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키울까? 나도 키울까?: 아이와 엄마의 동반성장프로젝트!

【아이만 키울까? 나도 키울까?】 아이와 함께 꿈을 만들어가는 육아

  • 입력 : 2018.01.11 15:49:28    수정 : 2018.01.11 20: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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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는 선물 받은 장난감 피리에 빠져있다. 리코더 모양을 처음 본 아이에게 구멍을 막는 개수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고만 알려주었더니, 분주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필릴릴리 소리를 내어본다. 마음대로 부르고 있지만 제법 연주하는 듯한 소리가 나온다. 어른들이 와~ 잘하네. 하고 칭찬해주자 그 후로 아이는 가는 곳마다 피리를 꺼내 실력을 뽐내고 싶은 모양이다. 주위 어른들의 “우와~”하는 감탄사와 또래 친구들이 피리를 바라보는 부러움의 눈빛을 뒤로하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내 옆에 앉는다. 그러고는 나에게 몰래 속삭인다. 마치 큰 발견을 한 것처럼 설레는 목소리다.

“엄마, 나 피리 부는 게 좋아.”

6살 난 아이는 그렇게 리코더 연주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악기 연주는 우리 아이의 적성에 맞는 일일까? 아이에겐 칭찬을 받은 일이 잘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잘하는 무언가가 자라면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은 복합적이다. 그것은 때로 착오를 일으킨다.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자신의 재능이자 적성이라 여겨왔는데 어느 시점에 이르러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아이는 아득함을 느낀다.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이 필수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꿈을 일찍부터 찾아내어 계발시키고 싶어 한다. 아이에게 당장 학습시키고 싶은 무엇은 주로 부모의 만족이나, 혹은 부모의 결핍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우리 애는 잘 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우리 애는 커서 되고 싶은 게 없대. 문방구 주인이 되고 싶다네. 우리 애는 공주가 되고 싶다는데. 부모는 자주 아이의 장래희망을 물어본다. 지금 대답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꿈은 크고 희망차게, 그리고 확실히 존재해야 한다는 어떤 압박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먼 미래의 목표가 꼭 한 가지 뚜렷하게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앞둔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고 있다. 가슴에 꿈을 지니고 있되, 그 꿈은 유연해야만 한다. 언제든 방향 전환할 수 있는 태세로 말이다.

어렸을 때의 진로 희망을 현재 이루어 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때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우리가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거나 일개 회사원이기 때문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최고의 자리에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어렸을 때의 꿈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 오랫동안 한 가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다.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은 그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고, 다른 일에는 자신이 없었다. 오랜 시간 해온 공부를 그만두는 일도 아깝고 무서웠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고, 공부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나는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한 회사의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여유가 있는 사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계약직 직원이 필요한 시기가 왔고, 그때 내가 지목되어 같이 일해 보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 후, 우리 회사의 거래처와 일을 진행하면서 거래처 회사의 일에 매력을 느껴 연관 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몰랐던 세계를 내게 보여주었다. 당시 마음에 이끌려 수료했던 교육 중 하나가 훗날 일해보고 싶은 분야의 채용시험 자격요건을 충족시켜주기도 했다. 현재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을 쓰게 되기까지는 여태 내가 쌓아온 작은 경험들과 수많은 인연들이 꼬리를 물고 터를 마련해주었다. 꿈은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는 큰 산이 아니다. 나는 늘 꿈꾸고 있고, 그 꿈은 날마다 새로이 다듬어진다.

“커리어의 80%는 예기치 않은 우연한 사건들로 형성된다.”

스탠포드 대학 존 크럼볼츠 교수의 “계획된 우연”에서 나온 말이다.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그들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은 뚜렷한 목표와 철저한 계획 아래 줄곧 달려온 결과가 아니라 어떤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되는 일이 많았다. 그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처음부터 꿈이었던 사람은 드물었다. 그저 삶에 펼쳐진 일들에 충실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연히 만난 사람의 추천으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했는데 나에게 꼭 맞았다거나, 우연한 계기로 취미로 하던 일이 확장되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거나, 우연히 다른 사람 대신으로 나간 자리에서 염원하던 기회를 잡기도 했다는 것이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우연’이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노력을 폄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운이 자주 찾아오는 일이 개인의 문제라는 뜻이다.

모든 경험과 만남에는 의미가 존재한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이 하찮게 여겨지더라도, 당장은 내 꿈과 전혀 상관없어 보일지라도, 혹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어떤 긍정적인 의미는 존재한다. 그 의미를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사람에게는 계획된 우연이 기회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찾아오게 될 것이다.

현재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삶에서 내가 건질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한편으론, 나를 즐겁게 하는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도전,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지 말자.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일들이 내 커리어에, 미래의 내 꿈에, 결과적으로는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내 아이는 오늘의 피리 소리 한 자락, 오늘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의 웃음, 오늘 먹어본 맛있는 간식의 맛에서 꿈을 키워갈지도 모른다. 아이에겐 거창한 꿈을 향해 앞으로 달려가는 일보다, 조금은 산만한 오늘의 작고 하찮은 경험들이 더 필요하다.

꿈은 어느 순간 발견하거나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을 붙여가며 만드는 과정 그 자체다. 아이와 함께 살을 붙이고 깎아내며 영롱한 꿈을 만들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하루가 훨씬 의미 있어질 것이다.

[강민주 주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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