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라라의 라틴인사이트

[끌라라의 라틴인사이트] 데낄라에 관한 세 가지 진실

  • 입력 : 2018.04.17 14:01:01    수정 : 2018.04.17 2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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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진, 럼, 데낄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양주가 국내에서 판매되지만 그 중 ‘데낄라’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조금 덜 한 듯하다. 양주 브랜드를 줄줄 꿰는 것은 물론 빈티지 감별에도 일가견이 있는 좀 마신다는 애주가들 사이에서도 데낄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을 보면 말이다.

데낄라는 멕시코의 소주쯤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재료의 품종이나, 생산 지방, 생산 연도에 따라 그 맛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알고 보면 소금이나 레몬을 안주 삼아 쓴 맛을 참아가며 고되게 마시는 술도 아니다.

반전 스펙의 데낄라. 당신이 몰랐던 데낄라에 관한 세 가지 진실을 소개한다.

데낄라, 본명은 “떼낄라 Tequila”?

데낄라의 본명은 ‘떼낄라 Tequila’이다. 스페인어의 ‘t’는 [ㄸ]으로 발음 되기 때문에 ‘떼낄라’가 맞는 표현이다. 연속된 된소리는 발음하기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ㄷ]’발음을 차용하게 된 것이다.

‘떼낄라 Tequila’는 멕시코 ‘할리스코주(州)’의 한 도시의 이름이다. 같은 원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더라도 떼낄라시(市)가 속해있는 할리스코주(州)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이 ‘데낄라’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데낄라의 품질 관리를 위한 특단의 조치이다. 프랑스 북부 ‘꼬냑(cognac)’ 지방에서 생산된 브랜디만을 ‘꼬냑’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데낄라로 불리기 위한 또 한가지 조건은 바로 ‘원재료’이다. 다음 문단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선인장과 애벌레로 만든 술

데낄라의 주원료가 선인장이라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인장을 맛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은은하게 감도는 데낄라의 달콤함을 선인장의 맛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데낄라의 주원료는 ‘아가베 Agave’라는 멕시코 원산의 선인장이다. (‘아가베’는 학명이며 보통 ‘마게이 Maguey’라 불림.) 우리말로는 ‘용설란’이라 부르는데 푸르고 거대한 잎사귀에 가시가 잔뜩 돋은 것을 ‘용의 혓바닥’으로 묘사한 것이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것도 흔하다. 데낄라는 아가베의 뿌리를 증류하여 만든다.

그러나 아가베로 만든 모든 술을 데낄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아가베 아술 Agave Azul’(‘azul’은 ‘푸른’이라는 뜻)이 최소 51% 이상의 원료 비율을 차지해야 한다. 아가베 아술의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데낄라로 분류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서 데낄라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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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베 아술 농장 (출처: 픽사베이)



멕시코에 자생하는 아가베만 130종 이상이다. 기타 다른 품종의 아가베로도 다양한 술을 만든다. 대표적으로 데낄라 만큼이나 대중적인 멕시코의 전통 술 ‘메스깔 Mezcal’을 꼽을 수 있다. 메스깔은 주로 남부의 ‘와하까 Oaxaca’ 지방에서 생산되며 12종 이상의 아가베가 메스깔의 원료로 사용된다. 메스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술병 안에 들어있는 선인장 ‘애벌레’이다. 지금은 데낄라와 구분되는 메스깔만의 상징으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지만 그 기원은 애벌레를 첨가함으로써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애벌레가 든 잔을 받게 되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 또한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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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가 든 메스깔 (출처: by Luis Nogales, Mezcología)



데낄라에도 Vintage가 있다?

데낄라에도 빈티지가 있다. 빈티지뿐만 아니라 재료의 품종과 색을 구분하는 것이 와인과 같다. 오래될수록 진한색을 띄게 되는데 색이 연한 순으로 ‘블랑꼬 Blanco’ (증류 직후 병에 담긴 것) – ‘레뽀사도 Reposado’ (6개월 이상 숙성) – ‘아녜호 Añejo’ (최대 2년까지 숙성)이다.

진정한 데낄라 매니아들은 음식과의 조화를 고려해 그날의 빈티지를 선택한다. 데낄라 ‘블랑꼬’는 해산물과, ‘레뽀사도’는 육류, 마지막으로 달콤한 디저트와는 데낄라 ‘아녜호’가 좋은 조합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빈티지가 높은 고급 데낄라의 경우 그 자체의 향과 맛을 즐기고자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을 선호하고 가격이 낮은 저품질의 데낄라의 경우 기타 음료와 섞어 칵테일을 만드는 데에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레몬, 소금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에 생라임 수입이 없던 시절에 라임의 대체로 술집에서 레몬을 제공한 것이 시초이다. 사실 멕시코에서는 라임이나, 오렌지 등 ‘단 맛’이 나는 과실과 함께 곁들이는 것이 흔하다. 숙취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토마토 주스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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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낄라 블랑꼬-레뽀사도-아녜호 순 (출처: by Luis Nogales, Mezcología)



알고 마시는 술은 더 맛있는가? 우리나라의 양주 소비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양주 전문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주종 별 브랜드와 등급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은 물론 보관법과 마시는 방법에도 조예가 깊다. 그냥 마시고 취하는 게 술이 아니란다. 술 자체보다는 연구(?)를 통한 감별의 재미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뭐든 열심히 하는 한국인들의 국민성이 술을 대할 때도 드러난다.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를 볼 때 나는 데낄라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매우 안타깝다. 마시는 재미는 물론 연구하는 재미까지 충족하는 완벽한 취향저격이기 때문이다.

[국선아(끌라라) 중남미 지역학 박사과정/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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