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떠나는 사색의 샛길

나는 누군가의 그 무엇인가

  • 입력 : 2018.03.13 09:33:08    수정 : 2018.03.13 19: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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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아도 온몸에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비루한 현실 속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나는 사람들. 그들은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이 달라도 서로 비슷한 색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기에 오랜만의 짧은 만남만으로도 마음에 빛을 준다.

같은 주파수로 인생의 온기를 나눈 사람들. 오랜 교직 생활 속에서 우리말과 글을 바로잡는데 애쓴 아동문학가 이오덕과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희망을 전했던 작가 권정생은 30년간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려운 삶에 위로가 되어 주었다. 이들의 나이를 잊은 돈독한 우정은 연극으로도 상연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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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에서는 그들만의 언어를 가진 특별한 두 사람이 나온다. 아버지를 모국어로 생각하는 딸.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자기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되어 고독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던 사람의 부재는 삶을 크게 뒤흔드는 것이다.

구조주의 기호학의 개척자인 롤랑 바르트도 어머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2년 동안 ‘애도 일기’를 썼으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던 줄리언 반스 역시 ‘삶의 심장이자 심장의 생명’이라고 부르던 아내를 잃고 난 후 기나긴 비탄의 시간을 넘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라는 작품을 썼다. 이렇듯 삶에서 힘이 되는 관계들은 시간의 지층으로도 떨쳐낼 수 없는 슬픔의 길에서도 우리를 끊임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 시킨다.

반면 상대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자신만의 프레임 안에 타인을 가두려고 하거나 자신이 가진 힘으로 약한 사람들을 억압하여 스스로의 이득만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한 개인을 수많은 시험대 위에 올리는 이러한 사회적 관계는 우리의 인생을 무겁고 비참하게 만든다.

인간 삶의 중심에는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은 우리의 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에너지를 지닌다. 아침마다 뉴스 보기가 힘들어 지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관계 속 다양한 역할을 부여 받는다. 함께 모여 흐르는 길이 보다 따뜻할 수 있도록 내 곁에 있는 누군가를 깊이 생각해 본다. 나는 누군가의 그 무엇인가.

[유재은 작가/글쓰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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