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행복한 수면

황병일 수면칼럼 – 밀린 잠, 한꺼번에 몰아서 자면 잠 부족이 해결될까?

  • 입력 : 2017.12.07 11:04:31    수정 : 2017.12.07 11: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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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회사에서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한다. 졸업 작품, 논문 제출을 앞둔 학생도 마찬가지다. 잠을 푹 잔지가 언제인지 모를 지경이다. 집중해서 작업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이것만 하고 잔다는 것이 그만 밤을 홀딱 세우는 일이 생기고 만다.

잠을 덜 자기 위해서 수면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된다. 밤에 못 잔 잠을 푹 자지 못해 생긴 수면부족은 잠깐씩 낮잠을 자면서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고 종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필자가 직장생활하며 밤에 학교를 다닐 때 늘 수면이 부족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기에 시험기간에는 정말 최악이었다. 낮에 화장실에서 20~30분 잠을 잤다. 그렇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피로감으로 집중할 수 없었다.

일하다 보면 피곤이 몰려오지만,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정신력을 총 동원시킨다.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며 버틴다. 카페인 각성제로 금세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혈액과 뇌 사이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기 때문이다. 뇌로 들어간 카페인은 신경 연결을 느리게 하고 졸음을 쫓아낸다.

Stay Awake, Stay Alive – 깨어있어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말은 아프가니스탄 침공할 무렵 병사 전투 식량에 카페인 100mg 포함된 껌 포장지에 새겨진 문구다. 껌은 입 속 조직을 통해 흡수시켜 커피보다 5배나 빠르게 뇌에 도달하게 한다. 전투에서 잠을 쫓기 위한 조치다.

카페인만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각성제 의약품을 사용했다. 일시적으로 에너지가 충전되고 자신감을 올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수면박탈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각성제 효과가 떨어지면 깊은 잠 자기가 어려워지고 공격성, 폭력성이 증가하고 안전사고가 나는 등 부작용이 나왔다.

미국 유학한 친구가 한 말이 있다. 한국 학생은 미국 학생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 시험 때 보면 여실히 나타난다고 한다. 시험 준비기간 중 미국 친구는 햄버거나 커피 등으로 끼니를 채우면서 잘 견뎌낸다고 한다. 이에 비해 자신을 포함한 한국 친구는 시험기간 내내 골골한다는 얘기였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다져진 기초 체력에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른 수면습관의 축적된 힘이 결정적인 때에 나타나는 에너지원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늘 잠이 부족했다. 쉬는 날은 늦잠을 자면서 밀린 잠을 보충했다. 10시간 넘게 잠자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몸이 무겁고 컨디션 회복이 생각만큼 좋지 않았고, 개운치 않았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며 밀린 잠을 보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한다. 주말과 평일의 수면 시간대에 1시간의 '시차'가 나면 심장병 위험이 10%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애리조나 대학 연구팀이 수면 관련 학회에서 발표했다.

수면박탈로 휴일에 잠을 몰아 자면 피로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비만위험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1~2시간 넘게 평소보다 많이 자거나 늦게 깨어나면 수면 패턴이 깨지면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휴일 다음 날 출근하기 싫은 월요병의 원인이 생긴다. 불규칙한 수면은 다음 날 수면을 방해하고 생체시계 교란을 일으키며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피로를 푸는 주말 푹잠의 원칙은 늦잠을 자는 것보다,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자는 게 좋다. 생체시계가 앞당겨지고 아침에 일어나기 수월해 진다.

일주일 내내 같은 수면패턴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모임 등으로 잠자는 시간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필자가 11시 취침을 위해 오래된 습관과 싸워야 했고 친구 사이에서 분위기 깬다며 핀잔을 듣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 후 10년이 지났다. 지금은 30분 앞당겨 10시 30분 취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억하자. 잠은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출발이다. 쉬는 날 햇빛을 보고 몸을 움직이며 건강을 관리하는 시간이다. 심리적, 육체적 피로를 회복하고 다음 날 기분 좋은 컨디션은 남다른 경쟁력이 된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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