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많이 부족해요

발표 공포증이 있어요 (2)

  • 입력 : 2018.04.16 10:11:22    수정 : 2018.04.16 18: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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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 우리도 그렇지만 나이 들어서 습관을 고치는 게 쉽지가 않아요.”

또 한 사례를 보자 30대 후반의 남성이 전화를 주셨다. 보통 어머님들이 상담 전화를 주시는 게 100%라면 아버지는 전화는 처음이라 좀 의아했다.

“ 네 토론학원입니다.”

“ 제가 스피치가 너무 안돼서 그런데 한번만 제 실력 좀 봐 주실 수 있나요?”

“ 아버님 왜 스피치를 하려고 하시는데요?”

“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프로젝트 발표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매번 발표 시 질의응답 시간이 너무 힘든 거예요 이번에도 질의응답 때 제대로 못하면 진짜 상사에게 한소리 들을 것 같고 또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 네 그럼 회사 발표에 쓰이는 프로젝트를 저에게 좀 보내 주실 수 있어요?”

“ 네 그럼 메일 알려주시면 제가 발표할 프로젝트 보내 드릴게요”

“ 제가 주말에 수업이 있으니 주말에 방문해주시겠어요 ”

“ 네 ”

그렇게 30대 팀장님과 약속을 하고 메일로 온 프로젝트를 확인해보니 음 조금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눈에 봐서 중요한 포인트를 알기가 어려웠고 각 차트별 하고자하는 핵심이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피드백 할 사항을 미리 다 체크하고 팀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 고등부 수업을 마치고 나니 팀장님이 약속대로 학원을 방문하셨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가족을 다 데리고 오신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꼭 혼자 방문하시라고 얘기 하진 않았지만 좀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회사에서 어려운 점을 솔직히 말씀해주시고 도움을 청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따로 비용은 받지 않고 피드백을 해드린다고 했더니 가족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아빠의 발표모습을 보고 싶기도 해서 다 같이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회사에서 하는 거와 똑같은 상황이라 생각하시고 발표할 것을 주문 드렸고 프로젝트 업무 보고서 발표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긴장한 눈빛과 불안한 시선처리가 눈에 띄었고 발표 시작과 동시에 발표를 잘 못하니 이해해달라는 멘트를 강조 하시는 것으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자꾸 어필하시는 것 같았다.

이건 초보이니 질문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의미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처음 듣는 내용이지만 전체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었고 인터넷으로 찾아서 오실 정도면 마음에 준비를 했다고 예상하고 우리 학생들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피드백을 할 테니 혹시나 상처가 될 것 같거나 피드백 받을 자신이 없으면 가셔도 좋다고 알려드렸다.

얼마든지 독한 소리를 하셔도 되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니 선생님 하시고 싶은 데로 하셔도 된다는 팀장님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을 시작했다.

1. 프로젝트가 너무 복잡하고 난해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얘기하고 싶은지 알기 어려운 점

2. 본인 스스로가 청중에게 자꾸 눈치를 보는 태도도 고쳐야 할 부분 중 하나라는 점

3. 전체적인 결론을 얘기할 때, 구체적인 근거제시가 없어 모호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

4. 발표 시간 내 너무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지루한 느낌이 들었던 점

5. 발표가 다 끝난 다음에도 원래 발표를 잘 못하니 이해해 달라는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자신 없는 모습을 자꾸 어필하는 점

발성은 어떻게 해야 되고 어떤 제스처를 취하면 좋을지도 알려드렸다. 또 제일 문제점이 본인 스스로가 자신 없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처음부터 발표 잘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비슷한 실력일 것 같은데 자꾸 본인의 못함을 재차 강조하시니 정말 실력이 없어 보이고 신뢰성도 떨어져서 상사의 질의를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도 있다는 점을 알려드렸다.

한참을 경청하시더니

“ 선생님 제가 지금은 잘 알겠는데 이번 한번만 듣고 잘 할 수 있을까요?”

“ 아뇨 한 번 듣고는 안 되죠 단 내가 지금껏 왜 발표를 못했는지 문제점은 알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너무 심하게 피드백을 했나 싶었는데 같이 온 어머니가 남편 피드백을 계속 메모하다가 질문하나 해도 되냐고 물어 보시는 거다. 우리 남편이야 이왕 나이도 있고 이젠 고쳐진다고 볼 수 없지만 우리 애들이 아빠를 닮아서 걱정이 많다고 하셨다.

평소 말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발표공포증이 있어 그동안 걱정이 많았다고 하시며 초등학생 토론수업 시간을 문의하셨다. 남편에게 피드백을 하는걸 보고 애들도 꼭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같이 온 자녀들을 보니 초등학교 저 학년 친구들이었다.

“어머니 자녀 나이가 어떻게 되요 ”

“10살, 12살이에요. 우리 애들이 이 상태로 성인이 될까 제일 걱정이 되요”

“애들이 같이 오는 걸 싫다는데 구지 남편이 데려 왔어요. 수업하는 거 보고 우리 애들도 고칠 수 있으면 수업을 받고 싶어서요.”

이렇게 시작된 상담으로 12살 학생의 토론수업은 시작됐다. 처음 한 달은 교탁 앞에 서는 연습을 시켰을 때 3초도 견디기 힘들어했다. 가만히 서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자리로 돌아올 때도 많았고 한숨을 크게 내쉬며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3개월 후 학생의 변화를 보면 일단 교탁 앞에 나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수업자체가 늘 발표하는 것으로 이루어 지다보니 이젠 자기 옷처럼 수업을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아직 발표 공포증을 완전히 이겨내지는 못했지만 처음보다는 말도 많아지고 떨거나 쑥스러워 하는 모습은 이젠 거의 극복이 된 상태이다. 아직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바뀐 건 아니지만 어머니는 교탁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의 동영상만으로도 너무 흐뭇해하셨다.

발표공포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첫째. 나 스스로가 발표를 못한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발표 시 나를 보는 청중이 많을수록 불안해진다. 셋째, 발표 후 결과를 생각하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발표공포증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발표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제일 많이 하는 수업은 10초 스피치, 20초 스피치 1분 스피치 수업이다. 키워드 하나를 임의로 주어진 후 짧은 시간에 키워드에 관한 스피치를 자주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키워드로 준 경우 “ 전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싫습니다. 왜냐하면 공부만하면 머리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전 공부에 재능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

이 정도만 해도 10초는 흘러간다. 각자 다른 친구의 스피치에 경청하고 발표 후 박수를 치게 하면 잘하던 못하던 일단 발표 후 박수를 받은 학생은 당연히 자신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차츰 스피치 시간을 늘리면 어느 순간 1분 스피치도 가능한 자신을 발견 하게 된다.

“우리애가 잘 하네요 엄마야 신기해요”

“ 어머니 저도 신경 쓰겠지만 어머니도 계속 칭찬 많이 해 주세요”

“ 네 당연하죠.”

노력은 절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김서영 토론의 기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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