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사회로 가는 길

비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 입력 : 2018.03.13 09:28:32    수정 : 2018.03.13 19: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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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경기도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가 있었다. 도지사 특강이 있다며 교육원에 교육을 받으러 온 모든 교육생을 강당으로 모이라고 했다. 도지사 특강이 끝나고 질문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몇 명에게 사전에 질문지를 나눠주고 그대로 질문하라고 했다. 질문내용도 대부분 도지사가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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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특강이 끝나고 설문조사를 하는데 가장 없애야 할 교과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육생들이 도지사특강이라고 쓰자고 했다. 교육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가 좋아하는 질문을 하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민들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도 사전에 몇 명에게 질문지를 나눠주고 그대로 질문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진행자가 단체장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하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임의로 삭제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단체 홈페이지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다음 날 확인해 보니까 삭제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글을 올렸더니 몇 시간도 되지 않아서 삭제가 되더라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 내용이 올라오면 바로 삭제하는 것이다. 비판하는 글은 삭제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고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비판의 글을 삭제한다고 해서 가려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파된다. 전파속도는 다소 느릴지 모르지만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면서 보태지면서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비판의 글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이 싫다면 삭제하는 것보다 비공개로 관리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글을 올린 사람에게 답변을 주는 것이 낫다.

어떤 회의에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라고 해서 바른 말을 했는데 그것으로 인해 보복을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다음부터는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해도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사간원이 왕이나 정승에게 바른 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왕도 자신에게 바른 말을 하는 사간원이 예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제도를 유지한 것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비판하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술업무를 담당할 때 예술단체에게 담당자의 시각에서 비판하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른 소리를 하는 전문가를 초청해서 바른 말을 하게 했던 적이 있다. 공무원이 아닌 전문가는 어떻게 보는지 보여줬던 적이 있다. 보조금사업으로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보조금을 얼마 지원해주면서 진행하는 공연인데 만족하느냐고 설문서를 돌려 물었던 적이 있다.

아마 진행하는 예술단체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담당직원이 많이 미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다음 공연이나 행사 때 부터는 질이 높아졌다. 진행하면서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고 고객인 시민이 만족하는 공연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판을 받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겠지만 점차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모습을 봤다.

어느 조직이든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건전한 비판은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놔야 한다. 비판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그 조직은 썩게 되어 있고, 그 조직은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처음에는 비판이 부담스럽고, 힘들고, 괴롭더라도 비판을 통해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김운영 시흥시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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