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아이, 평생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

어린 시절 공부습관은 돌에 새겨진다

  • 입력 : 2017.12.06 11:22:58    수정 : 2017.12.06 14: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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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부터 아이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만 7세가 되면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초등학생이 되면 학교 수업 시간에 따라 자신을 적응시켜야 하고,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규칙과 통제에 적응해야 하며 지루한 수업 시간을 참고 버텨내야 하는 인내심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면서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시기를 맞게 됩니다. 이렇듯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아이의 세계가 가정 중심에서 학교 중심으로 점차 확대 되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인 아이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 나가야 하는데요. 초등학생 아이에게 필요한 능력은 학습능력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으로 크게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습 능력은 글자를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기본적인 수 개념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창의력과 사고력을 길러야만 초등학교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송 재환 지음)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획기적으로 변하는 것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듣기 위주에서 읽기 위주로 삶이 전환된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읽기 위주의 삶이라니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부모가 책을 대신 읽어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책을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만 수업 시간에 적응할 수 있고 숙제도 직접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은 읽기 위주로 삶이 전환되면서 아이들은 공부 정체감이라는 새로운 녀석과 상견례를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아 정체감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 및 인지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니, 공부 정체감은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느낌 및 인지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공부 정체감은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후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서 수면위로 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 쓰기 시험을 볼 때 아이들은 웃으면서 시험을 대하지만,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몇 개 맞고 몇 개 틀렸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본인이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같은 반 친구들과 비교하게 됩니다. 점차 받아 쓰기 시험이 웃을 일이 아니란 걸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비록 받아쓰기 시험이 최근 학교 재량으로 시행하지 않는 학교가 늘어 나고 있지만, 받아쓰기 시험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과목별로 진행하는 각 종 단원 평가는 아이가 공부 정체감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교육법』(류 선정 외 8인)에 따르면, 스웨덴은 성적표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자 하는 배려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 교실에서는 공부를 잘해서 질투를 받을 일도, 공부를 못해서 위축될 일도 없다고 합니다. 한국의 초등학생들과는 대조되는 교육 환경임에 틀림없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공부 정체감과의 정면 대결을 하지 않고서도 행복하게 초등학교 생활을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다른 능력인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은 우선 규칙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 들이기, 자기 물건 스스로 정리하기, 차례 지키기 등을 배워야 합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아침마다 조금 더 자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와 아이를 깨우려고 소리치고 달래는 엄마와의 신경전은 어느 가정에서나 낯설지 않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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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아이들은 또한 초등학교 수업시간인 40분 동안 한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답답함을 이겨내고 적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한 만 7세 아이에겐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만 7세 아이에게 40분 동안 책상에 꼼작하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마치 극심한 설사병에 걸린 환자에게 똥을 참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 딸아이도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고,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고 궁금해 하며 책상을 벗어나곤 했습니다. 극약 처방으로 엄마 아빠가 아이의 방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약속하고 지켜보면 딸의 치열한 몸짓은 흡사 행위 예술가의 그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머리를 쥐어 짜는 모습, 다리를 떠는 모습, 몸을 좌우로 비비 꼬기도 합니다. 가히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정리정돈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아이가 숙제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책상 위에 어제 보던 만화책이 있다거나 장난감으로 가득하다면 아이는 공부할 의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어렵게 책상에 앉아서 숙제를 하려고 해도 책상 위의 다른 사물에 눈길이 가거나, 잡동사니 속에서 지우개를 찾아야 한다거나 학교 교재를 찾지 못해서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하게 됩니다. 그 횟수가 잦을수록 아이의 집중력은 흩어지고 학습효과는 늦가을의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게 됩니다.

영국 한 보험회사가 영국 성인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는데 매일 10분 이상 낭비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상시 우리가 TV 리모컨이 어디에 있는지 찾느라 낭비한 시간, 외출하려는데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찾는데 낭비하는 시간을 차분히 계산해 본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조사 결과인 셈입니다. 그만큼 어른이나 아이나 정리정돈 하는 습관을 들이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고 집중력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연습시켜야 합니다.

이처럼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학습 능력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데요. 과연 학교 선생님의 혼자 힘으로 충분할까요? 아닙니다. 역부족이지요. 비록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긴 했지만, 하루의 절반 이상은 집에서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부모님이 아이가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물을 챙겨서 학교에 혼자 걸어갈 수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 나가야 합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이 시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4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게 하려면 평상시에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형성 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복습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따라서 아이가 완벽하게 지식을 소화하고 이해하려면 아이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어려서부터 반드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어느 날 한 고등학생이 제 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을 듣고 난 뒤,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성인들 대상의 강연이었지만 대학생 언니 옆에서 열심히 제 강연을 듣던 고등학생이라 금방 기억해 낼 수 있었지요. 그 학생의 고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강연을 집중해서 듣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고민이어서 놀랐지만 그 학생의 긴 글을 읽는 과정에서 놀란 마음은 어느덧 사라졌고 어린 시절부터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학생의 공부 습관은 처음 2주 동안은 뜨거운 열정으로 공부를 시작하지만 2주 뒤부터는 열정도 시들해지고 결국 포기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 학생의 특징은 일단 공부 계획을 세운 다음, 처음 며칠은 계획대로 잘 수행을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로요. 너무 열심히 해서 금새 포기할까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 2주 정도가 지나면서 조금씩 하루 공부 계획을 지켜내기가 버거워 지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급격히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 들면서 학원도 안가고 도서관도 가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고 하네요. 문제는 이러한 좌절과 포기의 경험을 딛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더 심각한 점은 공부하다 포기하는 과정을 몇 년째 반복해 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학생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부를 포기한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다시 뜨거워지는 순간을 맞이했지만, 2주 이상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어려서부터 형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무리하게 공부 계획을 세운 실수도 한 몫 했지만, 근본적 원인은 공부를 지속할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초등학생의 뇌가 더 이상 소화시킬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지식을 주입시켜 봐야 곧 흘러 넘쳐 잊어버리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얼마나 탄탄한 공부 습관을 어린 시절에 형성했는가에 따라 아이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배운 것은 돌에 새겨지고, 어른이 되어 배운 것은 얼음에 새겨진다고 시인인, 데이비드 커디안이 말했듯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는 아이들이 좋은 습관을 만들기 시작해야 하는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형성된 좋은 습관이 나머지 학창 시절을 지배한다고 하니, 부모는 아이가 습관 형성의 황금기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고 지도해야 합니다.

[이범용 삼성SDI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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