽기는 좌뇌와 우뇌가 동시에 발달하게 만드는 전뇌적인 활동으로 확장됩니다.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좌뇌에는 언어 중추가 있어서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 언어 사용 능력이 뛰어난 반면에,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예술적 재능이 뛰어납니다. 우뇌만 자극하는 대표적인 활동이 스마트폰 게임이나 TV 시청입니다. 그래서 영상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우뇌만 자극 받고 책 읽기를 기피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좌뇌의 기능이 축소되고 우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쏠림 현상이 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독서록에 기록해야 할 내용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낀 점,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장면 또는 주인공에게 편지쓰기와 같은 우뇌적인 활동들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전뇌적인 활동으로 확장되지요.

셋째, 부모가 아이의 독서록을 읽어 봄으로써 아이가 얼마나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고, 문장 표현력이나 맞춤법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재량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폐지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독서록은 아이의 맞춤법을 점검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제 딸아이의 이야기로 되돌아 가 볼까요? 딸아이의 당황스러운 독서록을 접하고 적잖이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충분히 딸아이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딸의 입장에서는 독서록 이라는 습관을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단지 어떻게 써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딸아이가 책을 읽을 때 목적 의식을 갖고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 라인을 독서록 노트에 적어 놓았습니다.

첫째,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둘째, 책을 읽고 새롭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요?

셋째,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넷째,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여 독서록을 쓸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아빠가 가이드 라인을 알려준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딸아이는 책을 읽고 나서 위의 네 가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니 다시 책을 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책을 읽기 전에 부모가 “나중에 이것과 저것을 물어 볼 테니 읽고 나서 알려줘”라고 미리 이야기만 해도 아이들은 신경 쓰며 책을 읽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매번 아이가 책을 읽을 때마다 부모가 옆에서 나중에 이것과 저것을 물어 볼 것이라고 말하면 부모도 귀찮아 지고, 아이 입장에서도 강요 받는 느낌이 들어서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서록 노트에 부모가 가이드 라인을 적어 놓으면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기억해 내기 위한 방법으로 재독은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재독을 해도 쉽게 내용이 정리가 안 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아이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문장에 밑줄 치며 책 읽는 습관도 매우 중요합니다. 책을 손으로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지요. 밑줄만 그어도 책 읽기의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송재환 작가도 『초등 1학년 공부, 책 읽기가 전부다』에서 밑줄 치며 책 읽는 습관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책을 많이만 읽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책을 펼쳤을 때 자신이 밑줄 친 흔적이 있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사람은 자신의 흔적을 발견할 때 기쁨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하듯이 밑줄 치는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다.’

『손과 뇌』의 저자인, 일본의 대표적인 뇌 과학자, 구보타 기소우도 “창의성은 손의 왕성한 활동에서 나온다”라고 주장했는데요. 손은 ‘제 2의 뇌’라고 말해도 될 만큼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 아이들 손의 움직임은 창의력을 향상시켜 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독서록의 길이가 짧다거나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칭찬과 격려를 해 주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손금이 다르듯이, 아이마다 생각하는 방법도 다르고 보는 시각도 다르기 때문에 훌륭한 독서록이란 무엇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동일한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더 정리할 수 있어서 아이가 독서록을 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해석할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여 딸아이의 방을 열어 보니 딸이 ‘새끼 개’라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저도 옷을 갈아 입고 딸이 방금 읽은 ‘새끼 개’라는 책을 읽었지요. 그리고 서로 책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딸아이가 쑥스러워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니 저는 아이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단순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새끼 개가 죽다니 참 슬프다. 은율이는 어디가 가장 슬펐어?” “응 나도 새기 개가 차에 치어서 죽어 갈 때가 가장 슬펐어” 저는 살짝 질문을 추가하였습니다. “새끼 개가 왜 혼자 길을 건넜을까?”그러자 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책의 전반부 이야기를 더듬더듬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을 했지요. “딸이 책의 앞부분을 이야기 해주면 아빠가 이어서 뒷부분을 이야기 할게. 어때?” 이렇게 딸은 책 한 권을 다시 읽는 효과를 얻은 것이지요.

이처럼 생각의 흔적을 남기는 독서록 쓰기 습관은 산만하게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알고 있던 내용은 더 확실하게 알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독서록 쓰기 습관의 장점은 책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하여 어제까지 무의미해 보였던 하찮은 일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 감동의 흔적을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제 딸아이가 새끼 개를 읽고 말 못하는 애완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감 능력을 배우고 새끼 개의 죽음을 통해 느낀 슬픈 감정의 흔적을 기록해 놓은 것처럼 말이지요.

[이범용 삼성SDI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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